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용 브라운관(CDT) 가격과 생산량을 담합한 국제 카르텔에 대해 과징금이 부과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6일 전원회의를 개최, 5개 브라운관 업체들이 담합한 국제 카르텔에 대해 총 26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27일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 1996년 11월부터 2006년 3월까지 약 10년에 걸쳐 컴퓨터용 컬러 모니터 브라운관(CDT)의 가격과 생산량을 담합한 것으로 밝혀졌다.
과징금 대상이 된 5개 업체는 삼성SDI(한국), LG필립스디스플레이(한국), 중화픽쳐튜브스(대만), 중화픽쳐튜브스 말레이시아 SDN BHD(말레이시아), CPTF옵트로닉스컴퍼니(중국)이다.
이들 5개 업체는 90년대 중반부터 브라운관의 초과공급이 문제되면서 생산량을 감축하고, 가격경쟁을 제한하기로 상호 합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대 들어서는 브라운관이 LCD 등 평판 디스플레이 제품으로 대체하면서 급격하게 브라운관의 수요가 감소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당초 일본업체를 비롯한 다수가 업체가 카르텔에 참여했으나 2000년대 초반 브라운관 사업에서 철수하거나 도산하면서 이번 조치에서 제외됐다.
■10년간 최소 148차례 담합 모임
이들은 담합 기간 동안 한국, 대만, 말레이시아 등 각지에서 월 1회 이상 직급에 따라 중층적으로 구성된 카르텔 회의를 통해 가격결정, 생산량 감축에 대해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최소 148차례 이상 담합 모임을 개최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고위급 회의를 통해 카르텔 기본 방향 합의를 결정하면, 관리자급 회의를 통해 가격 등 구체적 수치에 대해 합의를 하고, 실무자급 회의를 통해 이행여부의 점검 등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합의는 제품규격, 고객, 사업자별 등으로 세분해 진행한다. 특히 가격 인상에 합의하는 경우 인정사실을 고객에게 통보할 회사와 고객에게 설명할 인상 배경 등에 대해서도 조율을 거쳤다.
생산량 감축 합의는 전세계 예측 수요량에 맞춰 감축량을 정하고, 각사별로 월별 조업중단일수, 폐쇄할 생산라인 등을 할당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실제로 2000년 2월24일자 합의에 따르면 조업중단일수를 15인치는 10일, 17인치는 5일로 정했다.
특히 생산라인 폐쇄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각사별로 2명의 감사인을 배정하고, 사전 고지없이 프리패스로 공장을 상호 방문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5개 브라운관 업체는 카르텔 회의의 위법성을 인식하고, 회의의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참석자수 제한(각사 2~3인), 회의록 작성 금지 등의 원칙도 합의했다.
■삼성SDI, 240억원 과징금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번 조치에 대해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1호 및 제3호'를 적용했다. 4개사에 총 262억7천100만원을 부과했다.
업체별로는 삼성SDI에 240억1천300만원, 중화픽쳐튜브스에 21억9천9800만원, 중화픽쳐튜브스말레이시아 SDN BHD에 3천200만원, CPTF옵트로닉스컴퍼니에 2천800만원 등이다.
공정위 측은 LG필립스디스플레이의 경우 지난 2009년 6월8일 홍콩계 법인에 브라운관 사업을 양도한 후 현재 폐업상태이기 때문에 납부능력이 안돼 전액을 면제키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과징금은 자진신고자에 대한 감면액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추후 관련매출액 확정 과정에서 일부 조정될 수 있다.
음극선관(CRT, 브라운관)는 용도에 따라 컴퓨터용으로 사용되는 CDT와 컬러TV용으로 사용되는 CPT로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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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CDT 시장 규모는 2002년 5조원에 달했으나, LCD 등 평판 디스플레이로 대체되면서 2005년에는 1조8천억원 규모로 감소했다. 1999년 전세계 모니터 시장의 84%를 차지했으나 2004년에는 40% 수준으로 떨어졌다. 우리나라의 CDT 시장규모도 2000년 4천500억원에서 2005년 500억원 규모로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5개 업체는 2002년부터 2009년까지 전세계 시장의 85% 이상을 공급했다. 2009년 중화픽쳐튜브스 등 3개사가 관련 산업에서 철수하면서 현재는 전세계적으로 CDT 생산업체가 남아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