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경제학자 리처드 플로리다, “거대 도시가 창의력 원천”

일반입력 :2011/11/10 23:23

손경호 기자

“앞으로는 거대 지역을 거점으로 창의력을 개발해 나가야 합니다.”

세계적인 도시경제학자 리처드 플로리다는 10일 지식경제부·한국산업기술진흥원·중앙일보가 공동주최한 ‘테크플러스2011’에 연사로 나서 기술·인간·공간에 대한 방향성을 이 같이 제시했다.

리처드 플로리다는 제1차 경제공황시기인 12살 때 아버지가 일하는 뉴저지 안경공장을 견학한 적이 있다. 플로리다는 그 때 “흑인·백인·라틴·아시안 등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안경의 금속프레임을 만드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공장부품과 같은 단순 노동력이 아니라 각자 자기 고유의 영역에서 업무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왔기 때문에 공장이 50년 이상 유지될 수 있었다”는 아버지의 말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창의력은 아티스트만이 아니라 기술자·건축가·서비스업 근로자를 포함한 모든 영역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멋진 기업이 등장하고, 지역사회의 경제위기를 타개하려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핵심덕목이 창의력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리처드 플로리다는 사회 전 영역에 걸쳐 존재하는 이러한 창조적인 사람들을 ‘창조적 계급(creative class)’이라고 명명했다. 미국 뉴욕타임스·월스트리트저널·워싱턴포스트 등에 글을 기고하고, CNN·CBS·NBC 등 다수 방송에 출연하기도 한 그는 현재 마틴번영연구소장이자 캐나다토론토대 로트만 경영대학원에서 경영과 창의성을 가르치고 있다.

플로리다는 창조계급이 모여드는 주 무대로 ‘거대 지역(mega region)’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서울·뉴욕·샌프란시스코·베이징·도쿄 등 전 세계의 40여개의 도시가 서로 연결돼 몇 개의 거대지역으로 발전하면서 가장 많은 ‘혁신’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일대의 인근 지역이 묶여서 탄생한 실리콘밸리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는 지난 40년~50년 동안 우리는 특정한 생산방식에 각인돼 있었다고 밝혔다. IBM·GM·포드·삼성과 같은 거대한 제조기업들이 사회경제의 구조를 정했던 시대를 지나 지금은 도시의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창의력의 원천이 이들 거대지역에서 나온다는 설명이다.

이미 세계 각국의 주요도시는 전 세계 20%의 인구를 담고 있다. 이곳에서 전체의 3분의2에 해당하는 경제가치가 창출된다고 플로리다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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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달성하기 위한 창의력 성공의 세 가지 요소로 그는 기술·인재·관용을 꼽았다. 하나의 거대지역이 기술리더가 돼야하며,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인재, 다양한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고 팀플레이어로서 함께 일할 수 있는 관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플로리다의 최근 저서인 ‘그레이트 리셋’에는 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인이 아니라 건설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처럼 수익성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시대는 더 이상 비전이 없다는 설명이다. 새로운 가치를 담을 수 있는 거대한 재조정(Great reset)이 필요하고, 그 시작은 거대 지역을 통해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핵심 주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