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달 윈도서버8를 발표하며 클라우드 하이퍼바이저 '하이퍼V' 3.0 버전을 공개했다. 300개 이상의 신기능을 투입한 윈도서버8처럼 하이퍼V 3.0 역시 클라우드와 가상화 환경에 보다 최적화된 기능들로 무장했다 .
MS윈도서버8 공개 직후 한 IT업체는 즉각 해당 운영체제(OS)에 대한 지원계획을 발표했다. 네트워크 장비와 서버를 판매하는 시스코시스템즈였다. 윈도서버8에 탑재된 신기능들을 시스코의 솔루션으로 지원하겠다는 발표는 이례적으로 보였다.
이후 시스코코리아의 한 관계자를 만났다. 그는 MS 윈도서버8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제2의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그동안 VM웨어에 비해 부족했던 기능을 대부분 보완한데다, 어느 회사도 갖지 못한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가격이다”
■네트워크만 봐도 경쟁력 충분하다
하이퍼V 3.0은 가상머신(VM) 1대당 32개 프로세서와 512GB 메모리를 지원한다. 하이퍼V가 지원하는 가상화 디스크 용량을 더 크게 잡을 수 있는 파일 형식 'VHDX'도 나왔다. 이를 통해 2테라바이트(TB)를 넘는 가상 디스크 파일을 만들 수 있다.
가상서버(VM) 이전을 위한 '라이브마이그레이션' 기능도 전보다 강해졌다. VM이 물리적 공간을 이동할 경우 IP연결만으로 네트워크 연결이 끊기지 않고, 동시에 여러 VM을 이동할 수 있다. 이동할 수 있는 VM 수는 무제한에 가깝다.
향후 추가될 예정인 ‘하이퍼V 레플리카’란 기능은 VM을 비동기적으로 일치하는 복제물을 만들어 가상화 인프라의 장애나 재해발생시 복구 성능과 안정성을 높여주는 기능이다. OS 자체에 내장되며 이를 사용하는데 추가 라이선스도 없다.
네트워크 관리 성능도 향상됐다. 전체 네트워크 가상화와 멀티테넌트 환경을 위한 망분리 기능을 포함한 게 눈에 띈다. '포트ACL'은 프라이빗 VLAN(PVLAN)을 구현한 기능으로 액세스 지점과 접속하게 되는 VM에 기반해 연결을 특정 사용자만 접근하게 하는 것이다. 서비스품질(QoS)은 일반 라우팅 캡슐화(GRE)와 일관된 장치 명명 기능을 통해 패킷에서 IP를 재구성하는 방식이 동원된다.
다중 경로 입출력(MPIO) 드라이버는 VM 내 MS 가상 호스트 버스 어댑터(HBA) 제공자와 연계될 때 HBA를 가상 파이버 채널(FC)로 사용하는 것이다. VM이 스토리지 전용 네트워크(SAN)의 논리단위번호(LUN)에 직접 접근하므로 전사적 SAN 하드웨어의 성능을 극대화하게 된다.
'오프로디드 데이터 트랜스퍼(ODX)'란 기술은 2개 서버 윈도 사이에서 파일을 끌어다 놓는것으로 서버OS가 한 시스템에서 다른 시스템으로 데이터를 옮긴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이를 그대로 수행한다. 데이터 중계 역할을 하는 워크스테이션이나 또 다른 서버가 필요없다는 의미다.
비트토런트 같은 P2P형 네트워크 공유 기술도 도입됐다. 지역이 분산된 기업 네트워크를 통해 VM을 마이그레이션 할 때 WAN 구간을 가속하는 효과를 낸다. 브랜치 캐싱으로 불리는 이 기술은 VM에 캐싱공간을 만들어 놓고, 여러 곳에서 액세스할 수 있도록 해 속도를 높여 준다.
네트워크인터페이스카드(NIC) 연계 기능도 내장했다. 기존 윈도서버는 서드파티 업체에서 제공했지만, 윈도서버가 직접 지원하는 것이다. 서로 다른 업체의 NIC를 혼합할 수 있으며, 서드파티 유틸리티나 드라이버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
서버메시지블록(SMB) 2.2 버전도 지원하게 된다. SMB는 파일, 디렉토리, 주변기기를 공유할 때 쓰이는 메시지 형식으로, 서로 다른 OS 간 파일 공유에 사용된다. VM이 SMB와 공통인터넷파일시스템(CIFS) 네트워크 공유 환경에서 돌아가는 것이다. CIFS는 SMB의 변종으로 인터넷에서 원격 컴퓨터 파일, 서비스를 불러내는 표준 프로토콜이다.
인텔이 만든 단일경로 입출력가상화(SR-IOV)는 PCI NIC 하나를 물리적으로 쪼갤 수 있는 기술이다. 개방형 가상 스위치를 확장시켜 서드파티 업체가 하이퍼V의 스위치 아키텍처에 연결할 수 있게 해준다. VM웨어 기술에 기반한 네트워크 가상화 인프라와 유사하다.
■기능으론 VM웨어 턱밑, 그리고 ‘공짜’의 공습
하이퍼V 3.0에서 개선된 기능은 사실 온전히 새롭다고 볼 수 없다. VM웨어의 V스피어나 시트릭스의 젠서버가 제공해왔던 기능이 다수기 때문이다.
