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비가 플래시 기술의 위상을 웹표준에 대한 기술적 '멘토'로 재정립했다. 데스크톱용 플래시 플레이어 후속판을 예고하면서다. 앞서 HTML5에 집중한다며 모바일 플래시 플레이어를 그만 개발하겠다고 밝혔지만 기존 플래시 기술과 생태계를 등지려는 수순을 밟는다고 단정하긴 이르다는 몸짓이다. 그러나 업계는 결국 어도비가 모든 플래시 기술을 포기하는 쪽으로 갈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9일(현지시각) 어도비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HTML5가 주요 모바일 기기에서 통용 가능한 기술이라 여러 플랫폼에 걸쳐 웹기반 콘텐츠를 만들고 전달하기에 최적의 솔루션이라고 평했다. 기존 애플뿐 아니라 구글과 현재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브라우저 개발사의 입장과 같은 입장이다.
이에따라 안드로이드 단말기와 블랙베리 플레이북 태블릿에서 플래시 플레이어 11.1 이후 버전은 나오지 않게 됐다. 업계와 일반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HTML5을 강조해온 애플이 이겼고 플래시 플레이어를 '결함 기술'로 저평가해온 스티브 잡스가 옳았으며 플래시 자체에 대한 사망선고라는 등 해석이 분분하다.
회사는 여전히 플래시와 그 개발자 생태계를 발전시키려 한다. 당장은 그렇다.
우선 같은 글에서 플래시 경험에 준하는 잠재성을 HTML5로 가져오는 작업을 월드와이드웹컨소시엄(W3C), 웹킷과 함께 앞당기는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라며 회사는 HTML5에 대한 투자와 동시에 고급 게이밍, 프리미엄 비디오를 포함하는 산업 혁신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플래시 기술 혁신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더불어 회사는 이미 개발중인 플래시 플레이어 12 버전에서 고화질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전할 수 있는 기능을 예고했다. 앞서 나온 PC 브라우저용 플래시 플레이어 11 버전이 콘솔 게이밍 수준의 고화질 3D 하드웨어 가속과 저작권 보호 기능을 동반한 고급 비디오 콘텐츠 등 수십가지 신기능을 품었다고 강조한다. 기존 PC환경에서 차지하고 있는 플래시 지분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다.
회사는 또 모바일 영역에 대한 계획으로 플래시 개발자들이 주요 앱스토어에 어도비AIR 기반의 네이티브 앱을 만들어 배포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 '아이튠스 앱스토어',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 아마존 '안드로이드 앱스토어', 블랙베리 '앱 월드'를 어도비AIR 기반 플래시 개발자들의 시장으로 만들겠다는 얘기다.
어도비AIR는 플래시 기반 프로그램이나 콘텐츠를 웹이 아니라 특정 운영체제(OS)에 최적화된 앱으로 내놓는 기술이다. 실제로 플래시 개발자들은 같은 기능을 가진 프로그램을 어도비AIR 기반 앱으로 만들 수 있다.
사용자들은 플래시 플레이어가 지원되지 않는 환경에서도 어도비AIR를 통해 플래시 기반 기술로 만든 결과물을 돌릴 수 있다. 예를들어 iOS용 앱을 어도비AIR 개발툴로도 만들 수 있다. 어도비AIR는 플래시플레이어에 비해 실행 환경의 제약이 덜하다. 플래시플레이어는 인터넷에 실시간으로 연결돼 있어야 하고 브라우저를 켜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는다.
어도비가 플래시 전략을 수정해 HTML5의 기술적 멘토를 자처하며 기존 개발자들에게 모바일 앱 생태계를 퍼다주겠다는 계획은 장대하지만 일각의 시선은 싸늘하다. 모바일에 부적합하다고 지적받아온 플래시 기술의 한계를 체감하고 약점을 가리려는 시도로 읽혀서다.
지디넷 블로거 켄 헤스는 어도비가 전략상 모바일 플래시 플레이어를 걷어내는 움직임은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는 올바른 결정이고 칭찬할만한 일이라고 치켜세우면서도 결국 그 (플래시 플러그인) 모두를 포기하게 될 거다고 말했다.
또다른 블로거 스티븐 J. 보건 니콜스는 플래시는 죽었고 HTML5는 장수할 것이라며 내년쯤 어도비는 (모바일에서처럼 기존 버전의 버그, 보안취약점 개선 등을 제외하고) 모든 플래시 개발 지원을 끝내버릴 것이다고 주장했다.
한편 어도비 행보가 플래시를 넘어 클라우드 사업으로 초점을 옮기고 있는 것이라며 그 과정이 처음부터 순탄치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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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디그넌은 어도비는 앞으로도 데스크톱 플래시가 비디오와 게이밍 등 선진적 PC웹 경험에 쓰일 것이란 기대와 함께 '디지털미디어 사업부'와 '크리에이티브클라우드'에 집중할 계획을 밝혔다면서 기존 라이선싱에서 소프트웨어 서브스크립션으로 매출구조를 전환하는 길이 향후 실적에 해로울 것이다고 내다봤다. 그는 어도비가 최근 750명 감원 계획을 내놓으면서도 4분기 실적 목표를 종전의 10억7천500만~11억2천500만달러로 유지한 점을 주목했다.
그러나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 아담 홀트는 어도비가 서브스크립션 모델로 옮아가는 움직임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방안이라고 평했지만 장기적으로 엔터프라이즈 매출에 타격을 입을 것이며 전환과정을 조율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