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 대작으로 승부난다”

일반입력 :2011/08/24 11:42    수정: 2011/08/24 15:12

전하나 기자

‘손 안의 온라인게임’

지난해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가 설립한 위메이드 크리에이티브가 스마트폰 게임 비즈니스 대열에 합류하면서 내건 슬로건이다. 이 회사는 내달부터 1년 이상 준비해 온 ‘마스터오브디펜스(가칭)’와 ‘펫츠(가칭)’를 시작으로 스마트폰 게임 공세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이미 앱스토어 시장서 게임성을 인정받은 ‘헤비매크’ 등도 새단장한 모습으로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사업에 속도가 붙겠지만 단타성 다작으로 물량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은 아니다. 중견 기업으로서 위메이드가 쌓아온 온라인게임 개발·서비스 경험을 제대로 살려 묵직한 ‘물건’을 내놓겠다는 심산이다. 이런 까닭에 지난 23일 서울 구로동 위메이드 본사에서 만난 박종하 이사에겐 ‘멀리 내다보고 천천히 간다’는 느긋함이 엿보였다.

“지금 나와 있는 게임 대부분이 짧게 즐기고 마는 장르지만, 시장의 속성으로 보나 사업적 판단에서나 장르의 다변화를 꾀할 때가 됐다고 봅니다. 위메이드는 ‘한 판’하고 마는 게임이나 패키지 게임처럼 장시간 즐긴 뒤 ‘클리어’하는 게임이 아닌 이용자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장기간 지속하는 스마트폰 기반의 온라인 게임을 만들 겁니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마켓과 유저만 보고 간다는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어려운 게임을 만들겠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는 “스마트 디바이스는 직관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개발자들과 의기투합하면서 늘 상기하는 목표가 ‘제발 어렵지 말자’는 것”이라고 했다.

쉽고 오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지향하는 키워드는 ‘심리스(seamless)’와 ‘멀티플랫폼(Multi-platform)’ 두 가지다. 스마트폰, 태블릿PC는 물론 PC에서도 같은 게임을 끊김없이 편리하게 하고, 다른 이용자와의 대전 또한 가능토록 지원할 방침이다. ‘길게’가 아닌 ‘오래’ 게임을 즐기게 하기 위해서다.

“물론 게임의 특성을 고려하다 보면 모두 멀티플랫폼으로 확장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최우선적으로 ‘다양한 게임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경험을 만들어내는 일에 개발 초점을 맞출 겁니다.”

때문에 박 이사는 기존 3개월 내지 6개월로 치는 모바일게임의 수명 역시 길게 내다봤다. 그는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미르의 전설’처럼 10년 가는 스마트폰 게임을 만들어 보자는 목표”라며 “이를 위해 서비스 이후 꾸준히 체계화된 업데이트를 할 수 있는 제작 공정을 갖추는데 시간과 공을 많이 들였다”고 밝혔다.

박종하 이사는 PC통신 유니텔 시절, 온라인 바둑, 장기, 체스 게임을 만든 주인공이다. 이후 여러 온라인게임 회사를 거쳐 2007년 위메이드에 합류, 지난해부터 위메이드 크리에이티브 개발본부 수장을 맡고 있다. 그리고 이제 스마트폰 게임 사업은 회사의 신성장동력인 동시에 그에게도 ‘비전’이 됐다.

“IT 1세대를 지나온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스마트폰 시장은 그동안 우리가 겪은 변화들을 훨씬 뛰어넘는 큰 기회라는 확신이 듭니다. 또 저 같은 올드 보이에게는 이번이 ‘라스트 찬스’인 것 같다는 판단도 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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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가능성 하나만 믿고 새로운 시장에 뛰어든 그는 든든한 동행자도 얻었다. 바로 NHN 엔플로토를 박차고 나와 인디개발자 선언을 한 뒤 초기 앱스토어 시장에서 ‘헤비매크’라는 게임 하나로 ‘대박신화’를 일궜던 변해준 씨다. 현재 위메이드 크리에티이브에서 별도의 직책 없이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는 그의 작품은 내달 중 이용자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위메이드 크리에이티브가 후발주자라고 여기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이 시장에서 마켓 리더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앞으로도 무궁무진하게 열려있다고 봅니다. 매출이나 손익분기점과 같은 당장의 재무적 목표가 아니라 글로벌 이용자의 니즈를 세밀하게 살피면서 큰 걸음을 떼겠습니다. 위메이드가 머지 않아 게임개발자컨퍼런스(GDC)와 같은 국제적 행사에 방문자가 아닌 스피커로 초청받을 날도 기대해 볼 만 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