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잡스가 24일 이사회 의장, 회장으로 물러나면서 불분명해진 그의 역할과 관련 IT업계 주변에서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과연 그의 역할은 무엇이고 롤모델은 누가 될 것인가에 대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씨넷은 25일(현지시간) 윌리엄 캠벨 인튜잇 CEO를 역임한 현 인튜잇 회장이 잡스의 역할 모델이 될 것 같다는 스턴아지증권사 쇼 우 분석가의 말에 주목했다. 그는 “잡스가 시간이 갈수록 점점더 아버지같이 돼 가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보도는 이와함께 IT업계의 회장자리와 CEO자리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하면서 카리스마 넘치는 혁신적 최고경영자(CEO)인 잡스회장의 향후 역할 모델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함께 점검했다. 씨넷은 IT업계의 회장직에 대해서는 “이 자리가 점점더 CEO 출신 임원을 품위있게 내보내는 방식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함께 CEO와 회장을 한사람이 맡게 되는 회사의 경우엔 그의 공석이 경영공백이 생길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마크 허드 CEO 겸 회장이 성희롱스캔들로 물러나면서 경영공백을 빚었던 HP의 사례를 소개했다.
■IT업계의 CEO와 회장이라는 자리
대부분의 회사에서 최고경영자(CEO)는 쿼터백 역할을 하면서 팀전체의 경기가 정확하고 매끄럽게 이어지도록 한다. 반면 회장은 코치로서 경기흐름의 좀 더 큰 그림을 보게 된다.
영화 스타워즈에 비유하자면 루크 스카이워커가 CEO고, 요다는 회장격이며, 이에 대입해 보면 잡스는 그의 현명한 조언을 팀쿡에게 하게 될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잡스가 막 오른 회장의 위치는 그와 애플의 결별을 알려주는 첫걸음이 될 전망이다.
특히 IT세계에서의 회장 역할은 지난 수년간 진화해 왔다. 경영진을 오래 해 온 카리스마 넘치는 CEO의 경우 대부분 회장역할을 겸임하면서 회사를 철저하게 관리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럴 경우 너무 많은 힘이 집중될 것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을 감안해 많은 회사들의 경우 두 사람에게 역할을 나눠 맡기게 된다. 이때 CEO는 매일매일 회사운영을 체크하고 회장은 회사를 끌고 갈 방향을 정하며, 주주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조심스레 회사를 이끌어 나가게 된다.
■잡스의 회장자리는 나이키 회장과 구글회장의 중간
나이키의 공동창업자이자 회장인 필 나이트는 여전히 엄청난 파워를 가지고 있으며 경영리더십에 있어서의 변화를 주도했다.
구글의 회장인 에릭 슈미트는 이와 반대로 회사의 방향성 설정을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에게 넘겨 준 무늬만 있는 명예직 회장님이다.잡스는 이들 두 회장들의 중간적 위치에 처할 것으로 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애플의 창업자는 지난 1월 이미 병가를 내고 치료차 회사를 떠났을 때 자신의 운영책임을 팀 쿡에게 맡긴 바 있다.
잡스에 대해 스턴아지증권사의 쇼 우 분석가는 또 “시간이 갈수록 그는 더욱더 자신의 팀을 이끄는 아버지같은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고 잡스를 평가했다.
잡스는 앞으로 애플 내에서 인튜잇의 전 CEO이자 현 회장인 윌리엄 캠벨같은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 분석가는 캠벨이 회사내의 가장 나이많은 정치가라면서 이제 잡스가 그러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IT업계 회장직 점점더 빛을 잃어가고 있다.
그러나 회장의 역할이 점점 덜 중요한 자리로 바뀌고 있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글로벌이쿼티의 트립 초드리 분석가는 회장의 역할은 점점더 CEO를 회사밖으로 내치는 우아한 방식이 되었다고 말했다.
일례로 버라이즌커뮤니케이션 CEO 아이번 사이덴버그는 CEO로서 퇴임했지만 로웰 맥커덤이 후임 CEO가 되자 회장직만 유지했다.
초드리분석가는 “애플의 경우 잡스가 이미 향후 3년간의 애플 제품생산 로드맵을 확정했고 이제 품위있게 회사를 떠나려고 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는 “잡스는 그 스스로 애플과 거리를 두려하고 있다”며 “나는 그가 이미 자신의 가이드라인을 주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회장의 역할을 분리시키려는 보다더 광범위한 경향은 활동가주주들과 투자자옹호그룹에 의해 촉발되고 있는데 이들은 CEO직과 회장직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은 이익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이로 인해 회자의 정규활동을 직접 관할하지 않는 수많은 이사들이 만들어졌으며 이로인해 이들은 주로 경영성과, 이사회 모임운영, 그리고 그들이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에 대한 평가 쪽에만 신경쓰게 된다.
■회장-CEO겸임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은?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회사는 여전히 회장을 겸임하는 CEO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회장과 CEO를 겸임토록 한 회사는 델(마이클 델),AT&T가 있으며, 분리한 회사는 HP(레오 아포테커 CEO),버라이즌(로웰 맥커덤 CEO), 애플(팀 쿡 CEO) 등이 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CEO를 겸임하는 회장님에는 마이클 델 회장같은 인물이 있다.그는 자신이 세운 델컴퓨터에 대한 전면적인 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07년에 이사회와 함께 케빈 롤린스를 축출하고 그 스스로가 다시금 회사를 이끌고 있다.
AT&T또한 전통적인 겸임 모델을 고수하고 있는데 랜달 스티븐슨이 전임 에드 휘태커처럼 CEO회장직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의 최고직에 결정권을 집중시키는 것은 때때로 반동을 불러오게 된다. 지난해 마트 허드 HP CEO 겸 회장이 성희롱 스캔들로 사퇴했을 이 회사는 CEO도 회장도 없는 회사가 되어버렸다. 4년 전 허드는 이미 둘로 나뉘어져 있던 자리를 강화하기 위해 스스로 이 두자리를 꿰찬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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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는 이렇게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지난 10월 레오 아포테커를 CEO로, 레이먼드 레인을 결정권 없는 회장으로 임명한 바 있다.
다행히 애플은 HP가 겪는 것같은 정체성 위기를 갖고 있지는 않다. 잡스의 경우 그가 직접 운영하지 않더라도 회사가 갈 방향에 대한 강력한 비전을 가지고 있는 회장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