최우형 시스코코리아 부장은 “네트워크 기능을 보면 VM웨어 V스피어4 수준과 비슷해졌다”라고 밝혔다.
다만,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 하이퍼V는 VM웨어 수준을 위협하는 위치에 등극할 것으로 보인다. 하이퍼V는 이전까지 커널 기반이 아니라 호스트OS에 하이퍼바이저를 설치하는 방식이었다. 아키텍처가 전혀 달라 일반적인 가상화 솔루션의 적용방식에서 이질성을 가졌다.
최우형 시스코코리아 부장은 “윈도서버8에 탑재되는 하이퍼V 3.0은 커널기반 아키텍처로 변신한 것으로 파악된다”라며 “플랫폼이 비슷해졌기 때문에 생소하던 것들이 사라지고. 페어런트(호스트) OS가 공격받으면 모든 인프라가 흔들린다는 우려도 사라졌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능적으로도 VM웨어나 시트릭스의 수준에 근접했기 때문에, 사용자가 채택을 주저할 요소가 줄어들었다”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가격이 강력하다. 현재 MS는 윈도서버2008 R2 라이선스 구매자가 추가로 카피를 확장해도 라이선스를 더 받지 않는다. 지금도 윈도서버2008 R2의 라이선스는 카피당 1만원꼴로 매우 저렴하다. 서버8을 구매하면 클라이언트 단말기용 OS도 무한정 복제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윈도서버8으로 어느 경쟁사 플랫폼 못지 않은 인프라를 구축하면서도 가격부담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는 의미다. 오픈소스인 시트릭스젠과 레드햇 KVM 등도 가격부담이 없지만 국내에 관련 전문가가 부족하다. OS 자체적으로 고객의 부담이 크기 때문에 일반 기업으로 확산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오픈소스의 이런 약점을 MS의 전통적인 강점인 관리툴 ‘시스템센터’가 사용자 편의성으로 공략한다.
최 부장은 “시스템센터는 데스크톱 윈도의 시스템 모니터링을 하는 것처럼 가상화 환경도 GUI로 쉽게 관리할 수 있다”라며 “국내에도 가상화 플랫폼은 타사를 쓰고, 관리툴만 시스템센터를 쓰는 기업이 많은데, 이유는 편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대규모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공짜에 가까운 가격과, 관리 편의성이란 장점은 적지 않은 파괴력을 갖는다. 클라우드와 가상화는 대규모로 인프라를 구축하기 때문에 라이선스가 가장 큰 장애물이다. 규모가 커질수록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비용이 함께 증가하고, 소수의 인력이 복잡한 인프라를 일일이 체크하는 게 불가능하다.
■제2의 익스플로러 신화 재현할 수도
MS의 윈도서버8으로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가상 데스크톱 인프라(VDI) 시장이다. VDI는 보안의 이점과 함께 망분리를 위해 도입되는 경우가 많다. 원격지 근무자의 중앙 인프라 이용 편의를 위해 도입되기도 한다.
윈도서버8을 도입하면 보안 외의 목적으로 VDI를 도입할 이유가 없어진다. 강화된 마이그레이션 기능을 통해 데이터센터와 사용자 단말기를 하나의 IP로 묶기 때문에 데이터 이동이 쉽다. 또한 WAN 가속 기능으로 사용자 경험도 개선된다.
시스코는 이미 가상화 시장에서 활발히 퍼지고있는 레드햇이나 시트릭스의 하이퍼바이저를 제쳐두고 세상에 나오지도 않은 윈도서버8 지원을 발표했다. 소프트웨어 스위치인 넥서스1000V와 VM펙스를 윈도8에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가상 보안 어플라이언스인 ASA1000V도 윈도서버8을 지원하게 된다.
UCS서버나 넥서스 1000V를 이용해온 고객은 하이퍼V 기반의 가상화 환경에서도 기존 시스코 네트워크 환경을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다. 넥서스를 통해 하이퍼V 환경의 가상 네트워크 환경도 쉽게 관리할 수 있다.
VM-FEX 기능을 통해 하이퍼V를 관리하는 IT담당자는 배포, 구성, 관리 및 가상머신(VM) 전송 트래픽에 대한 진단을 신속하게 할 수 있다. SR-IOV 기술을 지원해 OS가 하드웨어를 직접 제어하는 수준으로 가상머신(VM)의 I/O성능을 보장하게 된다.
마이크 쉬츠 MS 윈도 서버 및 가상화 담당 수석 이사는 “시스코와 협력하기로 한 이번 결정은 가상화된 차세대 데이터센터 구축은 물론 관련 IT 서비스를 제공하고 관리하는데 고객편의를 도모하고자 하는 MS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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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VM웨어가 MS에게 1위 자리를 위협받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VM웨어가 강력한 기능들로 무장하면서, 가상화를 넘어 클라우드 환경 매니지먼트로 초점을 이동하는 만큼 MS와 격차를 계속 벌리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VM웨어 사용고객의 충성도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최우형 부장은 “과거 MS는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OS에 통합된 번들이란 무기를 앞세워 시장 1위였던 넷스케이프를 무너뜨렸다”라며 “그와 유사한 상황이 가상화 솔루션 시장에서도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