"스마트TV 앱개발, 콘텐츠가 생명"

안준희 핸드스튜디오 대표 인터뷰

일반입력 :2011/12/06 14:36    수정: 2011/12/06 15:53

스마트폰과 태블릿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시장에서 '기회'를 찾아온 개발자들에게 TV환경을 겨냥한 앱 개발이 새 도전과제로 떠올랐다. 스마트기기 열풍이 모바일에서 TV 단말 영역으로 옮아가면서 휴대폰에 이어 인터넷TV와 셋톱박스가 작은 컴퓨터 역할을 할 전망이다.

관건은 사용자가 단말기와 상호작용하는 방식면에서 TV와 모바일 기기가 어떻게 다른가다. TV 플랫폼은 화면크기뿐 아니라 이용자수, 제어방식, 이동성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앞서 스마트폰 인기에 힘입어 성장세를 탄 태블릿만 놓고 보더라도 휴대기기라는 점을 제외하면 앱 디자인이나 인터페이스 최적화 방식이 전혀 달랐다는 게 업계인들의 증언.

최근 스마트TV 앱개발사로 이름을 알린 핸드스튜디오의 안준희 대표를 만났다. 지난해 5월 모바일앱 '6.2 지방선거 후보자검색'으로 화제를 낳았던 회사는 이후 조용히 무대를 넓혀 주요 제조사들의 스마트TV 앱 개발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실전으로 다져진 안 대표의 스마트TV 앱개발에 대한 경험칙은 본질에 충실하라는 한 마디로 요약된다.

그가 말하는 TV 플랫폼의 본질은 콘텐츠를 보여주는 '뷰어' 역할이다.

■TV는 뷰어다

TV플랫폼에 대한 오랜 '사용자 경험(UX)'은 단순해요. 뷰어 역할이죠. 기계적인 구성도 오히려 (모바일에 비해) 단순합니다. 들고 움직이는 게 아니라 센서가 들어가지 않아요. 큰 화면을 멀리 떨어져서 봐야 하기 때문에 직접 터치스크린으로 조작하지도 않고요.

그에 따르면 셋톱박스TV의 경우에는 리모콘도 하나의 '단말기'로 딸려가는 경우도 있다. 터치기반 리모콘을 통해 TV환경에서 마우스커서같은 포인팅디바이스 기능을 구현한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안 대표는 인터페이스와 단말기의 기계적 특성보다는 그 안에 들어가는 앱 플랫폼과 상호작용 패러다임이 큰 차이를 보인다고 강조했다.

가속도계, GPS같은 센서 기능과 단순한 인터페이스를 응용한 아이디어성 앱을 만들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죠. 센서가 없고 조작방식이 다르다는 점보다도 현재 TV 자체가 사용자와의 인터랙션보다 엔터테인먼트, 교육용 콘텐츠같은 '헤비콘텐츠' 소비를 중심에 놓는 플랫폼이란 점을 무시할 수 없어요.

TV 앱은 사용자에게 정제된 콘텐츠를 다룰 수 있는 지혜를 제공해야 한다는 게 안 대표의 지론이다. 적어도 현시점에 스마트TV 앱의 역할은 사용자와의 의미있는 인터랙션보다 정제된 콘텐츠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보여줄 것인지에 초점을 모아야 한다는 얘기다. 다만 앱에 올라가는 '콘텐츠'는 기성품처럼 소비되는 콘텐츠뿐 아니라 온라인서비스를 넘나드는 여러 정보, 데이터를 정제한 것도 아우르는 개념으로 언급됐다.

이쯤 되면 모바일 운용체계(OS)로 이름을 알려온 iOS, 안드로이드가 이변 없이 스마트TV 시장에서도 대세를 만을 것이란 보장이 없어 보인다. 모바일 개발자들이 기존 노하우를 살릴 여지가 상당히 제한될 것으로도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스마트TV 플랫폼으로 (모바일용 OS인) '바다'나 '안드로이드'를 넣지 않죠. 대신 플래시와 웹 콘텐츠를 올릴 수 있는 웹플랫폼을 써요. 셋톱박스의 경우는 좀 다르게 안드로이드가 올라가기도 해요. 이건 원래 기존 임베디드 계열 OS가 쓰였던 시장이죠. 어느쪽이든 자바 개발자들을 흡수할 수 있는 영역이에요.

