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소 돼지의 무차별적 구제역감염과 이에따른 살처분사태가 이어지면서 무선인식기술(RFID)을 이용한 구제역 재발방지 효과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수의과학검역원·축협·농림부 관계자들은 무선주파수인식(RFID)시스템을 이용했더라면 좀더 효율적인 확산방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주관부서인 농림수산식품부(농림부) 내부 관계자들조차 RFID도입 비용상 부담을 들면서 도입에 대한 의견이 서로 달랐다.
■구제역 확산 전파원인 축산 차량일 가능성 크다면.
이들은 구제역 방제효과와 관련, 소 이동 차량이나 사료·분뇨 수송 차량에 무선주파수인식(RFID)시스템을 이용했었더라면 이동경로와 방역여부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어 무차별적인 소,돼지 살처분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시급한 도입필요성을 주장했다.
지금까지 구제역으로 인해 매몰처분된 가축은 약 300만 마리에 이른다. 보상금 1조5천억원에 방역비를 합치면 전체 피해액은 1조 7천억원으로 추산된다.
한국수의과학검역원(원장 이주호)은 지난달 25일 구제역 확산 원인 및 전파경로 분석결과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는데 여기서도 분뇨 차량이 구제역 전파의 용의선상에 올랐다. 이에 따르면 경기 북부지역·인천지역은 최초 발병 지역인 안동 양돈단지의 분뇨차량이 구제역바이러스를 전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검역원은 충청지역의 경우 사료차량에 의한 구제역 전파가 가장 위험성이 높았다고 전했다. 축산농가와 가장 많이 접촉하는 사료·분뇨차량을 통한 가축전염병 전파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RFID로 축산차량 관리했다면...
RFID는 무선주파수를 이용해 상품과 사람 등을 식별하는 기술이다. RFID칩과 리더기를 이용해 2m~10m 거리의 사물을 인식한다.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통과할 때 자동으로 요금이 계산되는 하이패스와 비슷한 원리다.
RFID시스템을 이용하면 사료·분뇨 차량의 이동경로와 소독여부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역학조사과 윤순식 연구관은 “정부가 축산 관련 차량등록제를 실시해 RFID칩을 의무 장착하도록 하는 것은 구제역 재발방지를 위한 좋은 아이디어”라고 언급했다.
횡성축협 축산 관련 지도업무 담당 김승겸 과장 역시 “현재는 차량마다 소독일지에 일일이 방역여부를 기록하는 식으로 관리해왔는데 RFID시스템을 이용하면 차량을 통한 전염병 확산을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RFID를 통해 파악된 소독여부와 이동경로는 무선송수신을 거쳐 서버에 실시간으로 저장되기 때문에 전파경로를 파악하기 쉬운 것은 당연지사다.
국토해양부는 이미 RFID의 효율성을 인식해 전국 주요 물류 거점과 고속도로 톨게이트에 RFID를 이용한 화물추적시스템을 올해 5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칩 가격때문에 RFID도입하긴 어렵다?
RFID시스템을 소 이력관리시스템에 사용하자는 주장도 있으나 농림수산식품부는 아직까지는 칩 가격이 비싼 반면 효율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국내업체인 하나마이크론(대표 최창호)은 작년 5월부터 브라질 소 이력관리시스템에 RFID솔루션을 공급하는 중이다. 소의 양쪽 귀에 RFID칩을 달아 예방접종날짜·질병기록·이동경로 등을 파악하는 식이다.
하나마이크론 관계자는 “약 2억3천만마리 소가 사육되고 있는 브라질은 대규모 농장 형태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RFID시스템을 도입하는 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가격적인 이유로 도입을 반대하는 의견은 오히려 주관부서인 농림부에서 나왔다.
농림부 동물방역과 손경자 사무관에 따르면 한우 개체수가 브라질의 기업형 농장방식에 비해 턱없이 모자랄뿐더러 기존 바코드 방식이 칩 하나당 1500원 수준인데 반해 RFID는 4500원 정도로 3000원이나 가격차가 나는 시스템을 섣불리 도입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매몰처분 비용의 1%만 RFID에 투자했더라면...
소 이력추적제에 RFID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이나 이번 구제역 확산의 주요원인으로 지적된 축산관련 차량의 경우 정부차원에서 RFID시스템을 고려해 볼만 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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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역원에서 2004~2005년 대관령 한우 RFID 이력추적제 시범사업을 실시한 현 농림부 홍승길 사무관은 “RFID 장비가격이 여전히 비싸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구제역으로 인한 살처분 비용 1조 2436억원의 1%만 이 시스템에 투자하더라도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같은 농림부 안에서도 의견이 통일되지 않고 있어 구제역 대책에 대한 다양한 대책 검토까지 이르지 못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