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시애틀에서 마주하게 된 남녀의 3일 간 짧지만 강렬한 사랑을 그린 영화 <만추>의 탄생 비밀은?’
내달 개봉을 앞둔 ‘만추’는 감독 김태용, 배우 현빈과 탕웨이의 화려한 라인업만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런데 이 영화에 놓쳐선 안되는 관전 포인트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원작은 있는데 원본이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 ‘만추’ 탄생 비화에는 영화의 예술적 요소와는 상관없는 과학적 기법, 복원기술이 숨어있다.
만추는 이만희 감독의 1966년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김태용 감독은 원작 필름 대신 디지털로 복원·보존된 66년작 ‘만추’ 시나리오에 의존해 영화를 만들었다. 콘텐츠의 기록 보존 시스템의 유의미성과 고마움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같이 자료를 복원·보존하고 디지털 콘텐츠로 활용하는 과정을 아카이브로, 이를 직업적으로 수행하는 전문가를 ‘아키비스트(기록관리전문가)’라고 부른다. 오래된 영화 필름을 원 상태에 가깝게 복구하고 온습도 유지 관리, 보수와 세척으로는 안 되는 디지털 복원까지 모두 다 아키비스트가 하는 일이다.
국내에는 미술품 복원사처럼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필름 원본부터 시나리오와 콘티까지 영상물과 관계된 콘텐츠들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아키비스트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일들을 정책적으로 맡고 있는 한국영상자료원에도 10명의 아키비스트가 소속돼있다.
특히 최근 콘텐츠의 제작 및 소비 환경이 급격히 디지털화되면서 기록물을 다루는 아키비스트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영상물 아카이브는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학문 분야가 없어 우리나라에선 낯선 종목으로 취급받는다.
이러한 배경으로 국내 영상물 복원시장은 불과 3억원 규모도 되지 않는다. 시장은 차라리 없다고 보는 편이 맞다.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산업화가 어려운 것은 물론이다. 산업화의 기반이 없다보니 영상물 복원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에 비해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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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우리나라의 영상물 디지털 복원·보존 기술은 세계가 주목하는 수준이다. 조소연 영상자료원 자료서비스부장은 “지난 2005년부터 시작한 디지털 아카이브 사업은 현재 상당한 DB를 구축했고, 전 세계적으로도 앞선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자부했다.
그는 “우수한 콘텐츠를 영구적으로 활용하고 개인의 디지털 문화 향유권을 높이기 위해서 아카이브 사업은 지속돼야 한다”며 “영상물 복원은 존중과 열정에서 비롯된다. 돈을 만드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아니지만 국가적 유산을 기록하는 문화산업의 일환으로 인식제고와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