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서비스도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

일반입력 :2011/08/16 16:07

정윤희 기자

“우리나라에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혹은 휴대폰 등 통신 서비스에 가입하려고 하면 반드시 주민등록번호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어느 법령에도 통신서비스 실명제에 대한 근거는 없다.”

통신서비스 실명제가 개인정보 보호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왔다. 통신서비스에 가입할 때 주민번호를 수집하는 것에 대한 법적 근거는 없으나 이미 관행화 돼있고, 규제당국도 이를 방치한다는 주장이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는 16일 환경재단 레이첼카슨룸에서 열린 ‘3천500만명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원인 및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전 이사는 “통신실명제에 대한 법적 근거가 하나도 없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대포폰(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개통한 휴대폰)도 합법”이라며 “법적 근거는 없지만 현실적으로 주민번호를 제공하지 않으면 통신서비스를 쓸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 통신실명제가 관행화된 이유로는 후불요금제를 들었다. 통신사업자로서는 후불요금제에 따르는 체납, 미납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 주민번호를 수집한다는 설명이다.

전 이사는 “사업자가 이용자에 대한 강력한 채권 추심수단을 확보하기 위해서 주민번호를 수집하는 것”이라며 “이들은 3개월 이상 요금이 밀리면 신용불량자로 등재한다는 협박을 함으로써 추심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선불 요금제를 사용한다면 주민번호를 수집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현재는 만약 선불 요금제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주민번호를 사업자에 제시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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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이사는 “통신서비스 역시 과도한 정보를 수집하지만, 주민번호 유출에 대한 대책을 논의할 때 통신실명제가 거론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당국은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에 대해서 손을 놓은 거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현실적으로 무력화된 인증(주민번호)을 유지하려고 애씀으로써 소비자를 굉장한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는 용감하게, 담대하게 사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