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하이닉스 인수를 포기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지만 내부서 반발 기류도 만만치 않다. 포기하자와 강행하자라는 목소리가 함께 나오며 고민이 큰 모습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 포기설이 증권가에 기정사실로 퍼졌다. 본 입찰을 불과 이틀 앞둔 8일 검찰이 SK그룹을 압수수색하면서 인수에 비상등이 켜진 것.
SK텔레콤은 9일 오전까지 공식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다. 인수 포기설에 대해 부인하지는 않으면서도 고위 임원들의 망설임이 크다는 분위기만 전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하이닉스 인수 포기 여부와 관련해 공식 입장이 없다”며 “인수를 포기하느냐고 물어도 답할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수사를 비롯한 여러 가지 변수가 있기에 쉬지 않고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8일 검찰 수색 후 SK텔레콤 내부 여론은 인수 포기가 당연하다는 방향으로 기울었지만, 이날 저녁부터 “쉽게 물러날 수 없다”라는 목소리도 커진 상황.
SK그룹 관계자는 “아무리 소나기는 피해야 한다지만 우리가 잘못한 것이 없는데 (검찰 수사로 인해) 하던 일을 멈추면 되겠느냐”며 “하이닉스 본 입찰에 나서 다시 계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수 반대 측은 검찰 수사를 오히려 명분으로 삼아 하이닉스 논쟁에서 벗어나자는 주장을 제기했다. 애초에 하이닉스 인수가 무리였다고 말해온 진영이다.
4세대 이동통신에 수조원을 투자하면서 사회적 통신료 인하 압박으로 영업이익이 떨어진 가운데 하이닉스 인수는 무리수라는 평가가 상당한 게 사실.
검찰 수사를 차치하고 봐도 지속적인 하이닉스 주가 상승으로 인수가격 부담이 높아진데다, 인수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의견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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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통신업계 고위 임원은 “4세대 이동통신 경쟁에 투입할 예산이 앞으로도 막대할 전망인데 하이닉스 인수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며 “검찰 압수수색 역시 경영상 불확실성을 분명 키웠다”고 분석했다.
SK텔레콤이 하이닉스 인수 포기를 선언한다면 하이닉스 매각작업은 또 다시 장기간 안갯속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하이닉스 채권단은 본 입찰을 강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