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애너하임서 열린 게임쇼 ‘블리즈컨’ 현장에서 “셧다운제 시행에 맞춰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한국 이용자들의 구 배틀넷 접속을 차단한다”는 의견을 밝힌 뒤 후폭풍이 거세다. 구 배틀넷은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2’, ‘워크래프트3’를 서비스하는 무료 서버다.
현재 논란의 핵심은 성인 이용자다. 셧다운제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들에게 적용되나 10년 전 개발된 구 배틀넷에 특정 연령층을 가리는 별도의 장치를 마련하기는 어렵단 것이 블리자드의 공식 입장. 특히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해외 업체가 국가별로 서버를 분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한국 법규제를 준수하기 위해선 ‘서버 전면 차단’이라는 카드를 꺼낼 수 밖에 없단 설명이다.
따라서 한국 이용자들은 연령에 관계없이 구 배틀넷에서 서비스되는 게임을 즐길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밤낮을 가릴 것 없이 연습에 몰두해야 하는 e스포츠 선수들도 피해를 입게 된다.
이 중에서도 사용자들의 가장 큰 반발을 불러 온 대목은 스타크래프트 이용 차단. 한국은 ‘스타크래프트의 고향’이라고 불릴 정도로 상징성이 크다.
스타크래프트는 지난 1998년 나온 이후 전세계적으로 800만장이 판매됐으며 절반이 넘는 500만장이 국내서 팔렸다. 후속작인 ‘스타크래프트2’가 나왔지만 여전히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는 이용자들이 더 많다고 알려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25일 PC방 통계 사이트인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이 게임은 PC방 게임 점유율 5위에 올라 있다.
때문에 PC방 업계도 한숨을 내쉬고 있다. PC방 업계 한 관계자는 “스타크래프트만을 즐기기 위해 PC방을 찾는 손님들이 많은 상황에서 배틀넷 차단은 업계의 생존권과도 연결된 문제”라며 “심야에는 청소년 출입이 금지되는 만큼 PC방 IP를 베틀넷 접속 차단에서 제외시켜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으로선 셧다운제 적용 범주에 대해 명확한 정부 방침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상황을 바꿀 수 있는 변수로 남아있다. 블리자드는 지난 12일 여성가족부 측에 “스타크래프트 등은 10여년 전 PC 패키지 게임으로 판매됐으며, 웹 기반인 아닌 패키지 특성상 제도 이행을 위한 연령 구분이 불가하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전달한 상태다.
무엇보다 PC온라인 게임과 달리 PC패키지 게임물은 콘솔 게임과 동일하게 이용자 선택에 따라 네트워크 기능을 이용하는 것이므로 셧다운제 적용 대상인 ‘정보통신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게임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해당 시간대 접속차단을 강행한다고 하더라도 오프라인 랜(LAN) 모드를 이용한 플레이 등 우회수단 마련이 가능해 실효성 또한 확보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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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가부 측은 이에 대해 어떠한 답변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마이크 모하임 블리자드 대표는 “아직까지 규제 당국으로부터 어떤 피드백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은 국내외 다른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업계 전문가는 “여가부가 보다 실현 가능한 범주의 셧다운제 가이드라인을 하루라도 빨리 내놔야 한다”며 “온라인게임 뿐 아니라 콘솔·PC패키지 등에 대한 표준안을 만들기 위해선 제도 유예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