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자책과 뷰어 프로그램을 잇따라 출시해온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는 국내서 시장 기반을 다져온 오피스 솔루션을 기반으로 전자책 시장을 공략하는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전자책 뷰어 '한컴리드온'은 아직 양방향 기능이 제한된 전자책 '이퍼브' 형식을 보이는 수준. 그러나 회사는 앞으로 사용자와 상호작용하고 멀티미디어를 표시할 수 있는 뷰어와 제작툴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에 지난 18일, 한글 워드와 한컴오피스 개발을 진두지휘해온 한컴의 개발본부장 양왕성 전무를 만나 핵심 기술 전략과 개발 계획을 들었다. 그에 따르면 회사는 사용자들이 익숙한 툴로 전자책을 쓰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새 프로그램을 배우지 않아도 프리젠테이션을 짜거나 워드를 치듯이 쉬운 도구를 제공해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만들게 하려는 것이다.
최근 나온 한컴리드온은 전자책 형식 가운데 하나인 '이퍼브'를 처리하는 기능과 한글 파일 'HWP' 뷰어가 붙어 있는 앱이에요. 아직은 단순 리더 기능만 되죠. 앞으로 상호작용 구현하는 기능을 처리하는 형태로 발전할 겁니다. 한컴오피스나 한쇼 등으로 인터랙티브한 저작툴도 제공할 예정이고요.
이는 얼핏 한컴오피스가 전자책 제작도구로, 한컴리드온이 이를 위한 뷰어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을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양 전무는 아직 전자책뷰어에는 양방향 콘텐츠 기능을 지원하는 부분이 없고 향후 워드프로그램 한글이 보완해줄 영역이라며 현재 한컴리드온과 한글SW 엔진은 독립적인 별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기술 개발이 더 필요한 부분이라고 한다.
전자책에는 정적인 이퍼브 말고 한컴리드온이 처리할 수 없는 인터랙티브 콘텐츠 형식도 있어요. 예를 들면 이번에 출시한 멀티미디어 동화책 '구름빵'같은 거죠. 각 장에 들어간 그림, 소리, 영상을 묶어 페이지 단위로 저장해 처리하고,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는 내용이 많이 들어가죠. 음향과 개체를 조작하는 방식으로요. 이런 쪽에 대응키위해 한컴오피스 기술을 도입할 계획하고 있죠.
워드프로그램 '한글'과 스프레드시트 '한셀', 프리젠테이션 도구 '한쇼'가 제공하는 기능을 응용해 사용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전자책 형식의 콘텐츠를 구성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한컴은 양방향 전자책 표준 기술에서 선도업체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양 전무는 뷰어가 많은 이퍼브 형식은 접하기 쉬운데 인터랙티브 전자책은 이렇다할 표준이 없다며 한컴에서 관련 기술을 선보이고 이가운데 일정부분 표준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 한컴은 워드프로세서 사용자 기반의 비전문계층 전자책 생산이 늘 것으로 본다. 출판 전문가들이 아니라 일반 사무직이나 학생 등 기존 한컴오피스 주력시장을 겨냥한 셈이다. 이에 따라 어도비같은 회사와 시장에서 맞붙을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다.
한컴과 어도비는 접근하려는 시장이 달라요. 어도비는 전문출판을 위한 기술로 전자책을 만들죠. 어도비 툴을 쓰려면 전문 출판계 종사자가 다루는 기능을 새로 배워야 할 겁니다. 한컴에서는 문서를 다루는 환경의 사용자를 위한 저작툴과 콘텐츠를 활용해 전자책을 만들 겁니다. 한컴오피스나 일반 오피스 정도를 쓰던 사람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술이죠.
아무리 한컴이라도 기존 오피스 역량을 더욱 강화하면서 전자책으로 대표되는 디지털콘텐츠툴 사업에 걸음을 떼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양 전무 역시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 단기적인 성과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는 답이 돌아온다. 오히려 매출 측면에선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컴오피스 기술을 기반으로 전자책 관련 솔루션을 만든다는 건 계속 투자해나갈 사안이라고 판단한 거죠. 해외 시장을 겨냥한 것인데, 올해 전자책 관련 부문에서 의미있는 매출을 내긴 쉽지 않을 겁니다. 국내 시장만 보고 있다면 이런 작업을 할 수 없죠. 한컴은 핵심기술을 주도해서, 전자책 툴로 한컴오피스가 더 많이 알려질 가능성을 보고 있어요.
■데스크톱·모바일·온라인 '3각편대 완성'
당장 회사가 정작 경쟁할 분야는 따로 있어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MS)같은 글로벌 오피스 업체, 구글같은 웹오피스를 제공하는 업체, 국내외 모바일 오피스 솔루션을 제공하는 여러 앱개발사 등이다. 양 전무는 그들에게도 기술력으로는 뒤지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을 내비쳤다.
