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위성방송, 적이야? 동지야?

일반입력 :2011/04/13 15:51    수정: 2011/04/13 16:26

정현정 기자

최근 재송신 분쟁에 휘말린 유료방송업계가 연일 지상파 방송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언뜻 한 적을 두고 싸우는 동지로 보이지만 한정된 유료방송시장을 두고 벌이는 싸움은 더욱 치열하다.

케이블 방송을 비롯해 위성방송과 IPTV는 각각 지상파 측과 재송신료 지급을 둘러싸고 갈등 중이다. 사업자마다 각론에서는 차이를 보이지만 지상파가 콘텐츠 지배력을 바탕으로 지나친 대가를 요구한다고 성토하고 있다.

유료방송업계는 “지상파 방송은 보편적 서비스”라는 동일한 주장을 펼치면서 당장 시급한 재송신 분쟁에서는 일종의 ‘동지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한정된 유료방송시장에서는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을 벌이는 적이다. 특히, 최근 KT가 내놓은 위성방송 결합 상품인 올레TV스카이라이프(OTS)가 인기를 끌면서 케이블과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같은 듯 다른’ 재송신 분쟁, 공적(公賊)은 지상파?

유료방송업계는 지상파를 향해 핏대를 세우고 있지만 각 플랫폼별 입장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특히, 케이블 방송 측은 “케이블 방송은 방송 신호를 에어 캐치하는 방식으로 전송해 다른 플랫폼과 차이가 나고 지상파 난시청을 해소하며 보편적 시청권에 기여한 측면이 있다”면서 위성방송이나 IPTV 등 타 유료방송 매체와 다른 취급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상파가 콘텐츠 시장에서 절대적 시장 지배력을 행사하며 유료방송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을 놓고 보면 케이블과 위성, IPTV 등 유료방송업계는 모두 동일한 위치에 있다.

최근 MBC와 KT스카이라이프 간에 벌어진 싸움에서 보듯 지상파 방송이 재송신 분쟁이 생길 때마다 재송출 중단을 카드로 이용해 온 것도 이 때문이다.

유료방송 업계는 한 목소리로 “지상파 방송은 공공적 서비스로 보편적 시청권이 보장돼야 한다”면서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하는 의무재송신 채널 확대 방안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유료 방송 시장 전쟁은 ‘더 치열’

하지만 유료 방송 시장이 점차 통합되고 있는데다 IP를 기반으로 한 양방향 서비스로 진화해 한 꼭짓점을 향해 모이고 있는 상황에서 각 사업자들은 서로에게 적일 수 밖에 없다.

유료방송시장을 독식해 오던 케이블 방송은 새로 등장한 IPTV와 위성방송 가입자가 잇따라 3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추격에 나서면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케이블 방송 업계는 13일 서울 소공동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제5차 디지케이블비전포럼’에서 최근 OTS로 불거진 유료방송 출혈경쟁과 방송통신 결합상품 문제를 논의하고 케이블TV방송사업자 일동 명의의 선언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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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업계는 “KT가 결합상품을 앞세운 과도한 마케팅으로 통신 시장의 지배력을 방송시장에 전이시키고 있다”면서 “KT는 방송법 상 역무를 위반하고 유료방송시장을 교란시키는 OTS 상품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지상파 방송 역시 장기적으로는 이 테두리 안으로 들어와 경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시장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는 각 사업자들의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