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스토리지, 에너지등급 표기 파문

지경부, 서버·스토리지 에너지효율인증 추진

일반입력 :2011/08/19 10:10    수정: 2011/08/19 10:13

정부가 서버, 스토리지 등 데이터센터 기자재를 에너지소비효율등급표시제도 대상으로 지정하는 것을 추진한다. 이에 글로벌 IT업체들이 현실에 맞지 않은 과도한 규제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식경제부와 에너지관리공단은 IDC 효율향상을 위해 서버, 스토리지 등 데이터센터 기자재를 에너지소비효율등급표시제도 효율관리기자재로 지정하는 것을 추진중이다.

관련업체 전문가들을 모아 ‘서버, 스토리지 효율향상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의견을 취합한 뒤 이달말 관련 규정 초안을 마련하고, 법령 정비를 거쳐 내년 1월 1일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에너지소비효율등급표시제도는 효율관리기자재 대상제품에 1~5등급으로 에너지소비효율등급라벨을 부착토록 하는 제도다. 현재 전기냉장고, 전기세탁기 등을 비롯해 23개 품목을 대상으로 한다.

인증라벨은 월간소비전력량, 용량, 1시간 사용 시 CO2배출량, 연간에너지비용, 소비효율등급 등을 표시해야 하며, 최저소비효율기준 미달제품의 경우 생산과 판매를 금지한다. 위반시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징수한다.

지경부는 서버, 스토리지 등의 에너지소비효율 측정을 위해 해외 관련 제도를 참고할 계획이다. 참고대상으로 미국의 에너지스타(ENERGY STAR for Server v.2.0)와 SERT(Server Efficiency Rating Tool) 등이 검토되고 있다.

정부 계획이 실현되면 서버, 스토리지 제조, 수입업체는 신제품 판매 전 시험인증기관에 테스트를 의뢰해 에너지소비효율성 검증을 받아야 한다. 서버와 스토리지의 경우 글로벌 IT업체가 시장주류기 때문에 제도시행 대상은 IBM, HP, 오라클, 델, EMC 등 대부분 글로벌 IT기업의 한국법인이다.

■IT업체 반발...실효성 없는 과도한 규제

해당 IT업체들은 정부의 이같은 계획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에너지절감에 대한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실효성없는 과도한 규제라는 것이다.

업계는 데이터센터 에너지효율성이 서버나 스토리지 구성 기자재 개별에 달려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데이터센터 에너지소모량이 서버, 스토리지보다 냉방, 공조, UPS, PDU 등의 데이터센터 설비에 좌우된다는 것이다.

제조업체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과 시간도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현행법대로라면 모든 장비는 시험 및 인증대상이다. 그러나 고가, 고성능 장비인 만큼 실제 엔지니어를 지원해야 하므로 인건비, 인증비용 등이 모두 업체부담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또, 수입업체는 시험준비를 위해 운송 등을 고려할 때 최소 4개월 이상 기간이 걸릴 전망이다.

시험인증의 객관성도 고민거리다. 에너지 등급제를 위해 정부가 참고하겠다고 밝힌 미국의 체계도 무한대에 가까운 조합을 보이는 데이터센터 제품 전체에 적용하는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강력한 규제효과를 낳을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실제 해외의 경우 서버 및 스토리지 제품을 법적 의무 인증 체계로 편입한 사례는 없다.

정부가 참고하겠다고 밝힌 미국 에너지스타는 상위 25%의 우수제품에 부여하는 자발적 인증 체계일 뿐 법적 제제를 하지 않는다. 취지자체가 다른 만큼 법적 의무 인증 체계에 인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시행시점까지 반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적절한 인증방법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미국 에너지스타 v.2.0과 SERT의 경우 현재 표준화 작업을 진행중이며 내년 중 최종안이 확정된다.

■개별 제품 보다 데이터센터 전체를 봐야...

업계는 기업용 시스템의 속성상 법적 의무 인증 대신 장려 인증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지난달 1일로 서버 제품이 대기전력저감대상 프로그램으로 편입된 만큼 새로운 제도 시행 초기에 다시 다른 제도의 적용을 모색하기보다 현존 프로그램의 안정적인 시행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조업체의 자체 시험결과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또한, 개별제품에 대한 효율등급제보다 에너지 효율을 데이터센터 전체적인 규모로 판단하자고 주장했다. PUE 등 관련 표준을 활용해 평가한 후, 우수한 효율 관리 역량을 보유한 데이터센터에 인증을 부여해, 인증 취득을 장려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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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글로벌 IT업체 한국법인의 관계자는 “에너지절감이란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시행목표 시점, 인증기준마련, 제품 속성을 고려할 때 서버나 스토리지의 에너지효율 인증을 의무화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다”라며 “특별한 준비없이 다른 산업에 사용되는 제도를 끼워 맞추는 것은 피해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에너지관리공단 측은 “현재 계획 추진을 위한 기획단계일 뿐 언급할 만큼 결정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