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TV로 시청하던 슈퍼스타K를 오늘 전철에서 이어보는 것. 1년전만 해도 낯설던 N스크린은 이렇게 일상에 자리잡았다. 스마트폰 2천만 시대, 모바일 환경이 본격화되면서 단순한 'N스크린'을 논하는 것은 이제 식상하게 들린다.
임승민 인스프리트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최근 서울 삼성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주요 이동통신사들이 모두 뛰어든 N스크린 사업에서 차별화 방안으로 그는 'N스크린 2.0'을 논했다.
최근 N스크린 추세가 바뀌고 있어요. 기존에는 콘텐츠를 어떤 기기에나 동일하게 제공하는게 N스크린이었죠. 방송을 모바일에서 보고 싶다, 그런 정도로요. 그런데 최근들어선 개별 단말기 특성에 맞는 콘텐츠를 제각각 제공해주는 게 훨씬 유용하다는 데 주목하고 있죠.
그가 꺼낸 이야기는 지난해 미국 방송사 ABC의 사례다. ABC는 '마이 제너레이션'이란 드라마 시리즈 전용 아이패드 앱을 선보였다. 드라마 시청중에 앱을 실행시키면 특정한 송출 신호를 인식해 배우의 프로필이라던지, 장면에 맞는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TV랑 태블릿, 스마트폰이 모두 똑같은 화면을 보여주는게 아니라, 각 단말의 특성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는게 앞으로 N스크린이 발전할 방향이죠. ABC의 사례는 아주 초기적인 단계인데요, 앞으로는 시청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지원하는 게 추세가 될 거라 봅니다.
■N스크린 2.0, 기술적으론 어렵지 않아
TV 자체가 엄청난 진보를 해야할 것처럼 들리지만, 임 CTO는 이같은 기술이 오히려 TV를 단순하게 만든다고 설명한다. 전통적인 TV 시청형태는 그대로 유지하되, 이를 다양한 단말과 연계시키는 통신 기술이 더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온 가족이 소파에 앉아서 TV로 요리 프로그램을 본다고 생각해 보세요. TV는 같이 보지만 각자 사용하는 모바일 단말은 다 달라요. 엄마가 사용하는 태블릿에는 레시피를, 아빠 노트북엔 프로그램 정보를, 아이 스마트폰엔 맛집 위치를 전송할 수 있죠. TV에는 예전처럼 프로그램만 보이지만 사실은 거대한 메타 데이터가 송출되고 있는 겁니다.
이런 것들이 가능해지려면 기본적으로 TV와 각종 휴대용 단말 간에 통신이 돼야 한다. TV가 메타데이터와 콘텐츠가 결합된 형태의 데이터를 받은 후, 이 정보를 제각각 분류해서 현재 접속된 디바이스에 전달해주는 기술이 핵심이다.
임 CTO는 이같은 기술이 어렵지는 않다고 말한다. 다만 아직까지 상용화되지 않은 것은 데이터 전송 기술의 규격화나 표준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그는 최근 이같은 기술 규격화가 정부와 업계의 관심사 중 하나라며 정부 국책과제로 데이터 전송기술 규격화가 선정됐는데, 여기에 인스프리트도 참여하고 있고 기술 자체가 어려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규격이 마련된다면 차세대 N스크린 개발 속도도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
■N스크린 아직은 적자, 그래도 투자하는 이유?
N스크린을 주요 성장전략으로 선정했지만, 매출만 놓고보면 적자다. 인스프리트는 기본적으로 모바일 솔루션 업체다. 이동통신사의 서버를 관리하고 모바일 솔루션을 제공하는데서 수익을 낸다. 그런데도 내년엔 N스크린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고 인력도 확충할 계획이다.
N스크린은 사실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독자적인 먹을거리를 찾는 부분이죠. 때문에 특허도 신경 쓰고 있습니다. N스크린만 놓고보면 인스프리트가 갖고 있는 특허 수가 국내 5위에요. 게이트웨이를 기반으로한 댁내외 접속에 특히 강점을 갖고 있죠.
임 CTO가 강조한 게이트웨이는 N스크린 솔루션 중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최근 무선인터넷을 가전제품과 연결하는 '디지털 리빙 네트워크 얼라이언스(DLNA)'기술이 각광을 받는데, 이 기술이 '집 안'이나 '같은 IP 대역'이라는 공간적 한계를 가진다는 것이다. 이 한계를 게이트웨이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임 CTO의 설명이다.
게이트웨이가 들어가면서 서비스 영역이 집 안에만 한정되는게 아니라 외부로 확장이 되는 효과를 가질 수 있죠. 집 밖에서도 PC에 있는 콘텐츠를 볼 수 있어요. 예컨대 아들이 밖에서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동영상이나 사진을 집 안 TV로 부모가 실시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같은 양방향 N스크린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게이트웨이 기술이죠.
때문에 인스프리트는 DLNA를 지원하는 디바이스에 탑재되는 솔루션에 게이트웨이 기술을 접목, N스크린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스마트TV나 휴대폰 등 9천여개 DLNA 단말이 보급된 만큼, 게이트웨이 기술로 차별화를 굳히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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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CTO는 모바일 시장이 4G로 바뀌고 있다는 점도 N스크린에 우호적 환경으로 작용할 거라 설명했다. 3G에선 한계를 보였던 데이터 전송속도가 크게 개선되는 만큼, 콘텐츠를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하려는 욕구도 늘어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인스프리트는 N스크린 솔루션 고도화에 3단계 계획을 갖고 있어요. 지금은 1단계가 마무리 되는 수준이죠. 특허개발이나 등록에 비용이 많이 들어가도 꾸준히 투자할 겁니다. 아직은 수익 모델이 명확하지만, 이 시장 자체만 보면 분명히 폭발적으로 성장할 거에요. 특히 4G가 활성화되면 더더욱 그렇지 않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