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남혜현 기자]인텔은 지금도 독점으로 비난받고 있다. 때문에 미국 정부가 개입해 벌금을 부과한 것이다. 그런데도 세상 모든 제품에 자사 칩이 들어가길 원한다는 인텔 전략은 기계가 사람을 조정하는 미래를 연상시켜 두렵다.
CPU시장을 넘어 통합칩(APU)부문에서도 다시 한 번 인텔과 부딪힌 AMD가 누구를 위해 기술은 개발되나라는 문제를 들고 나왔다. 똑같이 컴퓨터 부품을 만드는 회사라고 해서, 같은 철학을 가지고 일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조 매크리 AMD 최고기술담당자(CTO)는 26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퓨전 테크 데이'에서 한국기자단과 간담회를 통해 기계는 사람이 원하는대로 움직여야 하는게 최선이라며 (인텔이 말하는 것처럼) 기계가 주도하는 세상은 끔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 '샌디브릿지'는 진짜 APU가 아니다
매크리 CTO가 지적한 '끔찍한 미래'는 인텔이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한 개발자회의(IDF) 도중 저스틴 레트너 CTO가 언급한 '상황인식' 기술을 꼬집은 것.
인텔이 향후 핵심 전략으로 주목하기도 한 해당 기술은 제품에 탑재된 센서로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예측하고 의견을 제시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매크리 CTO는 이런 기술이 인간을 기계에 종속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는 인텔의 전략이 마치 영화 '터미네이터'를 연상시키는 무서운 발상이라며 AMD는 탁월한 컴퓨팅 세계를 구현, 기계가 사람이 원하는 요구대로 움직이는 기술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중점적으로 발표한 APU '퓨전칩'에 대해서도, 인텔과는 관점이 다르다는 의견도 분명히 내놨다.
매크리 CTO는 CPU와 GPU를 하나의 다이에 물리적으로 넣는다는 것 만으로는 APU의 진가를 발휘할 수 없다며 이런 관점에서 엄밀히 따져볼 때 인텔 샌디브릿지나 엔비디아 테그라 모두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인텔처럼 CPU위주로 생각한다면 하나의 칩 안에서 GPU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없다는 얘기다. 단순히 내장 그래픽이 CPU를 돕기 위해 칩 안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두 칩이 상호작용해 성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CPU에서 하는 일을 GPU에서도 알아야 하기 때문에 메모리 차원에서의 통합이 필요한 것이라며 두개가 화학적으로 결합한 APU를 통해 개발자나 소비자 모두가 더 쉽고 편하게 PC를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베디드는 AMD에도 '기회의 땅'
매크리 CTO는 임베디드 시장에 대한 흥미도 감추지 않았다. 자동차, TV, 디지털 광고판 등 제품에 내장되는 칩은 그만큼 크기가 작으면서도 제성능을 내야 하기 때문에 APU가 적절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그는 예를 들어 스마트TV가 나오면서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을 화질을 개선해 보여주는 솔루션 등도 고려할 수 있다며 인텔이 전적으로 CPU에 집중하는 것에 비교한다면 AMD가 이런 분야에서 훨씬 우수한 성능을 제공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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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AMD가 내보이는 청사진은 어떨까. 매크리 CTO는 적어도 10년 이상을 내다보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라 답한다. 퓨전칩도 지금은 노트북이나 태블릿에 국한돼 있지만 미래에는 슈퍼컴퓨터나 서버, 스마트폰 등 다방면에서 활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퓨전칩을 개발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한 점도 아키텍처의 확장 가능성이었다며 궁극적으로 아키텍처를 만드는 목표가 모든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에 있는 만큼 앞으로 사용자들이 원하는 분야에도 퓨전칩이 더 넓게 사용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