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하이닉스 인수 다음 수순은?

일반입력 :2011/11/15 11:29

송주영 기자

주인찾기 10년 만에 하이닉스가 SK라는 새 주인을 만났다. SK 주식매매계약 체결까지 마무리 지으며 ‘총수 의지 기반 산업’이라고도 불리는 반도체 업종에 뛰어들게 됐다.

14일 SK텔레콤은 하이닉스 지분인수계약을 체결, 인수를 사실상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내년 1분기 매각 작업이 완료되지만 하이닉스 자회사 편입 작업을 시작하겠다는 의미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현재 중요한 격변기를 맞고 있다”며 “SK그룹이 인수작업에 참여한다고 세상에 알려지기 훨씬 이전부터 하이닉스 인수를 추진해왔고 현재의 반도체 산업, 하이닉스 위상 등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어 인수작업을 빠르게 진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산업, 총수 의지가 중요해

SK텔레콤 하이닉스 인수에 대해서는 최태원 회장의 의지도 강력하게 반영된 것이란 얘기도 나왔다. 반도체 산업은 수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해 그룹 총수의 의지가 중요하다. 시황에 적응할 수 있는 빠른 결단력과 자금력이 병행돼야 한다. 이병철, 이건희 회장의 의지가 없었다면 삼성전자의 반도체 산업을 키웠다.

반도체 업종이 워낙 드라마틱하게 시황을 타기 때문에 잘되면 한해 수조원의 이익을 낼 수 있지만 못되면 수조원의 적자를 볼 수도 있다. 대규모 적자가 났을 때는 대규모 투자에 대해 사업 책임자가 눈총을 받는 것은 넘어 입지까지 불안해질 수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농담 삼아 ‘총수 의지 기반 산업’이란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이 때문에 하이닉스는 그동안 채권단이 아닌 주인을 찾아야 한다는 당위성이 제기됐다. 자금여력이 있는 재계서열 4위의 SK가 하이닉스를 인수한 것은 하이닉스에게는 더없는 기회다.

■하이닉스, 통신용 반도체 시장 뛰어드나

SK텔레콤이 하이닉스를 인수하게 된 만큼 향후 계획에도 관심이 쏠린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하이닉스 인수 후 시스템반도체에 관심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SK텔레콤은 그동안 통신용 반도체에 눈독을 들였다. 올해 초 엠텍비젼과 함께 중국 통신칩 시장을 노리며 세운 SK엠텍이 그 증거다. 하이닉스 인수 후 반도체 기술력, 통신 서비스 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결합해 통신용 반도체 시장에 진출할 것이란 전망이 가능하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통신용 반도체를 만들게 되면 장비업체와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이 매년 대규모 투자를 하는 통신장비 분야 중 하나를 골라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도체를 개발해 장비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며 지금보다 더 가격, 기술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반면 시스템반도체에 신규 투자를 할 때는 성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은 SK텔레콤이 감안해야 한다. 삼성전자의 경우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산업 투자 근 10여년만인 최근에야 성과가 가시화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스템반도체가 메모리보다 더 어렵다”고 설명했다. 동일하게 투자했을 때 메모리가 더 성과가 난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시스템반도체 성과가 오래 걸려 현 단계 투자가 어렵다면 파운드리 투자가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이닉스 노후 장비를 파운드리로 돌리고 대신 이를 이용하는 팹리스와 제휴하는 방법이다.

파운드리 사업을 통해 팹리스 회사와 제휴하면 시간, 인력, 경비를 절약할 수 있으며 동시에 단시간 내 매출을 확대할 수 있는 전략으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