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화는 만화계의 오랜 숙원이다. 이제 사업자에게는 보다 예측가능하고 작가들에게는 보다 공정하고 독자들에게는 보다 편리한 시장이 눈앞에 있다. 변화는 더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24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한국형 디지털만화의 글로벌 유통전략 세미나’에 기조연설자로 참석한 윤태호 작가는 이같이 말했다. 윤태호는 인기 만화 ‘이끼’를 그린 작가로, 이 만화는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누린 바 있다.
이날 세미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경기도, 부천시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만화 유통지원 플랫폼 구축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디지털만화 유통지원 플랫폼은 미디어 소비 환경 변화에 따라 위축되고 있는 만화출판사업을 육성하고자 오는 2012년까지 총 2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사업이다.
윤태호 작가는 “최근 만화와 관련해서 유례없이 많은 공청회가 있었다. 만화산업진흥법까지 생긴다고 하니 반갑지 않을 수 없다”면서 “그러나 뉴미디어환경에 대한 커다란 기대 한편에는 우리 만화계의 공포심이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인큐베이터에서 아슬아슬하게 갓 태어한 만화를 제대로 돌보지 않고 또 주변의 멸시에 잘 대처하지 못했던 탓에 1980~90년대 우리 만화계가 거둔 눈부신 성취감을 발전 동력으로 이용하지 못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더욱 지금의 변화를 외면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윤 작가는 이번 디지털유통플랫폼 사업을 만화계가 새로운 경험을 축적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로 여겼다. 이 사업은 만화콘텐츠를 모든 디지털 매체로 배급 가능한 퍼블리싱시스템을 구축한 뒤 이를 통해 만화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직접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들어 판매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골자다.
그는 “만화가들은 (해당 사업을 통해) 디지털환경에서 단순 뷰(view)형태가 아니라 음원처럼 온전한 파일형식을 제공하는 거래를 이뤄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에 앞서 윤 작가는 “무료 대여만화에 대한 만화계의 상처는 무척 깊다”고 했다. 무료 만화가 과거 대여방에서 P2P사이트, 포털 웹툰, 전자책 등의 서비스로 진화해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디지털 환경에서 의욕적으로 출발했던 유료사이트는 매번 실패했으며 포털의 무료 웹툰만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고 토로했다. 때문에 만화가 쉽게 소비되는 오늘날의 환경에서 작가들에겐 작품 유료화가 우선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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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재 온라인비즈니스모델에 대한 만화가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작품 유료화를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주장과 무료 웹툰으로 파생되는 가치도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엇갈리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윤 작가는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은 만화 제작·소비환경을 둘러싼 많은 가치가 디지털에 있다는 것이다”며 “과거의 실패를 아프게 기억하고 미래를 현실적으로 구체화하기 위해 (디지털유통플랫폼과 같은) 새로운 경험을 준비할 때”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