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이 공용화와 관련해 KT에 협의 요청을 한 사실이 없다.”(SK텔레콤)
“SK텔레콤과 이미 설치된 와이파이 공용화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었고, 신규 설치될 공공기관에는 공용화를 해보자는 제안은 있었다.”(KT)
와이파이(Wi-Fi) 공용화를 놓고 이통사 간 설전이 오가고 있다. 지난해 KT가 올 연말까지 10만 국소의 와이파이존을 설치하겠다며 촉발시킨 1라운드에 이어 두 번째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과거 초고속인터넷 지배적사업자인 KT의 무선랜(네스팟)존을 공용화하자고 주장한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에 이어 세 번째다.■와이파이 공용화 쟁점 부각, 왜?
최근 불거진 와이파이 공용화 논란은 사업자 간 이슈라기보다,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촉발시켰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해석이다.
올 초 방통위는 스마트폰 확산으로 통신사의 AP(Access Point) 설치가 증가해 이용자들로부터 혼신과 속도 저하 등의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이후 각 사업자들은 가이드라인 수용과 함께 주파수 간섭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기존 2.4GHz 대역이 아닌 5GHz 대역의 와이파이 서비스를 앞 다퉈 내놓았다.
하지만 무선데이터 사용량의 폭증으로 와이파이가 데이터 트래픽 분산에 대안이 되고 있어,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방통위가 공용화를 부각시키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통3사 간 이해득실은
일단, 이통사들은 방통위의 이 같은 행보에 “우리는 요구한 적 없다”고 발을 빼면서도, 각사의 이해득실을 따지는데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이는 와이파이 공용화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폐지와 연계돼 논의되고 있는 것에 이통사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와이파이 공용화의 논리 속에는 주파수 혼선·간섭 문제 해결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3G 데이터 트래픽 폭증의 대안으로써 ‘와이파이를 공동 활용하자’는 셈법이 작용하고 있어서다.
때문에 향후 규제기관에서 헤비 유저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무제한 요금제에 사용량 제한을 둔다거나, 무료 데이터 서비스인 와이파이를 이통3사 간 공용화해 확대하는 대신 3G 무제한 요금제 폐지를 언급하면 끌려가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즉, 이통사들은 현실적으로 와이파이 공용화가 쉽지 않은 과제임을 인지하면서도, 이용자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무제한 요금제 폐지 논리를 부각시킬 수 있는 아이템으로 활용하기 위해 등 떠밀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와이파이 공용화를 위해서는 대가 산정 등의 구체적 얘기가 오가야 하는데 그러한 논의가 전혀 없었다”며 “실질적으로 추진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와이파이 공용화=무제한 요금제 폐지?
그럼에도, 이통사들은 와이파이 공용화가 무제한 요금제 폐지와 함께 거론될 때마다 “무제한 요금제 폐지를 검토한 적 없다”거나 “와이파이 공용화가 무제한 요금제 폐지의 전제조건이 돼서는 안 된다”고 허세를 부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무선데이터 폭증으로 트래픽 처리의 한계점에 도달했음에도, 향후 2.1GHz·700MHz 주파수 할당에서 이를 자사에 유리하도록 해석하기 위해서다. 또 공용화가 좌절될 경우 차세대 망 투자가 시급하다는 점을 빌어 요금인하 요구를 방어할 논리로도 쓰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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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트래픽 폭증으로 이슈가 된 ‘와이파이 공용화’ 문제는, 같은 이유로 거론되는 무제한 요금제 폐지와 주파수 할당 등의 이슈와 얽혀 있어 그 해결책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앞으로 LTE가 본격 활성화되기 이전까지 향후 1~2년 동안 와이파이가 트래픽 분산의 주요 네트워크로 활용될 것이란 점에서 방통위가 어떤 결론을 도출해 낼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