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개성' 위기속 파이어폭스4 확산전략은?

일반입력 :2011/03/23 14:30    수정: 2011/03/23 14:48

최근 크롬과 인터넷 익스플로러(IE)에 이어 파이어폭스 정식 버전이 나오면서 브라우저 전쟁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특징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진 것이다. 웹브라우저들이 앞다퉈 더 편리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웹표준 기술 지원, 그래픽 처리 장치(GPU) 기반 하드웨어 가속을 통한 빠른 속도와 다양한 부가 프로그램 확장, 보안 기능 강화 등을 선보이는 추세기 때문이다.

모질라커뮤니티에 따르면 파이어폭스 4.0 버전을 정식 공개하기 전의 파이어폭스 사용자수는 3억6천만명 이상이다. 그런데 온라인 조사업체 넷애플리케이션스 통계에 따르면 파이어폭스 점유율은 지난해 3월 24.52%에서 지난달 21.74%로 바뀌었다. 12개월만에 2.78%포인트(p)를 잃고 계속 감소중이다.

그럼에도 파이어폭스4 완성판은 지난 22일 오후 11시 공식 배포를 시작한지 3시간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데 이어 23일 오전중 누적 다운로드가 400만건을 넘는 등 빠른 확산을 보인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사용자 3천명 이상이 1분마다 파이어폭스4를 내려받고 있다. 공개 24시간만에 230만건을 기록했다는 인터넷 익스플로러(IE) 9 최종 버전이나 실시간 업데이트 때문에 누적 다운로드의 의미가 약한 크롬보다 두드러진 인기다.

한국모질라커뮤니티는 지난 22일 서울 한남동에서 파이어폭스4 공개를 기념해 간담회를 진행했다. 한국모질라커뮤니티 윤석찬 리더와의 질의응답을 통해 IE와 크롬에 맞설 파이어폭스4의 경쟁 요소를 엿볼 수 있었다. 이는 파이어폭스 사용자층에 대한 모질라 철학과 HTML5 표준 지원에 대한 관점, 프로그램 개발 및 출시 일정과 세부 기능에 대한 내용으로 흘러갔다.

-파이어폭스 3.6 공개 시점과 비교할 때 현재 국내 웹환경이 어떻게 달라졌나.

사용자들이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많이 호전됐다. 예를 들어 이전에 파이어폭스 등 다른 브라우저에선 제대로 안 나오고 디자인이 깨진 사이트가 종종 있었다. 이미지를 못 보거나 표가 안 보이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제 포털 사이트를 비롯해 웬만한 곳은 다 잘 표시된다.

아직 (액티브X 플러그인을 반드시 사용하는) 금융권사이트는 논외다. 그쪽도 많이 변화중이고 계속 더 좋아질 것이라 기대한다. 다만 여전히 비IE 사용자층이 얕다. 데스크톱 기준으로 전체 3% 미만일 것이다. 모바일 포함하면 더 높겠지만. IE를 쓰지 않는 이 3% 사용자군 안에서 파이어폭스도 썼다가 크롬도 쓰는 등 변화가 많다.

3%에 속하지 않는 일반 사용자들은 기본적으로 IE와 다른 브라우저를 함께 쓰는 부담을 감수하고 있다. 앞으로도 브라우저 하나만 쓸 수 있게 환경을 바꿀 수 있는 캠페인을 할 것이다.

이제까지도 브라우저에 대한 홍보는 거의 안 했다. 한 번 사용을 포기하면 다시 관심 갖기 어렵기 때문에, 파이어폭스가 잘 안 돌아가는 환경에서는 홍보를 할수록 사용자 확산에 손해다.

통계적으로 국내외 브라우저 다운로드 결과를 분석해 보면, 우리나라에서 파이어폭스 누적 다운로드수가 700만을 넘었다. 실사용자수 많아야 100만명 안 될 것이다. 중간중간 쓰는 사람까지 해서 20~30만명 정도로 추정한다. 몇백만 사용자가 한 이상 받아보고 지웠을 것이란 얘기다. 호기심에 써 본 뒤 (IE로) 잘 보이던 사이트가 안 돌아가는 문제 등에 실망해서 그랬을 것이다.

-파이어폭스는 특정 사용자를 겨냥한 브라우저인가.

물론 아니다. 가능한 많은 사용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대안 브라우저'로서의 역할을 맡고 있다고 본다. 모질라가 추구하는 철학은 전세계 3억명이 넘는 기존 파이어폭스 사용자는 물론 다른 브라우저 사용자들에게 더 나은 웹서핑 환경을 제공하려는 것이다.

일례로 파이어폭스는 가장 많은 언어 사용자 커버리지를 제공한다. 파이어폭스4는 전세계 93.7%가 쓰는 73개국 언어 버전으로 제공된다. 이가운데 절반 이상이 비영어권 사용자다. 크롬10은 45개국 언어 버전으로 91.6%를 커버하고 IE9은 38개국 언어로 사용자 89.7%를 지원한다.

-크롬도, IE9도 HTML5 표준 지원을 말한다. 같은 웹표준 지원을 말하면서 업체마다 강조하는 부분이 서로 다른데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신기술 지원 비율로 따지면 다른 브라우저에 비해 크롬이 가장 빠른 편이다. 파이어폭스가 그 뒤에 따라붙고 있다. IE9는 좀더 늦는 편이다. 온라인에서 나온 브라우저 웹기술 지원현황 비교표 보면 자사에 유리한 것만 골라서 만드는 경우도 있는 모양이다.

