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 판도라TV, 토종기업 역차별에 일침

일반입력 :2011/10/16 13:46    수정: 2011/10/16 15:25

정윤희 기자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한국에서 태어났다는 것이 죄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동영상 포털’이라는 개념을 먼저 탄생시켰지만 지금은 유튜브, 넷플릭스, 훌루 등에 밀렸다. 유튜브에게 장악 당하다시피 한 국내 동영상 시장에서 반격을 해보려 하지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국내 저작권 이해관계와 규제 환경은 해외 기업에겐 관대하고 국내 기업에겐 가혹하다. 역차별에 대한 지적이 수년간 이어졌지만, 별달리 변한 것은 없다. 그러다보니 국내 시장보다는 글로벌 시장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게 됐다. 글로벌 공략이라는 원대한 목표가 단순히 핑크빛 꿈에 기반을 둔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 안타깝다.

최형우 판도라TV 대표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판도라TV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이 같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동영상 분야, 저작권 관련 국내 기업 역차별 극심

최 대표는 정부나 산업계에서는 입버릇처럼 글로벌 진출 지원을 외치고 있지만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특히 국내 기업 역차별 문제가 가장 두드러진 곳이 동영상 서비스 분야라는 주장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방송 산업 전체가 방송국들에 의해서 주도돼 왔다면, 해외 시장에서는 특정한 콘텐츠 제작자가 장악할 수 없는 시장이다. 때문에 최근 외국에서는 유튜브, 넷플릭스, 훌루처럼 생산된 콘텐츠를 모아 전 세계에 공급하는 동영상 플랫폼 사업자가 힘을 가지는 모양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판도라TV도 글로벌 플랫폼화를 꾀하고 있다. 이미 전 세계에서 월 3천500만명 이상이 사용 중인 KM플레이어의 성공으로 가능성을 엿봤다. 글로벌화를 선언하고 나자 일단 국내 규제가 장벽으로 다가왔다.

“플랫폼화를 하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걸림돌이 되는 것이 인터넷 실명제였어요. 온라인에서 표현의 자유를 쫓는 디지털 노마드족은 자연스럽게 유튜브로 빠지죠. 실제 이용자 곡선을 분석하면 이런 경향이 분명히 보입니다.”

음원과 관련된 저작권 구조도 문제가 됐다. 일례로 유튜브에 이용자들이 업로드 한 국내 아이돌 관련 영상들은 해외로 퍼져나가 新한류의 전도사가 됐다. 만약 판도라TV에 똑같은 영상이 올라온다면?

“음원 저작권자들이나 음반 관련 협회에서 막습니다. 유튜브의 경우, 대부분의 한류 콘텐츠는 이용자가 올린 것입니다. 그런데 해외 서비스는 서버가 외국에 있으니 아무런 터치를 못하지만 만만한 국내 사업자에게는 안 된다, 돈 내라 요구 사항이 많죠. 심지어 불법 유통을 막겠다고 콘텐츠 DNA를 추출하는데도 업체에게 허가 받고 돈을 내라고 할 정도입니다.”

결국 서비스 자원부터 다르다. 과거 지향적인 라이선스 법률과 적용이 정작 글로벌로 나가려는 우리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얘기다.

■한류 콘텐츠, 12조원 벌 것 10억원 버는 꼴

정부의 지원이 콘텐츠 제작에만 집중된 것도 문제로 꼽았다. 한류가 뜬 것도 정부 주도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이용자들이 많이 보면서 확산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 대표는 이용자가 더욱 쉽고 편하게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병행돼야 하는데 한류가 뜨니 콘텐츠 자체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는 비판을 내놨다. 콘텐츠 접근 플랫폼에 신경을 쓰지 않다보니 불법으로 유통되는 콘텐츠가 태반이라는 지적이다.

일례로는 중국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쿠(youku)를 들었다. 미국 나스닥 시장에 2조5천억원에 상장된 유쿠의 경우 한 달에 1억명 이상의 이용자가 접속해 콘텐츠를 소비한다. 그런데 유쿠에서 제공되는 중국 콘텐츠는 합법적인 반면, 한국이나 일본 콘텐츠는 불법적으로 업로드되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시장에 해외 미니멈개런티(MG)가 어디 있습니까. 그런데 우리나라 산업을 주도하시는 분들은 잘 모릅니다. 방송통신위원회나 정부에서도요.”

결국 단위 콘텐츠의 파워는 단기적이지만, 이를 모으는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장기적인 수익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수익은 콘텐츠 제작자와 배급업자(distributor)가 함께 만들어야 합니다. 한류 콘텐츠에 광고를 넣는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죠. 해외에서 1억달러, 10억달러(한화 약 12조원)를 벌 것을 가지고 우리나라 돈으로 1억원, 10억원을 벌고 있는 상황입니다. 참 한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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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표는 인식과 경쟁 환경도 글로벌하게 가져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해외 시장에 대한 실질적인 조사 자료를 산업계에서 공유하는 동시에, 다양한 회사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제 상장된 회사에만 관심을 가지지 말고 스펙트럼을 넓게 봐야합니다. 해외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우리 기업이 어떻게 서비스하고 있는지에 대해 실질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죠. 내년부터 판도라의 해외 진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겁니다. 이미 성공한 이용자 플랫폼을 넘어서 글로벌 비즈니스 플랫폼으로서의 가치를 키워가는 것이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