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돌 맞은 케이블TV ‘명과 암’

일반입력 :2011/03/03 17:42    수정: 2011/03/03 17:44

정현정 기자

케이블TV 방송이 출범 16주년을 맞았다.

출범 초기 지상파 난시청 해소를 위한 수신보조장치 정도로 여겨지던 케이블TV는 이제 대표적 유료방송 매체로 성장해 방송분야에서는 IPTV·위성방송 등 신규 매체와 플랫폼 경쟁을, 지상파와는 콘텐츠 경쟁을, 통신사들과 기술 경쟁을 해나가는 중이다.

특히, 전문 편성 채널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콘텐츠와 지역채널을 통한 지역밀착형 생활 정보 제공은 케이블TV만이 가진 강점이다. 최근에는 슈퍼스타K2로 대표되는 자체제작 프로그램 열풍으로 새로운 희망을 싹을 틔웠고 디지털 케이블 가입자와 VOD 이용률 증가는 미디어 소비패턴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

하지만 케이블TV 성장세가 주춤해지는 틈을 타 거센 ‘스마트’ 바람 속에 뉴미디어 매체들의 도전이 계속되고 있어 퇴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한 케이블 업계의 몸부림도 거세다.

■케이블TV 16년, 유료방송의 역사

케이블TV는 1995년 3월 전국 48개 종합유선방송국(SO)에서 9만7천463 가입 가구를 대상으로 24개의 채널을 제공하며 서비스를 시작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비유되며 화려하게 데뷔했으나 초기 가입자 확보 부진에 IMF 경제 위기까지 겹치며 한때 좌초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1999년 ‘채널 티어링 제도 도입’, 2000년 ‘케이블TV와 중계유선방송의 통합 추진 정책 추진’, 각종 소유규제 완화 등의 노력에 힘입어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진입했다.

2000년도 이후 국내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시장에 진입해 경쟁을 가속화시키면서 기존 4만원대의 인터넷 요금을 2만원대로 인하시키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이후 인터넷전화 서비스 시장에도 뛰어들어 방송+초고속인터넷+인터넷전화 결합상품(TPS)을 내놓으며 통신사와 경쟁을 통해 융복합 서비스 도입을 촉진시켰다.2005년부터는 디지털 케이블TV 방송 서비스를 시작하며 디지털화를 적극 추진해 HD 고화질 방송, VOD, 데이터방송 등 다양한 양방향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 밖에, 케이블TV 네트워크 고도화를 통한 기가급 인터넷 보급, 티빙 서비스 등 인터넷 기반의 콘텐츠 서비스 확산과 N스크린 서비스 구현은 핵심 과제로 꼽힌다. 곧 도입될 케이블TV MVNO 서비스는 가계 통신비 절감 효과를 더욱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 콘텐츠 “많이 컸네”

방송콘텐츠 시장에서는 지난 16년 간 PP사업자들이 지속적으로 콘텐츠 투자 규모를 늘려가면서 제작 역량을 길러왔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지상파와는 다른 틈새시장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다.

지난해에는 PP들의 제작비 투자와 자체제작 편수가 큰 폭으로 상승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노력 덕분에 콘텐츠의 질도 높아져 지상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던 방송 콘텐츠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특히, 지난해 엠넷미디어의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 시즌2’는 최소 시청률 18.1%를 기록 하는 등 지상파에 밀려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케이블TV 프로그램에 쏠린 국민적 관심과 방송시장 전반에 미친 영향은 신드롬이라고 불릴만했다.

슈퍼스타K2 외에도 케이블TV에서는 독특한 스타일의 자체제작물들과 기존의 수준을 뛰어넘는 수작들이 많이 나왔다. 지상파가 출생의 비밀이나 불륜 같은 '막장 드라마'에 열중할 때 케이블TV의 드라마들은 농촌 오피스 코믹극, 메디컬 범죄수사극 등 새로운 장르의 실험을 거듭하면서 진화했다.

■유료방송시장 정상화…과제는?

지난해 케이블TV 업계는 지상파방송 재송신 분쟁과 지상파 다채널방송서비스(MMS) 이슈, 통신사의 유료방송 서비스 저가 제공 논란 등 유난히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지상파 재송신 분쟁은 케이블TV 업계의 최대 이슈였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의 중재 하에 전담반 활동을 마치고 제도개선안 발표를 목전에 두고 있지만 저작권을 둘러싼 갈등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신규 매체의 도전도 거세다. IPTV는 통신사들의 마케팅 경쟁력과 정부의 강력한 지원 아래 지난해 12월 출범 2년여 만에 300만 가입자를 돌파하는 등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시작된 스마트TV 열풍이 본격화되면 이런 위기감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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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시화 될 종합편성PP와 신규 보도PP의 등장도 관심거리다. 케이블업계는 방송시장에 새로이 등장하게 될 신규 승인채널들이 유료방송 매체 위상을 높여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한편, 기존 PP들은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에 따른 어려움이 가중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밖에도 가입자수 증가 정체와 더딘 디지털 전환율, 낮은 가입자당 매출(ARPU)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찮은 가운데, 케이블TV 업계를 중심으로 규제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