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프트2' EA가 괜한 자신감 보인 게 아니네…

일반입력 :2011/04/04 11:46    수정: 2011/04/04 22:05

김동현

레이싱 게임 ‘종결자’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그란투리스모5’(그란5)가 작년 출시된 후 한 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경험할 수 있었다. 레이싱 게임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 않던 EA가 자상에서 개발 중인 ‘시프트2’가 ‘그란5’보다 더 대단하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본지에서도 관련 부분에 대한 내용을 기사화 했을 정도로 국내는 물론 해외 언론에서도 주목 받은 이 망언(?)은 “우리가 개발 중인 ‘시프트2’는 ‘그란5’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고, 아마 게임을 접해본 이용자들은 전부 ‘시프트2’의 대단함에 놀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당연히 이 망언은 ‘그란5’의 팬들에게 집중 포격을 당했고, 일부는 ‘마케팅 때문에 그냥 한 것’이라며 동정표를 주기도 했다. 네거티브나 주목작에 기대는 마케팅은 흔한 것이기에 이 논란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란5’의 압도적 판매량 기사에 눌려 사라졌다.

이런 논란이 이어진 가장 큰 이유는 전작 ‘시프트’의 평가가 별로였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2009년 9월15일 출시된 ‘시프트’는 해외 내 언론들에게 10점 만점에 약 7점 수준 평점을 받았고 일부 언론은 매우 혹한 ‘5점’ 미만의 점수를 줬다.

아마 이때 당시의 평점은 EA 입장에서는 큰 충격이었다. ‘시프트’는 EA의 대표 레이싱 게임 ‘니드 포 스피드’ 시리즈의 신작 라인업이면서도 내심 기대했던 신작이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는 EA 자존심에 큰 상처는 물론 기존 ‘니드 포 스피드’ 시리즈 개발에 주력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논란의 ‘시프트2’ 4월5일 정식 출시, 과연?

그러나 ‘시프트2’는 착실하게 개발됐고 오는 5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일부 논란이 있긴 했지만 이 게임에 대한 기대감은 적지 않았다. 사전에 공개된 영상 및 스크린샷이 한몫 했지만 기존에 출시된 ‘니드 포 스피드’ 시리즈가 1억장 판매에 돌파하면서 이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

이런 기대를 사고 있던 ‘시프트2’를 EA코리아의 협조를 받아 미리 만나볼 수 있었다. 이번 시연 버전은 X박스360 버전이었고, 게임을 접한 환경은 HDMI 케이블과 LCD TV다. 타 기종 버전은 아쉽게도 접할 수 없어서 플랫폼 별 그래픽 비교는 할 수 없었다.

처음 접하고 나서 놀랐던 점은 ‘시프트2’가 정말 많은 고민 속에 개선 사항을 대폭 선보였다는 점이다. 시작 시에 게임 모드가 1개 밖에 없어서 ‘데모’로 착각했으나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2개 정도의 시범 레이스를 즐긴 후 게임은 객관적인 평가를 더해 게임 난이도와 조작 난이도를 자동으로 설정해준다.

이 부분은 단순히 성적이나 움직임 때문에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트랙에서 어떤 조작성을 보여주는지, 그리고 코너의 이탈여부, 브레이크 사용 및 기어 조작 등 차량 조작에 대한 전반적인 사양을 체크해서 결정되는 내용이다. 실제로 빨리 들어간다고 조작 난이도가 높아지는 일은 없다는 점은 여러 차례 테스트해 확인할 수 있었다.

게임에 대한 전반적인 부분을 설정한 후에는 수많은 게임 모드가 이용자를 맞이한다. 독특한 점은 게임 내 대부분 모드가 기본적으로 온라인 모드와 연동되고 있다는 것. 커리어 모드에서는 친구들과 대결이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책정돼 있고 자동적으로 전 세계, 지역 랭킹 등을 체크해준다.

코스는 전 세계 지역을 배경으로 한 수십 종의 트랙이 마련돼 있다. 이는 각각 난이도와 주제, 대회 종목 등 여러 가지 조건에 맞춰 구성돼 있다. 캐리어 모드만 즐겨도 정말 수십 종의 코스를 접할 수 있고, 이 곳에는 실제 레이서를 방불케 하는 수백 명의 경쟁자가 있다.

이들과의 경쟁 관계는 매번 바뀌게 되고 온라인 경쟁자들까지 합류, 정말 실제 글로벌 레이싱 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느낌을 받게 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자연스러운 연계는 정말 타 게임에서는 느낄 수 없는 대단한 부분이다.

■놀라운 레이싱 경험, 최고의 환경을 만난다

‘시프트2’의 놀라운 재미는 또 있다. 바로 실제 레이싱을 하는 듯한 사실적인 화면 구성이 그것이다. 게임 내에서는 3인칭 시점부터 레이서의 시점까지 총 5가지 시점 제공하고 있다. 이 시점은 단순히 제공 형태가 아니라 사실성을 살린 효과들이 더해져 눈길을 끈다.

시점마다 만날 수 있는 효과도 다르다. 레이서 시점에서는 손의 움직임부터 핸들의 조작, 충격에 따른 유리창 파손 등 실제 레이싱 중 생길 수 있는 현상들을 그대로 볼 수 있으며, 3인칭 시점으로 변경 시에는 차량의 파손 모습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특히 차량 파손 모습은 시리즈 중 최고, 그리고 역대 출시된 레이싱 게임 중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란5’와 비교한다고 하면 단연 ‘시프트2’가 우위다. 차량 파손은 단순히 외형의 파괴를 넘어 조작에 영향을 주는 등 실제 효과가 그대로 반영된다.

파괴된 부품은 레이싱 트랙에 그대로 남기 때문에 달리는 도중 충돌하거나 레이싱 도중 날아와 자신의 차량과 충돌해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이 때문에 타이어에 이상을 주는 상황도 자주 벌어지기 때문에 실제 레이싱의 느낌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

이 외에도 조작에서 느껴지는 섬세함은 EA가 이 게임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레이싱의 참 재미를 잘 보여준 사례다. 아날로그의 부드러운 조작과 함께 여러 단계로 나눌 수 있는 입력 방식, 그리고 물 흐르듯 연결되는 수동 조작은 레이싱 마니아라면 정말 탐 낼 수준의 재미를 전달해준다.

기자는 레이싱 게임에서 가능하면 수동 조작은 피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 게임은 별 다른 고민 없이 수동을 즐길 수 있도록 부가적 옵션을 더해준다. 변경 입력 타이밍을 길게 잡아주기도 하고 기어를 낮추는 과정은 자동으로 처리되게 해주는 방식 등 여러 지원이 있어 수동 조작이 오히려 더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외에도 실제 레이싱 이벤트를 보는 것 같은 다양한 이벤트신과 동영상은 꾸준히 게임을 즐기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 곳에 등장하는 레이싱걸들의 모습은 ‘파이트 나이트 챔피언’의 라운드걸 못지않게 매력이 넘치기 때문에 기회가 되면 꼭 보길 바란다.

■EA의 자존심 ‘시프트2’로 충분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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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아마 EA의 자존심을 찾는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니드 포 스피드’로 시작했던 레이싱 게임의 자존심은 물론, ‘배틀필드’와 ‘메달오브아너’로 잡은 FPS 자존심까지도 모두 되찾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중 첫 시도이기도 한 ‘시프트2’의 레이싱 자존심 찾기는 거의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란5’와 비교는 출시 이후 이용자들의 평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보이지만 큰 문제가 없다면 ‘시프트2’는 분명히 올해 나온 레이싱 게임 중에서는 단연 돋보이는 수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