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16세미만 청소년들이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셧다운제'가 국회 법제사법위를 통과한 것을 두고 각계각층의 반발이 거세다. 규제 당사자인 청소년들도 법사위 통과 직후 성명서를 내고 청소년 문화결정권을 박탈한 법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현재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포털 등에는 셧다운제를 반대하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으며 입법 발의 의원들과 심리를 맡은 법사위 의원들을 낙선시키자는 운동도 벌어진 상황이다.
특히 트위터 여론은 각각 게임 개발자, 소비자, 학부모, 청소년 등이라고 신분을 밝힌 누리꾼들이 자발적으로 #noshutdown(#노셧다운)이라는 해쉬태그를 붙여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는 중이다. 이들은 법령이 공표되면 힘을 모아 헌법소원까지 불사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내고 있어 입법 시행까지 여전한 진통이 예고되고 있다.
더욱이 업계에선 셧다운제가 6월 회기 상정을 앞두고 있는 게임 중독 치료 기금 징수 법개정의 명분이 될 것으로 보고 산업 '규제대란'의 전초전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에 게임을 문화의 영역에서 이해받지 못한다는 설움 깃든 탄식과 함께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는 실정이다.
■셧다운제 통과, 게임=유해매체 선포…책임 공방 가열
셧다운제가 처리된 것을 두고 업계는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분위기지만, 막상 규제가 현실화되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업계 관계자들은 규제당국의 정당성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셧다운제가 여성가족부의 청소년보호법에 담기면서 산업 진흥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가 명분을 잃었다는 논지다.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책 주무부서로서 중심을 잡지 못한 문화부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왔다. 지난해 12월, 여성부와 셧다운제를 청보법에 담기로 합의하면서 주도권을 그냥 내줬다는 비판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성부가 자발적으로 이슈를 생산하고 정책의지를 법제화하기 위해 노력할 때 문화부는 뭘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문화부 내부에서도 게임과는 3D직종으로 분류된다고 하니 전문가가 있을 수도 없고, 조직개편 때가 되면 자리를 옮기니 정책추진의 일관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일갈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통부가 게임산업을 맡겠다고 했을 때 남아 있었으면 관할 산업은 확실히 챙기는 지경부로 넘어갔을텐데 안타깝다며 문화산업으로 키우겠다고 공언했던 문화부가 한 일이 뭐냐고 푸념했다.
■최선입니까?…IT산업 일군 5만여 종사자들 한순간에 멍든다
게임을 유해매체로 보는 사회적 시선이 법제화되자 문화산업 발전을 일군다는 자부심으로 일해온 5만여 게임 업계 종사자들은 순식간에 유해산업 종사자가 됐다는 것에 망연자실하는 모습이다.
대표적 온라인게임사 관계자는 시장규모가 작아질 것으로 보진 않는다면서 다만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이번 계기로 자연스럽게 뿌리 박히게 돼 산업에 낙인 찍히는 게 무서운 것이라고 말했다.
■앓는 소리 그만…업계 과연 잘했나?
업계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게임산업협회는 지난 2월 말로 임기가 끝난 김기영 회장의 후임자를 아직 찾지 못했다. 물망에 오른 후보들은 있었으나 이들 모두 회장직 수락을 고사했기 때문이다.
결국 셧다운제 등 각종 현안을 제때 대응치 못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이미 세계적 명망가로 대접받는 기업인이 여럿 탄생한 게임산업에 근본적인 리더십이 부재한다는 질타도 피할 수 없다.
진작 대비책을 마련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중 하나가 피로도 시스템이다. 피로도 시스템은 게임 플레이시 일정 시간이 경과하면 경험치가 낮아지거나 게임 내 특정 콘텐츠를 즐기지 못하도록 해 과도한 게임 몰입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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