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버전스 시대, IT서비스 업계 빅뱅 시나리오

일반입력 :2011/01/25 14:45    수정: 2011/01/25 15:59

IT시장은 지금, 어딜가나 컨버전스 함성 소리가 울려퍼진다. IT서비스 업계도 마찬가지다. 컨버전스 열풍에 업계 DNA가 뿌리채 바뀌고 있다.

주종목이던 시스템통합(SI) 사업은 새로운 DNS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전통적인 SI는 레드오션으로 분류될 뿐이다.

정부 IT예산은 수년째 정체상태고, 기업의 IT투자는 효율성과 비용절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마진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그런만큼, 관련 업계는 뭔가 새로운 승부수가 절실해졌다. 성장을 위해 과거와의 확실한 결별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IT서비스 업계는 이미 변신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치열한 서비스업에 종사해온 만큼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IT업계 현장은 지금 '탈SI', ‘지금 뒤처지면 끝장’ 등의 구호가 계속해서 울려 퍼진다.

빅뱅을 코앞에 둔 한국의 IT서비스기업. 그들은 지금 이 시간 새로운 먹을거리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IT서비스 업계에 변화는 더 이상 거룩한 수사학이 될 수 없다. 거부할 수 없는 대세다. 그런만큼 변화를 향한 업계 행보에는 절박함이 감지된다. 변화의 함성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오는 이유다.

변화의 시대, 사활건 생존 경쟁

업계 관계자들은 새로운 환경에서 향후 10년은 무엇으로 먹고 살아야 할지 고민하며 잠을 못잘 정도라고 입을 모은다. 좌절감의 표현이 아니다. 기대감도 엿보인다. IT서비스 업체 한 임원은 “또 한번 빅뱅이 몰아쳐왔을 때 특기와 경험을 살리고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면 탄탄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IT서비스 회사들이 내놓은 대책은 크게 글로벌과 IT융합, 클라우드 서비스 등으로 요약된다. 블루오션을 찾아 시장을 넓히고, 사업형태의 변신까지 꾀하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신년 벽두부터 삼성SDS, LG CNS, SK C&C 등 '빅3'를 비롯한 중견IT서비스회사들 모두 ‘글로벌’, ‘솔루션제공사업자’ 등으로 변신을 부르짖는다.

냉정하게 보면 상황은 쉽지 않다. 산재한 하드웨어와 솔루션을 하나로 통합하는데 익숙했던 그들이 쉽사리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란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수년간 쌓아온 경험이 없다면 단번에 놀라운 성과를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IT서비스기업들은 일단 잘하는 것부터 더 키워보자는 전략을 세웠다. 한국에서 쌓은 경험을 해외로 가져가 팔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한국 IT서비스기업의 글로벌화는 경험과 특기가 핵심이다.

국내 IT서비스기업의 해외 진출은 삼성SDS, LG CNS, SK C&C 등 빅3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속속 가시적인 성과도 나오기 시작했다. 전자조달시스템, ITS, 긴급구조망(EIN), 모바일 커머스 등이 대표적인 성공모델로 꼽힌다.

3사의 해외진출은 신흥개발도상국에서 가장 빠른 성과를 내고 있다. 이 같은 성과에는 한국이 IT로 이뤄낸 빠른 성장경험이 큰 무기로 작용했다.

고순동 삼성SDS 사장은 최근 기자들앞에 나서 올해 매출을 지난해보다 20% 늘어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라며 해외시장 개척과 스마트 인프라스트럭처 엔지니어링(SIE)사업 등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연말까지 해외사업매출의 비중도 전체의 20%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서 주목할 키워드는 SIE사업이다. 개발도상국뿐 아니라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공공시설 고도화 등에 국내기업이 승부를 걸 만하다는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은 인프라스트럭처가 노후됐음에도 고도화를 수행할 기업들이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교통, 건설, 스마트시티 등 융복합IT에 있어 한국기업이 연이은 수주를 따낸 것도 여기서 비롯된다.

