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진영 "국립도서관 디지털 콘텐츠 산실"

일반입력 :2011/09/23 10:42    수정: 2011/10/06 09:49

남혜현 기자

전자책이 종이책 판매량을 압도하는 것은 먼 훗날 이야깁니다. 지금은 도서관 이용객들에 전자책이 무엇인지, 어떻게 읽을 수 있고 또 활용할 수 있는지 소개하는 것이 우선이죠

국립중앙도서관이 디지털 옷을 입은지 2년. 1천280억원의 예산을 들여 신축한 디지털도서관은 그 사이 어떻게 자리매김 했을까. '도서관=책'이란 도식이 익숙한 사용자들에 디지털 콘텐츠는 어떤 의미로 다가갔을까.

'디지털북 페스티벌'을 일주일 앞둔 지난 20일, 우진영 국립중앙도서관장을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우 관장은 눈코뜰새 없이 바빠 보였다. 회의를 막 마치고 나오는 그의 전화기는 쉴새 없이 울렸고, 인터뷰 이후 서명해야 할 서류도 한가득 쌓여 있었다.

그는 올해 초 국립중앙도서관장직을 맡았다. 이전에는 뉴욕문화원장, 문화부 대변인 등 '문화'와 뗄 수 없는 일을 했다. 그가 뉴욕문화원장으로 재직하던 2007년은 미국서도 전자책 시장이 활성화되던 시기다. 최근 국립중앙도서관의 디지털 사업이 부쩍 활기를 띄는 것도 그의 역할이 크다.

우 관장은 전자책이 지금 당장 종이책을 압도할 큰 시장이라고 보진 않는다. 그가 보는 전자책은 하나의 흐름이다. 서서히 성장하며 종이책과 융합될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다. 그가 도서관의 중요 사업 방향 중 하나로 '디지털'을 꼽는 이유다. 도서관이 이 흐름을 받아들이고 출판 생태계 관계자들과 함께 미래를 준비하자고 권유한다.

때문에 그는 도서관을 '살아있는 장소'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디지털도서관을 직접 방문하는 1일 이용객은 1천여명. 국립중앙도서관 방문객이 2천500여명 정도이니, 절반 가까운 사람들이 디지털도서관을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 중 다수는 콘텐츠를 읽기 위해 도서관을 방문한다. 그런데 도서관은 이들에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보라고 부추긴다.

도서관을 둘러보면 빽빽하게 들어찬 PC 사이로 빈 공간과 칸칸이 나뉘어진 방들이 눈에 띈다. 기존 도서관에선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이다. 방마다 용도도 다르다. 독서토론이나 모임을 위한 세미나실, 이용객들이 직접 영상을 만들 수 있는 UCC 제작실, 커다란 카메라와 조명·음향장비를 갖춘 영상제작실, 콘텐츠 편집 장비 등은 기존 도서관과는 차별화된 부분이다. 이뿐 아니다. 매월마다 전문가를 초청해 IT와 디지털에 관련된 세미나, 포럼을 여는 것도 같은 이유다.

우 관장은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고 정보만 검색하는 장소가 아니라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곳이라고 강조한다. 도서관을 콘텐츠 소비 공간이 아닌 직접 생산하고, 공유하는 소통의 장으로 재정의하는 것이다. 도서의 개념을 확장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스스로 창출하는 것, 도서관2.0으로 명명해도 되지 않을까.

물론 도서관의 변화는 매체 환경변화에 따른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정보를 얻기 위해 도서관에 달려가진 않는다. 포털사이트 검색이 더 간편한 방법이다. 구글같은 거대 IT기업들도 무료 콘텐츠를 기반으로 인터넷 도서관을 계획한다. 도서관의 경쟁자는 무궁무진하다.

작게는 종이책에서 전자책이 융합되고 이 콘텐츠를 다루는 매체들도 융합이 되고 있죠. 결국은 이것들이 다 핸드폰에 들어가게 되는데 이 안에서 볼 수 있는 콘텐츠와 매체가 모두 도서관입니다. 이름에 '도서관'이 붙느냐 안붙느냐의 차이 뿐이지요. 이렇게 되면 도서관이 콘텐츠의 옥석을 가려줄 수 있느냐가 중요해지는 거죠.

우 관장이 말하는 도서관의 경쟁력은 '살아있는 책'이다. 종이책이건 전자책이건, 살아있다는 것은 읽히는 것이다. 사람들이 선택하고, 또 반응을 보이는 책이 '힘'이 있는 콘텐츠다. 도서관은 이 생생한 반응을 채집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곳이다. 이 정보를 다양한 방법으로 독자들에 전달할 수 있다면, 도서관은 꽤 괜찮은 생존전략을 갖춘 셈이다.

때문에 국립중앙도서관은 사람들을 초청해 전자책을 소개하고, 이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꾸준히 준비중이다. 우 관장은 도서관에 부임하니 미래를 볼 수 있어 좋았다고 했는데, 이 미래를 열람객과 함께 나누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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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도서관은 오는 27일부터 29일까지 한국전자출판협회와 손잡고 '디지털북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전자책 개발업체와 유통업체, 출판사, 열람객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해 현재 국내 전자책 시장 현황을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우 관장은 전자책으로 갈수록 출판사와 개발업체, 독자들의 협력과 이해가 더 강화돼야 한다며 서로가 어떤 것을 원하는지 이해를 높여 융합에 효율을 높이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