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한국형 망중립성 ‘감 놔라, 배 놔라’, 왜?

[망중립성③]인터넷 생태계 선순환 구조 다시 만들어야

일반입력 :2011/09/29 16:33

“2006년 LG파워콤이 하나로텔레콤의 하나TV를 차단한 사례가 있었고, 한국의 휴대폰에서 모바일 플랫폼인 위피(WIPI)가 제거되면서 모바일 시장이 부흥할 수 있었다.”

국내 사업자의 얘기가 아니다. 이달 오픈인터넷협의회(OIA)가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구글 본사의 정부정책 담당자가 발표자로 나와 ‘망중립성(Network Neutrality)’을 언급하면서 꺼낸 말이다.

인터넷의 자유와 개방성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통신사의 무분별한 접속차단이나 불합리한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오는 12월까지 방송통신위원회가 망중립성 정책을 확정짓겠다고 발표하면서, 망중립성은 통신사와 인터넷·제조사·콘텐츠 등 써드파티 간 가장 뜨거운 이슈로 부상했다.

그런데 국내사업자인 NHN(네이버)이나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전면에 나서지 않고 왜 구글일까.

인터넷 진영의 선두에 선 구글이 미국의 망중립성 정책에서 우리보다 앞선 경험을 갖고 있어서다. 아울러, 인터넷의 근간인 TCP/IP 프로토콜을 만드는데 기여해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빈트 서프가 현재 구글의 부사장인 태생적 영향도 있다.

구글코리아 역시 오픈인터넷협의회 회원사로 포함된 까닭도 있다. 이면에는 국내 업체인 네이버나 다음이 전면에 나서 통신사와 각을 세우기 어려운 부담도 작용했다. 오픈인터넷협의회가 리더 없이 말 그대로 협의체로 운영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통신사가 무임승차?

구글을 포함한 국내 인터넷 업계에서는 미국의 망중립성 원칙을 사례로 들며 인터넷망은 사유재산이 아니며 공공 인프라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때문에 한국형 망중립성은 데이터 폭증을 이유로 국내 통신사가 트래픽을 차별하고 추가 이용대가를 요구하는 논리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통신사가 구축한 망에 인터넷사업자가 무임승차한 것이 아니라 콘텐츠와 서비스 중심의 새로운 생태계에 통신사가 무임승차한 것이며, 트래픽 폭증과 망 부하를 이유로 추가 이용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한다.

인터넷 생태계에서 인프라를 지닌 통신사와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사업자가 서로 상호 의존하며 공생한다는 설명이다.

■선순환 구조 다시 만들어야

하지만 통신사의 입장은 다르다.

김희수 KT 상무는 “개방성에 기인해 현재까지 인터넷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인정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지금까지는 윈-윈 게임이었지만 현재 상황은 다르다. ISP 관점에서 차별화된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인터넷 성장기에는 통신사의 가입자가 늘면 인터넷사업자의 콘텐츠나 서비스를 이용하고, 반대로 인터넷사업자의 콘텐츠를 이용하기 위해 초고속인터넷에 가입하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했지만 시장의 포화로 이제 선순환의 고리가 깨졌다는 것이다.

비슷한 예로,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가 전체 스마트폰 가입자의 17.9%(6월 기준)를 차지하지만 데이터 트래픽은 8천752테라바이트(TB)로 전체 트래픽의 86.4%를 점유해 추가적인 수익은 없는데 트래픽 포화·폭주로 비용부담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희수 상무는 “시장에서도 이 같은 상황 때문에 인터넷사업자의 영업이익과 주가는 큰 폭의 성장이 이어지고 있지만 통신사는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며 “음성 통화는 서비스의 연속성이 중요하지만 이메일은 아니다. IP네트워크 자체가 이미 서비스별 트래픽 차등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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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미국의 FCC 역시 사용량에 기반 한 이득을 허용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이를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방통위의 고위 관계자는 “망중립성 원칙은 네트워크 운영자가 콘텐츠나 단말, 사업자, 트래픽을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접속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망중립성을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망이 공짜라는 의미가 아니고 연말까지 망중립성 포럼을 통해 관련 정책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