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고, 빨라지고’…차세대 라우터 전쟁

일반입력 :2011/06/30 15:06    수정: 2011/06/30 16:32

유선네트워크 인프라를 둘러싼 서비스 라우터 기술경쟁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모바일, 비디오 등 트래픽 폭증으로 기존 네트워크 투자를 늘려야 하는 통신사에게 해결책을 제시하겠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통신사 유선네트워크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와 함께 모바일 트래픽을 소화하는 백본역할을 한다. 트래픽과 사용자의 증가, 신규 서비스의 추가로 IP/MPLS 라우터는 더 큰 용량과 더 빠른 속도를 요구받는다. 이와 함께 관리측면에서 네트워크 구성을 단순화하는 것도 필요해졌다.

알카텔루슨트는 29일 400기가급 라우터용 네트워크 프로세서를 선보였다. 라인카드당 100Gb포트 4개로 400Gb 전송용량을 지원하면서, 전력소비는 절반으로 줄였다. 이에 앞서 시스코시스템즈는 서비스 라우터에 클러스터링 기술 적용했다. 주니퍼네트웍스도 IP라우터의 새로운 칩셋과 신기술 도입을 예고했다.

■알카텔루슨트, 핵심은 칩셋에 있다

자동차의 엔진처럼, 네트워크 프로세서는 라우터의 성능을 좌우한다. 알카텔루슨트는 2003년 타이메트라를 인수한 후 서비스 라우터란 개념을 처음으로 들고 나왔다. 당시 10G급 프로세서를 발표했고, 2008년 100G 프로세서를 내놨다. 이번은 세번째 버전으로 기존 성능을 네배 향상시켰다.

400G 전송 속도를 제공하는 FP3는 고대역폭 서비스 및 애플리케이션, 콘텐츠 등을 지원할 뿐 아니라, 전력소비량을 최대 50퍼센트까지 줄인다. 기가당 소비전력이 2W다.

김상용 한국알카텔루슨트 이사는 “FP3는 향후 고성능 공공 및 사설 IP망의 대역폭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개발됐다”며 “한 개의 FP3 네트워크 프로세서로 동시에 7만개의 HD급 동영상 스트리밍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알카텔루슨트의 네트워크 프로세서는 업계 최고 성능에 해당한다. 통신사에게 닥친 대역폭 부족 문제를 프로세서 속도향상과 용량확대로 해결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김상용 이사는 “밴드위스 부족부분은 고속 프로세서로 해소해야 빠른 서비스 론칭이 가능해지고, 혜택이 가입자까지 내려간다”며 “또 소비전력을 낮추고 공간활용도를 높이려면 프로세서 개발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트래픽에 비해 매출을 얻지 못하는 오늘날 통신사의 고민은 결국 OPEX 최적화로 풀 수밖에 없다”라며 “복잡한 장비 레이어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게 최고의 방법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프로세서로 용량과 속도를 높이는 것 외에 클러스터링을 도입하지 않고 있다.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장비 레이어를 줄일 때 클러스터링이 잘못된 방향은 아니지만 현 실정과 맞지 않아 어렵다”라며 “통신사업자 입장에서 네트워크 장비를 논리적으로 모은다고 할 때 관리비용이 늘어나고, 많은 시험과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시스코, 라우터에 클러스터링 적용해 계층 단순화

지난 10일 시스코시스템즈는 서비스 에지라우터 제품 ASR 9000시리즈를 업그레이드했다. 최대 96테라비트(TB)까지 전송할 수 있게 했는데, 이는 'nV(네트워크 버추얼라이제이션)'란 기술을 채용함으로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이상원 시스코코리아 SP SE1팀 상무는 “nV라는 기술은 컴퓨팅 분야에서 활용되는 클러스터링, 가상화 등과 유사한 개념”이라며 “에지와 애그리게이션을 상하로 합치고, 동일 레이어에서 서비스별로 나뉜 물리적인 라우터를 합치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통신사는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할 때마다 인프라를 새로 덧붙이는 방식을 써왓다. 유선네트워크에서 액세스, 애그리게이션, 에지 등마다 라우터를 추가했던 것이다.네트워크 구조가 복잡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ASR에 투입된 nV기술은 하나의 라우터로 여러 대를 도입한 효과를 낸다. 떨어져 있는 물리적인 장비를 하나로 보이게 할 수 있고, 큰 용량을 바탕으로 한 장비에서 서비스를 구분해서 액세스로 뿌려줄 수 있다. 라우팅, 패킷 포워딩을 단 하나의 장비로 수행한다.

시스코 ASR 9000 시리즈는 nV 기술로 대당 최대 8만4천840개 기가비트 이더넷(GE) 포트를 지원해 최대 96테라비트 속도를 구현한다. 1분에 18만개의 DVD 용량에 해당하는 트래픽을 처리할 수 있다.

고용량 장비에서 여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니 전반적인 장비 도입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장비 하나가 지원하는 용량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주니퍼, MX시리즈 업그레이드 기대하라

주니퍼의 서비스 라우터제품은 MX시리즈다. 이 회사는 MX시리즈를 단순한 제품이 아닌 플랫폼으로 본다. 한 대의 장비에 여러 기능을 올려서 투자대비 수익 악화에서 비용절감에 초점을 맞췄다.

주노스 트리오 칩셋을 사용하는 MX시리즈는 대역폭, 가입자, 서비스 등을 모두 올려도 성능저하가 없어야 한다는 콘셉트를 내세운다. 이른바 3D 확장성이다.

김병장 한국주니퍼네트웍스 상무는 “MX시리즈를 유니버셜 에지로 부르는데, 굉장히 투자를 많이 하고 안정성과 기능개발에 정성을 들이고 있다”라며 “이제 다양한 프로덕트 라인보다 MX시리즈를 다양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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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칩셋 자체에 공을 많이 들이고 있고, 엔터프라이즈급 MX시리즈도 다음분기 출시할 계획”이라며 “조만간 차세대 ASIC 칩셋을 공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시스코의 클러스터링에 대해서는 이미 지원하는 기술이라고 일축했다. 김 이사는 “업데이트 될 주노스 운영체제는 MX960 두 대를 한대로 동작하는 기술을 지원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