MS 독점체제가 깨지고 있는 시대예요. 비중이 작은 모바일을 빼고 MS 오피스를 돌리는 운영체제(OS)는 '윈도' 정도죠. 모바일에 PC를 연동할 환경이면 여러 모바일 플랫폼 지원할 한컴이 더 잘하고요. 이밖에 단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용 오피스 솔루션만 갖고 있는 회사들의 경우는 PC 기반 업무와의 긴밀성을 제공하는데 제한이 있겠죠.
한컴은 기존 PC용 패키지 SW를 만들어온 기술력과 노하우가 있고 이를 모바일로 확장하는 전략이기 때문에 기존 기술과 모바일 연동에 더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구글 등 웹오피스 업체들에 대한 자신감도 맥락은 같다.
오피스 SW에 요구되는 사용자 경험(UX) 수준은 의외로 높아요. 오래도록 PC 기반에 익숙한 사용자들을 웹으로 전환시키려는 시도는 성공하기 어렵죠. 보안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입장에 타당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해당 업체들이 결국 어떤 비즈니스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성공할 수도, 반쪽짜리가 될 수도 있죠.
웹기반 클라우드 솔루션만으로 시장을 장악하긴 어렵고, MS처럼 PC 기반 오피스와 클라우드 스토리지 결합 방식도 파괴력이 적다는 평가다. 결국 PC, 모바일, 웹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오피스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정답에 가깝다는 결론이다.
3가지를 모두 융합해 가야죠. 데스크톱, 모바일, 클라우드만으론 불충분하죠. 차세대 제품에 이런 성격들이 반영될 겁니다. 한컴이 나아갈 방향성이 이쪽이라고 보고 있죠.
■한컴 모바일 오피스 확장 로드맵
한컴은 현재 PC용 오피스 '한컴오피스2010세컨드에디션(SE)'을 갖췄고 웹오피스로 시작했던 '씽크프리 오피스'와의 연동을 강화하는 추세다. 현재 이를 활용하는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용 모바일앱 '한컴오피스 뷰어'와 '씽크프리 모바일'도 스마트폰과 태블릿용에 제공해 나갈 방침이다.
자바 기반이었던 씽크프리 오피스가 웹에 적응하긴 어렵지 않았죠. 씽크프리와 한컴오피스 엔진 구조가 더 닮아가고 있어요. MS워드 호환 기능이 상대적으로 약했는데, (태생이 달랐던) 씽크프리 오피스 특성을 차용해 빠르게 보완했어요. '상호참조' 수준을 뛰어넘어 데이터를 공유하고 연동하는 모델로 차기 제품 개발을 계획중입니다. PC와 모바일도 시너지를 내겠죠. PC용 기능을 씽크프리 모바일오피스로도 통합할 여지가 많으니까요.
양 전무는 현재 뷰어만 존재하는 iOS에서 돌아가는 C++ 기반 아이폰용 오피스를 만들어 한컴오피스에 대응하는 제품을 만들 것이라며 자바플랫폼에 올라가는 씽크프리는 이미 '작성'이 되는 버전이기 때문에 여기에 HWP 형식만 추가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간단히 말해 자바OS 계열은 씽크프리 제품군으로 확장되고 비자바OS 계열은 한컴오피스 기반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는 얘기다. 스마트폰 버전뿐 아니라 연내 태블릿용 앱도 출시할 계획이라고 양 전무는 귀띔했다.
한편 차기 제품 개발 전략에 대한 고민은 회사 뿐아니라 양 전무 본인에게도 여전히 숙제다. 그가 대학교를 갓 졸업한 청년 시절부터 개발자로서 20년동안 한글과 한컴오피스 개발에 열정을 기울여온 이력도 무관치 않다. 그는 직접 코딩(개발)하는 업무는 손을 놨다지만 여전히 개발자 서적을 펼쳐 놓고 '빨간줄'을 쳐가며 코딩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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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에서 손 놓은지 2~3년은 됐어요. 지금도 씽크프리를 관리해야 되니까 자바에 대해 깊이 공부할 필요가 많죠. 뭘 알아야 개발도 하고, 방향도 잡으니까 공부를 놓을 수는 없죠.
이날 인터뷰를 마친 양 전무는 그와 함께 일한 개발진들이 모인 회의실로 기자를 안내했다. 그는 함께 일한 팀원과 팀장들이 인터뷰에 자리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며 한컴에서 거둔 성과와 현재까지의 결과물들은 자신이 혼자 해낸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