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 방송장비 시장에 활력? “글쎄”

일반입력 :2011/08/10 11:28    수정: 2011/08/10 17:05

정현정 기자

“국내 방송장비 시장이 디지털 전환과 종합편성·보도전문채널 등 신규 방송사업자 선정, 뉴미디어 방송 도입 등으로 연평균 7%씩 성장해 오는 2018년에는 3조4천525억원에 달할 것이다.”

지식경제부가 지난 4일 내놓은 국내 방송장비산업 실태조사 내용이다. 지경부가 파악한 국내 방송장비 시장 성장 전망치인 7%는 전 세계 방송장비시장 성장 전망치인 연평균 6.7%를 상회하는 수치다. 그야말로 ‘장밋빛’ 전망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과 방통융합 신규 서비스의 출현 등은 IT강국인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제조업계와 방송사 간 협력과 정부 지원이 이뤄진다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국산 방송장비로 중계되는 경기를 관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국내 방송장비 업계 시선은 싸늘하다. 지경부가 내놓은 수치는 실제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디지털 전환만 해도 내년 지상파 방송사들의 디지털 전환이 끝나면 2013년 이후 방송사 수요는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을 위한 DTV 중계기와 주변장비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지만 내년도 지상파 디지털 전환이 종료되면 방송사들의 장비구매가 마무리되면서 시장이 축소될 것으로 본다”면서 “종편채널 역시 국산장비 채택율이 5%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전망이 우세하다”고 전했다.

방송장비 국산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문제는 신뢰도다. 국산장비의 신뢰성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사들이 방송사고에 대한 부담을 떨치기 어렵다.

지경부가 파악한 방송사의 국산화율은 15% 수준이다. 비방송사의 국산화율도 25%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국산화 분야도 제작장비 쪽은 거의 전무한 상황이고 송수신장비나 모니터, HD문자발생기, 스피커, 조명 등 중저가 주변 장비 등이 대부분이다.

지상파 방송 관계자는 “국산장비는 신뢰성에 가장 큰 결점이 있다”면서 “검증되지 않은 국산 장비 사용으로 방송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은 전적으로 방송 관계자가 지는 것이 가장 큰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장비 업계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방송사가 국산장비를 구매했을 경우 국산장비에 대한 방송사고 면책기능을 부여하고 방송사업자 허가 재평가 시 방송장비 구매율을 평가에 반영해 가점을 줘야한다고 주장한다.

주관부처가 지경부와 방통위로 이원화되면서 오히려 산발적인 정책이 이뤄진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경부가 방송장비시장에 끼어들어 방통위와 주도권 다툼을 벌인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방통위와 문화부가 콘텐츠 주도권을 놓고 싸우면서 프로덕션들이 힘들어지고 부처 간 갈등만 조장된 것처럼 방송서비스와 기술정책을 총괄하는 방통위가 있는데 지경부가 방송장비산업에 뛰어들어 성과 위주의 정책을 펴면서 방송장비를 전자제품 개념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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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방송장비 보급을 위해 방송사 외에 학교나 공항, 군부대 등 공공기관이나 교회, 사내방송국, 연회장 등 민간부문에 비방송사 수요를 공략하는 게 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교회 음향장비 시장이 1개 방송사 규모를 뛰어넘는다”면서 “지상파 방송사의 디지털 전환은 마무리가 돼가지만 케이블을 비롯해 종편채널과 비방송사 등에서 디지털 전환과 HD 전환에 따른 수요가 발생할 여지도 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