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는 3분기가 유력했던 '크롬북' 판매 시점이 앞당겨졌다. 표준과 동떨어진 국내 웹환경은 크롬북에 불리한 요소로 꼽혀왔기에 제품 출시 후 반응이 주목되는 부분이다.
국내 구글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총판업체 넷킬러의 정성욱 대표는 지난 31일 기업용 크롬북 출시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면서도 6월중 국내 일반 사용자들에게 시판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크롬북 단말기를 생산, 공급하는 삼성전자도 국내 출시 여부를 확정치 않다가 지난달말 크롬북을 3분기쯤, 이르면 상반기중 내놓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구글이 밝힌 크롬북 첫 출시 대상국 목록에 없었다. 구글은 지난달 구글I/O에서 이달 15일부터 크롬북을 미국, 스페인,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독일, 이탈리아에서 판매한다고 예고했다. 이는 국내 크롬북 판매가 날짜까지 지정한 글로벌 출시와 별도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주요 노트북 제조사인 삼성전자가 국내 시장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까닭은 국내 인터넷 환경의 특수성에 있다. 국내 웹 환경에서 금융, 게임, 보안 등 주요 서비스 기능을 쓰기 위해 설치하는 '액티브X'가 크롬북에서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크롬북'이 뭐길래
삼성 크롬북은 12.1인치 화면에 가로 1280, 세로 800화소 해상도, 1.48킬로그램(kg)무게에 8시간반 연속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를 탑재했다. 인텔 아톰 듀얼코어 프로세서가 붙고 잡음 제거 기능을 내장한 고해상도(HD) 웹캠과 미니VGA단자, USB 2.0 포트 2개와 메모리카드 4종을 인식할 수 있는 카드슬롯이 달렸다. 일반PC 같은 '풀사이즈' 키보드와 버튼 없이 누를 수 있는 트랙패드를 장착했다.
크롬북 전원을 켜면 8초만에 부팅이 끝나고 초기 화면이 나타난다. 사용자 계정과 암호를 입력하면 웹브라우저 하나가 달랑 뜬다. 구글이 만든 PC용 운영체제(OS), '크롬OS'다.
크롬OS는 웹표준 기반 콘텐츠와 웹애플리케이션(이하 '웹앱')을 쓰는 것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담당하는 브라우저를 빼면 리눅스 커널과 장치 드라이버가 전부다. 저장장치에 콘텐츠를 담거나 프로그램을 설치, 실행하지 못한다. 웹에서 모든 정보를 주고받아야 한다. 윈도, 매킨토시, 리눅스같은 보통 PC용 OS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결국 그 겉모습은 크롬 브라우저와 비슷하다. 크롬처럼 어도비 플래시를 품고 있어 플래시 기반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돌릴 수 있다. 그러나 액티브X는 못 쓴다. 액티브X는 마이크로소프트(MS) 인터넷 익스플로러(IE)로만 실행 가능하다.
그래서 국내 인터넷 환경에서 크롬북의 '시장성'은 좋지 않다. 크롬북 자체는 웹서비스와 웹앱을 쓰는 용도에 집중해 오프라인 기능을 최소화했는데 정작 그 때문에 '국내서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액티브X도 안 되는데 '어디에 쓰나'
우리나라에서 일반 사용자가 노트북으로 액티브X를 못 쓴다는 건, 대부분의 인터넷 서점을 포함한 쇼핑, 은행거래를 온라인으로 할 수 없다는 얘기다. '런처'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는 포털의 캐주얼 게임 서비스는 얘깃거리도 안 된다.
공인인증서가 필요한 다른 업무에도 해당된다. 국세청이나 전자정부 사이트의 대국민 서비스는 물론이고 게임개발사업자 등록신고같은 주요 행정처리도 불가능하다.
기업 환경도 사정은 비슷하다. 윈도PC를 표준 업무용 시스템으로 채택하고 액티브X 기반 인트라넷과 전자결재 프로그램을 구동하는 사업장에서 크롬북은 무용지물이다. 국내서 IE와 윈도 사용율이 높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레거시 업무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교육기관과 기업들 때문으로 파악된다.
■기업용 클라우드 단말로 '최적'?
사실 구글은 크롬북을 자사 기업용 클라우드 전략에 전진배치하고 있다. 개인용 엔터테인먼트 기기로서 제약이 크지만 기업들에겐 달리 보일 수 있다. 구글은 웹기반 기업용 소프트웨어(SW) '구글 앱스'를 자사 클라우드 기반으로 제공해왔다. 크롬북에서 원활한 작동을 강조하는 것은 물론이다.
정성욱 넷킬러 대표는 국내외 할 것 없이 구글앱스를 사용중인 많은 기업들이 크롬북 출시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며 기업시장 출시 시기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글로벌 출시 일정인) 오는 15일 이후 세부 사항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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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앱스를 통해 기업 사용자들이 오피스 프로그램을 쓰거나 메일, 주소록, 일정을 관리하고 박스닷넷 같은 외부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들과 연결해 자료 보관도 할 수 있다. 메일서비스 'G메일', 메신저 '구글토크', 협업공간 '그룹스', 일정관리도구 '캘린더', 오피스프로그램 '독스', 사이트 제작툴 '사이트', 메일용 정책기반 보안 관리 솔루션 '포스티니'를 포함한다.
정 대표는 구글 앱스를 중소중견기업(SMB)용으로 많이 생각하고 있지만 국내 엔터프라이즈 규모 사업자들도 구글 제품을 사용하는 사례가 많다며 많은 엔터프라이즈가 국내서 보안 등을 이유로 크롬북이 빨리 나오기를 기대중이다고 덧붙였다. 단말기에 설치해 쓰는 애플리케이션이나 액티브X를 배제한 구조 자체가 보안을 중시하는 기업 환경에서 이점으로 작용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