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시민단체, 개인정보 유출원인 ‘동상이몽’

일반입력 :2011/08/16 15:32    수정: 2011/08/16 15:41

정윤희 기자

네이트-싸이월드 개인정보 유출의 원인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와 시민단체들이 엇갈린 해석을 내놨다. 시민단체들이 유출 원인으로 인터넷 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를 지목한 반면, 방통위는 각각의 사안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16일 환경재단 레이첼카슨룸에서 열린 ‘3천500만명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원인 및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방통위 관계자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개인정보 유출 원인에 대한 격론을 벌였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그동안 인터넷 실명제는 기업들로 하여금 주민등록번호를 보관하는 근거로 인식돼 왔다”며 “아이핀 홈페이지 등을 봤을 때, 방통위 역시 지금까지 그렇게 이해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방통위가 이제 와서 인터넷 실명제가 주민번호 수집을 의무화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놔도, 최소한 기업들의 주민번호 보관을 방치해온 것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

현행 정보통신망법 시행령 제29조(본인확인조치) 3호에서는 ‘게시판에 정보를 게시한 때부터 게시판에서 정보의 게시가 종료된 후 6개월이 경과하는 날까지 본인확인 정보를 보관할 것’이라고 규정돼있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는 “인터넷 실명제는 신용만 있으면 되는 일반적인 거래에 있어서 신원을 요구하는 굉장히 이상한 제도”라며 “우리가 길거리에서 김밥을 파는 할머니에게 주민등록증을 제시하며 김밥을 살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아울러 “인터넷 실명제는 실명확인일 뿐이지 본인확인은 될 수 없다”며 “이용자가 이름과 주민번호를 입력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진짜 본인인지 확인할 수단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인터넷 실명제의 허점에 대해 지적했다.

김학웅 변호사(법무법인 창조) 역시 “지난 2008년 옥션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달라진 것은 피해 업체밖에 없다”며 “인터넷 실명제는 악플 방지를 위한 본인확인이라는 당초 목적과는 전혀 관계없는 정보 수집을 조장함으로써 개인정보 유출 피해 범위를 늘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방통위는 인터넷 실명제가 모든 이용자의 주민번호 수집을 의무화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광수 방통위 개인정보보호윤리과장은 “관련법 규정에는 본인을 확인하라고 돼 있을 뿐 주민번호를 수집하라는 조항은 없다”며 “포털 등은 신용평가기관에 본인임을 확인한 기록만을 가지고 있으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인터넷상에서 개인정보를 수집, 보관해야하는 것은 금융거래나 게시판에 댓글을 달 때 등 제한적인 경우”라며 “이용자가 물건을 살지 안살지, 댓글을 달지 안 달지도 모르는데 가입시부터 주민번호를 수집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방통위는 인터넷 서비스가 이용자의 주민번호를 수집하는 것에 대해 동명이인 식별, 포인트몰 등 연계서비스 활용, 주민번호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등을 이유로 꼽았다. 현재 국내에서 주민번호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회원 가입하는 사이트는 약 40만개에 이르는데, 이들 중 90% 이상이 서비스 이용에 불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주민번호 등 과도한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과장은 “회원가입을 받는 40만개 사이트에 대해 DB 구성을 새로 하는 방식으로 올해안에 주민번호를 사용하지 않도록 전환할 것”이라며 “금융거래법 등에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개선하고, 정통망법에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추가하는 방안으로 점진적인 로드맵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기본적으로 방통위는 주민번호를 온라인에서 사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정책 방향을 가져갈 것”이라며 “불가피하게 필요한 경우에만 아이핀을 사용하라는 정책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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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주민번호 폐지 주장에 대해서는 “주민번호를 폐지하거나 변경하는 문제는 많은 사회적 혼란과 비용이 발생한다”며 “현재 주민번호는 인터넷뿐만 아니라 많은 공공서비스의 기반이 되기 때문에 유출됐다는 이유만으로 폐지를 주장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반면 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토론회 말미에서 “상임위원으로서 인터넷 실명제가 개인정보 유출사건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며 “책임을 통감하고 있고, 이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시민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해 실명제 폐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