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작가의 전자책을 절반 가격에”
인터넷교보문고, 알라딘, 인터파크 등 국내 주요 온라인 서점들이 일제히 '전자책 50% 할인 판매'를 내걸었다.
이달 초 인터넷교보문고가 전자책 8만종을 할인쿠폰 지급 형식으로 최대 50% 할인판매한데 이어 알라딘 역시 내달 3일까지 공지영, 은희경, 김영하, 박민규 등 유명작가의 대표작을 포함한 전자책 4천여권을 반값 판매한다. 인터파크도서도 전자책 베스트셀러 1천340종에 최대 70% 할인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서점의 할인판매 경쟁은 '전자책 독서 경험 확대'라는 명분하에 상반기 내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이 꼽는 실제 할인 이유는 명분과는 조금 다르다. 회원 유치, 전자책 재고 털이, 플랫폼 우선 장악 등이 할인판매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너도나도 ‘반값 할인’…싫어도 동참해야
온라인 서점들은 전자책이 성공하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저렴한 가격'을 꼽는다. 종이책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전자책을 구입하게 하려면 가격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란 이야기다.
때문에 아직까지 '적절한 가격'이 정해지지 않은 전자책을 두고 온라인 서점들이 저마다 할인 이벤트를 통해 가격 실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가격을 낮춰서 매출이 신장된다는 것이 증명되면 이같은 수치를 근거로 출판사가 전자책 가격을 낮추도록 적극 설득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교보문고 관계자는 출판사들이 전자책 시장 진출을 꺼리는 것은 종이책 시장을 잠식할까봐 걱정하기 때문이라며 전자책 매출이 크게 늘어나면 출판사들도 가격 협상 등에 유연하게 대처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1·2위 사업자들이 먼저 반값 이벤트를 진행한 것도 온라인 서점들이 저마다 할인경쟁에 나서게 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단순히 가격만 낮춘 것도 아니다. 이전에는 할인판매에서 제외됐던 유명 저자들의 신간도 포함되는 등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는 데 주력했다.
한 온라인서점 관계자는 할인판매에 나선 것은 우리만이 아니다며 업계 분위기상 전부 50% 이상 할인판매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우리만 빠질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한 번 거래한 사이트를 지속적으로 찾는다는 부분도 온라인 서점이 할인 경쟁에 나서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특히 온라인 서점들의 경우 사용자들이 도서를 한 번 구입할 때 마다 마일리지를 적립하는 방식으로 회원 유치에 성공했던 경험을 전자책에도 그대로 반영했다. 전자책이 초기 시장인만큼, 적어도 '남들 만큼 싼 가격'을 제공해야 회원 유치가 수월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전략에는 초기 회원유치가 빠른 쪽이 향후 전자책 플랫폼 선점 전쟁에서도 유리할 것이란 계산이 깔려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전자책 반값 할인행사를 한 지난 보름간 판매량이 100% 신장했다며 앞으로도 '오늘 하루 무료 도서'처럼 이슈파이팅을 할 수 있는 할인 이벤트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상반기, 전자책도 ‘도서정가제’ 적용
상반기 중 시행될 것으로 보이는 전자책 도서정가제도 온라인서점의 할인경쟁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문화관광부 출판과에 따르면 현행법상 전자책도 종이책과 마찬가지로 도서정가제 적용 품목이다. 그러나 전자책이 전격적으로 보급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 정부는 상반기 중 ▲전자책 도서정가제 적용 ▲전자책 표지에 도서정가 표기 ▲전자책 신·구간 할인율 책정 등을 포함한 법안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전자책의 정가가 종이책과 같을 필요는 없다. 종이책과 전자책이 함께 출간되는 경우에도 각 도서의 가격은 출판사가 독립적으로 책정할 수 있다. 예컨대 1만2천원 정가의 종이책을 전자책으로 판매할 경우 가격을 1천원이든 1만원이든 출판사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서정가제는 이렇게 정해진 책의 가격에서 할인률만 제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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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온라인 서점들은 도서정가제 시행 이전에 전자책 가격 결정과 관련해 출판사들과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겠다는 입장이다. 정가제 시행여부로 다시 한 번 전자책 가격 논쟁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만큼,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해 출판사 설득에 나서겠다는 게 온라인 서점들의 이야기다.
문광부 출판과 조상준 사무관은 현재 전자책 도서정가제 도입을 두고 정부에서도 TF팀을 구성하는 등 상황에 맞는 법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며 입법이 진행되면 여러가지 방법으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