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논쟁…“게임과몰입이 병인가”

일반입력 :2011/06/16 16:39    수정: 2011/06/17 08:42

전하나 기자

게임과몰입은 최근 몇 년간 심각한 사회 병폐 현상으로 지목되어 왔다. 반면 이에 대한 실증적 연구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일 게임업계의 자발적 기부로 설립된 게임과몰입 상담치료센터가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아울러 16일 게임문화재단 주최로 열린 ‘게임과몰입 대처 방안과 게임과몰입 상담치료센터의 발전방향’ 토론회에선 학계·산업계·의학계 인사들이 게임과몰입에 대한 실질적 치료 방안과 정책적 대응 방향을 논했다.

이날 김종민 게임문화재단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게임과몰입에 대한 논쟁이 정점으로 치달은 현시점에 상담치료센터를 국내에 처음 만들고, 이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시작하게 돼 기쁘다”고 의미를 짚었다.

■끝나지 않은 논쟁…“게임과몰입이 병인가”

이날 모인 전문가들은 의학적 관점에서 게임과몰입에 대한 정확한 분류체계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첫번째 발제자로 나선 최태영 대구카톨릭의과대학 정신과 교수는 “게임과몰입이 병인지 아닌지 의학적·사회적 기준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에서는 특수하게 병으로 취급하고 있고 또 병적인 요소가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임과몰입 자체가 병인지 혹은 다른 병의 일부로 생기는 증상인지 명확히 알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또 “게임과몰입의 원인이 개인에게 있는지, 취약한 개인을 관리하지 못하는 가족의 책임인지, 아니면 게임을 과도하게 하게 만드는 사회의 문제인지를 제대로 따져야 한다”고 했다.

한편 김현수 관동대 명지병원 정신과 교수는 “게임을 많이 해서 현실생활에서 가족과 갈등 양상을 보이는 일 등은 이제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게임과몰입과 관련한 현상, 이에 대한 통계는 상당히 축적된 데 비해 임상양상에 대한 심층적 연구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대규모 서베이만 반복하다 보니 현상에 비해 깊이있는 분석이 결여됐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그는 “그동안의 현상과 과정을 바탕으로 국제적 수준의 연구를 진행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러기 위해선 “개별적 임상 경험에 근거해 정의해 온 중독 척도를 재정립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논쟁은 진화 중…“정확한 진단체계·치료법 마련해야”

‘게임과몰입이 병인가’에 대한 첨예한 논란은 당분간 쉽게 정리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방법은 찾지 않고 논쟁만 거듭하는 사이 우리 사회에서 게임은 이미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이런 이유에서 전문가들은 앞으로 게임문화재단과 게임과몰입 상담치료센터의 역할론이 중요하다는 데 뜻을 실었다.

김민규 아주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일방적이고 강제적인 규제가 등장한 것은 그동안 산업과 문화가 대립된 관계로 설정되어온 탓이 크다”면서 “재단과 센터가 게임문화 인식 확대를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고, 과몰입 치료 방법론과 게임 이용 태도와 관련한 척도를 실제적인 상담 치료 사례 안에서 수정·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최태영 교수는 “게임과몰입은 그 원인이 복합적이기 때문에 약물치료는 물론 부모교육, 학교 기반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며 “현재 마약, 알콜 중독 등의 치료방법에 기대고 있는데 센터가 게임과몰입에 최적화된 진단 및 치료 지침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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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전인식 교육개발원 박사는 “과몰입, 중독이라는 용어가 주는 중압감을 떨쳐내기 어렵다”고 조심스레 운을 떼며 “게임과몰입을 지나치게 병적 현상으로 바라보는 모습을 경계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그는 “건강한 신체나 정신이란 균형상태를 의미하는 것이지 절대적 기준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아이들을 실험대상으로 하는) 약물치료가 아닌 상담과 다른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자존감을 회복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센터가 학부모, 교사, 게임과몰입 상담 종사자들에 대한 연수와 학생들에 대한 예방 교육을 함께 하는 방식으로 큰 그림을 그려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