최근 해외 블로그를 중심으로 IE9를 향해 '뭐가 현대적 브라우저냐'는 비판과 이에 반박하는 논쟁도 있었다. 사실 특정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나 마크업을 지원하느냐 마느냐, 구현 정도로 단순 비교하기엔 단정키 어려운 점도 있다. 신기술을 빠르게 지원할수록 좋겠지만.

-그 '신기술' 지원을 빨리 하기 위해선지, 모질라가 파이어폭스 출시 주기를 앞당겼다. 새 버전의 파이어폭스를 더 자주 내놓겠다는 계획은 개발 인력을 늘리기라도 한건지, 아니면 그냥 더 혹독하게 일한다는 건가.

개발 프로세스에 큰 변화가 생긴다. 본사에서 기본 출시 주기에 대한 윤곽을 잡아나가는 중인데 적극적인 분위기다. 문제는 오픈소스 커뮤니티 제품의 구조에서 나온다. 외부 개발자들의 부가기능 업데이트와 80개국 자원봉사자들의 번역, 지역화 팀 협력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거다.

기존 출시 일정은 메이저 버전이 1년주기로 나오는 것이라 어느정도 맞췄다. 이를 더 줄여서 크롬이나 안드로이드처럼 빨리 만들겠단 건데, 사정이 다르다. 구글이 프로젝트 관리를 독자적으로 하고 있으니까.

파이어폭스 전체 코드의 40%는 자원봉사자들이 작성했다. 외부 개발자 비중이 높은 보통 오픈소스 프로젝트에서 구글처럼 빨리 작업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지금 일정은 2개월마다 메이저 업그레이드를 예고한 상태다. 5월말쯤 파이어폭스5.0 나오고, 7월말쯤 6.0버전 나오는 식이다.

-구글 크롬은 원래 짧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극을 받았는지, 최근 IE 신버전 더 빨리 내놓기로 했다. 빠른 업그레이드가 무조건 좋은 것일까.

지금 크롬과 사파리에서 채택하는 웹킷 엔진은 많은 협력 업체와 개발자들이 참여해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IE 개발은 빨라졌지만 가장 보수적일 것이고 모질라는 그 중간쯤이다.

빠른 업그레이드 주기는 기존 사용자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새로운 버전을 써줄 것이냐는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점이다. 이번에 4.0 베타 버전부터 공개되면서 자바스크립트 엔진 등 좋아진 점이 많지만, 인터페이스도 상당히 바뀌었다. 달라진 사용자 경험(UX) 때문에 새 버전에 적응을 못하는 사용자도 있다고 들었다.

파이어폭스 3.6 버전도 나온지 1년이 지났다. 어떤 이들은 아직 3.5 버전이나 3.0 버전에 머무르기도 한다. 이들에게는 4.0 정식판으로 업그레이드하라는 '강력한' 권고가 이뤄질 것이다. 4.0 버전에서는 구글 크롬처럼 자동 업그레이드 설정을 통해 새 버전을 알아서 내려받고, 종료후 재시작하면 설치가 돼있는 식으로 돌아간다.

-곧 파이어폭스 모바일도 정식 공개한다던데.

당초 일정보다 빨리 진행되고 있다. 오늘 본사 쪽에서 들은 얘기로는 이달 안에 파이어폭스 모바일이 나올 것 같다. 며칠 뒤에 바로 나올지도 모른다. 오페라 모바일 브라우저도 조금 전에 나왔더라.

-사실 파이어폭스 경쟁력은 방대한 확장기능도 기여한 것으로 안다. 구글 크롬이나 오페라 브라우저처럼 HTML5 기반으로 만들 수 있나.

파이어폭스 확장기능은 원래 XML과 CSS, 자바스크립트 기반으로 만드는 언어 '줄(XUL)'을 좀 알아야 했다. 그런데 특정 확장기능을 설치하면 크롬, 오페라, 사파리처럼 HTML과 자바스크립트, CSS만 알아도 만들 수도 있다. 모질라실험실에서 개발중인 확장기능 '젯팩'을 설치하면 된다.

젯팩을 쓰면 HTML, CSS, 자바스크립트만 써서 확장기능 개발할 수 있다. (특정 사이트 레이아웃을 개조하거나 기능을 넣고 빼는 확장기능) '그리스몽키'와 비슷한 점이 있다.

-이젠 일정 사양 이상에서는 별 차이 없는 '빠른 속도'나 HTML5 지원이 식상한 얘기로 들린다. 결국 남는 차별화 요소는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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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브라우저 기능이 서로 닮아가는 추세다. 웹기술 지원과 속도 부분을 제쳐놓고 얘기한다면 차이점은 거의 없다. 그래도 파이어폭스만의 장점이라면 사용자가 프로그램을 쉽게 개인화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즈' 지원이 강력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일반 디자이너도 만들 수 있는 테마 기능 '페르소나'가 있다. 만들기도 적용하기도 간편하다. 파이어폭스는 전반적으로 사용자에게 다양한 설정과 수많은 확장 기능을 제공한다. 모질라의 파이어폭스 엔지니어링 디렉터 조나단 나이팅게일은 크롬 브라우저를 써도 그만일지 모르는 사용자들이 파이어폭스를 계속 쓰는 이유가운데 하나는 다양한 확장기능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