■개발자여, 기획자-디자이너와 뭉쳐라

그는 개발자들이 플랫폼이 다변화하는 앱 개발 시장에서 기회를 잡으려면 달라지는 '생태계 지형도'를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난해까지는 일반 개발자들 몇몇이 뭉쳐 아이디어와 창의성을 담아낸 앱을 선보인 사례도 없지 않았다. 개발자 중심의 벤처업체들이 외주 프로젝트에 딸린 디자인, 설계에 맞춰주는 것만으로도 어느정도 운영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지난해 이통3사가 각자 운영하는 앱 장터를 키우기위해 신규 등록 앱을 경쟁적으로 유치한 이후 반환점을 돌았다는 평가다.

지난해 SK텔레콤 T스토어, KT 올레마켓, LG유플러스 오즈스토어 등이 앱 물량 싸움을 벌이다 SK텔레콤이 먼저 몇만개 규모를 달성하며 마감했죠. 국내 앱 수요나 공급되는 개발인력 규모로 볼 때 단기간에 특정 마켓에 몇만개 앱이 들어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었죠. 이제 기술적 노하우와 콘텐츠에 초점을 맞춘 질적 싸움에 돌입해야 합니다.

질적 경쟁은 시간대비 많은 앱을 싸게 만들어내기만 하면 되는 양적 경쟁에 비해 어렵다. 과거 외주 프로젝트에 의존해 커온 개발사들은 규모를 유지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핸드스튜디오는 이같은 문제를 예감하고 인력 구조부터 다르게 가져갔다.

실무진 인력 구성이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 전부 '1대1대1'이에요. 모든 프로젝트에 기획자와 디자이너와 개발자를 1명씩 투입하죠. 개발자가 많이 필요해도 2명을 넘기지 않습니다. 규모가 작은 앱을 만들 땐 기획, 설계, 개발까지 소요 기간이 1개월반 미만일 정도로 집중도를 높여 운영해요.

또 핸드스튜디오에선 개발자가 단순히 구현만 하지 않는다. 직원들은 프로젝트에 대해 콘텐츠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키워왔고, 개발자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 개발자-콘텐츠 제공자 만나게 도와야

프로젝트를 지배하는 사고방식이 '앱에 어떤 데이터가 들어가 누구에게 보일 콘텐츠를 품을 것인가'예요.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가 이런 방향성을 항상 인지하고 일하는 게 관건이죠. 여전히 각자 역할에 책임을 지면서도요. 3개 직군이 아이디어와 기술을 연계해 콘텐츠를 다룰 줄 아는 팀워크를 펼치는 게 중요하죠.

안 대표는 개발자가 디자이너, 기획자와 협업을 통해 질적 도약을 추구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정도로 앱 개발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바뀐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향후 고급 앱개발 역량을 보유한 전문 업체들이 주요 외주제작 시장을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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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이같은 개발자 생태계 발전에 필수 양분으로 꼽은 게 콘텐츠 제공자들과 개발자간 협력이다. 개발자가 콘텐츠 소유자 입장에서 '콘텐츠 전달자' 역할을 할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기업들이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이전까지 추진된 정부, 기업 주도형 개발자 생태계 구축이 한계를 보였던 지점이기도 하다.

개인 앱 개발자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사무실 빌려주고, 개발시스템 만들고 테스트용 단말기 빌려주는 경우가 많죠. 이런 하드웨어 중심적인 지원으로 환경을 만든다고 개발자들이 성공할만한 앱을 만들도록 유도하기엔 한계가 있어요. 그리고 정부 쪽 지원사업에 내재된 의식은 '콘텐츠를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이걸 돈들여 사서 공짜로 풀어야 된다는 접근을 하기 십상이죠. 그보다 앱에 들어갈 콘텐츠를 가진 이들과 연계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더 중요합니다. 콘텐츠 오픈마켓 개념과 실제 환경을 형성시켜서, 개발자들이 이용할 수 있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