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몰입 상담치료센터, 성공할 수 있을까

일반입력 :2011/06/17 13:56    수정: 2011/06/20 15:31

전하나 기자

“세계 어디에도 게임에 ‘중독(addiction)’ ‘질병(disease)’이라는 의학적 기준은 없습니다. 단지 ‘돈 몇 억을 잃었다’ ‘사람을 죽였다’ 등의 병적인 현상만 있을 뿐이죠. 이 같은 상황이 의사인 제게는 참 딜레마입니다. 그래서 더욱 게임과몰입 치료를 위한 개발법과 진단 척도를 제대로 만들어야 된다는 사명감이 듭니다.”

지난 8일부터 꾸려진 게임과몰입상담치료센터의 총책임자, 한덕현 중앙대 신경정신과 교수를 만났다. 그는 “진단 방향에 따라 중독군 분류 대상이 적게는 4% 많게는 25%까지 달라지기 때문에 명확한 척도를 확립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선 게임과몰입이 병인가를 직설적으로 묻는다면, 맞다고도 아니라고도 할 수 없다”고 담담히 토로했다. “연구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중독이라는 기준을 절대 단선적으로 규정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차분한 설명이 따라온다.

한 교수는 최근 게임과 관련한 일련의 규제 움직임에 대해서 관심있게 지켜봐왔다고 했다. 게임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은 가운데 중차대한 일을 맡게 된 것에 대한 부담은 당연히 클 수밖에 없었다.

그는 “게임을 무척 좋아하는 게이머로서 (셧다운제와 같은) 규제를 강행하는 과정에서 감정적으로만 치우치지 않았나 서운했다”고 밝혔다. 또 그 자신도 게임과 관련한 뇌과학 연구 논문을 쓰면서 “게임문화와 관련한 우리 사회의 인식 수준이 얼마나 척박한지 느껴봤다”고 했다.

그래선지 그는 항간에서 우려하는 ‘낙인효과’에 대해서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 한 교수는 “게임과몰입은 마음의 병”이라며 “이를 치료하는 것은 뼈가 부러져 골절이라는 병명을 얻는 것처럼 단순한 일이 아니라 오랜시간 대화를 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게임과몰입은 대개 ‘공존질환’ 케이스로 분류된다. 게임 자체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일상생활에 차질을 빚기 보다 우울증과 같은 병이 원인이 돼 찾아오는 일종의 합병증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뇌가 손상을 입어서 손쓰기 어려운 마약이나 알콜 중독보다 악화됐다가 다시금 정상으로 돌아오는 유동적인 예후가 많다.

센터는 향후 외래상담방, 그룹치료방, 입원실, 가상현실방 등으로 나뉘어서 운영될 계획이다. 청소년 뿐 아니라 6세 미만 영유아 아동의 놀이치료를 전담하는 시설도 마련됐다. 이는 순수하게 게임과몰입 치료 연구만을 위한 공간이 국내에선 물론 세계적으로도 첫 삽을 떴다는 데 의미를 갖는다.

문제는 게임과몰입에 특화된 치료법의 부재다. 게임과몰입에 대한 의학적 쟁점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알콜중독 치료 등에 쓰이는 방법에 기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기존 치료법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것이 아니라 게임과몰입 징후에 맞게 개발할 계획이며, 가상현실 속 게임콘텐츠를 활용하는 방식을 적용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일반적인 치료 활동 뿐 아니라 대학병원의 특성을 살려 중앙대 연극영화과, 국악과, 체육교육과 등의 여러 단과대와 협력하는 문화프로그램도 구상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말미에서 그는 그동안 인터넷·TV 등 일반적인 미디어 중독과 관련한 사업을 진행해온 상담센터와의 단순히 병렬적인 비교를 삼가해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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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몰입 상담치료센터는 무엇보다 병원이 가진 모델리티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연내 추가적으로 개설될 거점 센터와의 연계에서도 ‘제1호’ 병원으로서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는 포부도 밝혔다.

특히 한 교수는 “환자에 따라 50~100%까지 차등을 둬서 진료비를 지원할 방침”이라며 “재원 문제는 사회와 산업계 공동의 지속적인 관심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