업계 한 임원은 말한다. 이젠 한국IT가 겪었던 빅뱅의 경험을 이젠 무기로 내세워야 한다고 말이다. 선진국뿐 아니라 신흥국가들이 바라보는 한국에 대한 시선도 무시할 수 없다. 그들은 한국처럼 IT를 주력산업으로 내걸고 단기간 성장을 추구한다. 그들의 수요에 한국 IT서비스가 보유한 영업력은 강력한 경쟁력이다.

솔루션뿐아니라 경험을 수출할 때가 왔다는 얘기가 들린다. 선진 기술을 수출하기보다는 경험 자체를 서비스 상품화하고 고객의 상상을 한발 앞서가는 서비스 정신이 먹혀든다는 것이다.

과거 한국 IT서비스기업의 해외진출은 언어, 문화 등의 문제로 가시밭길이었다. 지금도 이는 다르지 않다. 현지기업의 텃새와 글로벌 기업의 전방위 공세도 피할 수 없는 장애물이다.

무엇으로 성과를 낼 것인가. 또 다른 임원은 말했다.

DNA를 바꾸고 서비스업 본연의 자세로 밀어붙여야 한다. 경쟁력있는 솔루션과 해내겠다는 집념만 있다면 반드시 팔린다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구체화되는 DNA 변신 프로젝트

또다른 변신 프로젝트는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IT서비스업계는 구축형 사업에서 벗어나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aaS)’나 ‘서비스로서의 인프라(IaaS)’ 등으로 사업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미 수년간 모기업에 클라우드 컴퓨팅을 적용하면서 맷집을 키웠다.

그러나 IT서비스업계가 약간 당혹스러운 상황에 처한 것도 사실이다.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이 기업고객영업을 강화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클라우드 컴퓨팅을 신성장동력으로 들고 나왔다. 통신사들은 대규모 IDC 인프라와 자금력을 앞세워 한국의 아마존이 되겠다며 막대한 투자를 진행한다.

상대적으로 IT서비스기업들은 통신사와 직접 경쟁할 힘을 갖지 못했다. IDC 인프라부터 자금동원력까지 규모에서 밀린다. 규모의 경제로 밀어붙이는 통신사는 서비스 요금까지 초저가로 책정했다.

통신사의 클라우드 컴퓨팅 이슈가 한창 터지던 지난해말 IT서비스회사의 한 관계자는 통신사들과 IT서비스회사의 영역이 점점 겹쳐 혼란스럽다라며 경쟁할 규모가 안 되는데다, 통신사를 주요고객으로 삼아온 IT서비스회사로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통신사의 클라우드 공세는 퍼블릭, 프라이빗을 가리지 않는다. 통신사들이 기업용 상품을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IT서비스회사는 오랜 기간 준비과정을 거쳤음에도 통신사에게 클라우드 컴퓨팅 헤게모니를 뺏겨 버릴 처지다.

이같은 상황에서 IT서비스회사들은 전열정비부터 하고 나섰다. 클라우드 컴퓨팅 전담조직을 강화하는 한편, 특화서비스 개발을 서두르는 모양새다. 모바일 클라우드 서비스, 서비스형 SW, 관련 솔루션 확보 등 조직적인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자체 솔루션 보유를 위한 작업도 병행중이다. 그간 협력사 솔루션을 통합하면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독자 솔루션과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한창이다. 맞춤형 애플리케이션 개발 플랫폼, IT매니지먼트 솔루션 등이 성과로 나왔다.

데이터센터 고도화도 진행되고 있다. 클라우드 환경으로 인프라를 재편하고, 과금이나 운영 등 서비스 체계 정비 및 구축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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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x86서버를 대량 구매하고 오픈소스에 기반한 시스템 아키텍처를 세우는 작업도 진행됐다. 주문조립형방식의 서버가 불안정할 것이란 우려도 공개SW에 기반한 분산컴퓨팅 기술로 대비했다. 삼성SDS, LG CNS, SK C&C 등이 선봉에 섰다.

그들은 말한다. 통신사는 강한 적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협력대상이라고. 한 임원은 “처음은 곳곳에서 충돌이 있을 수 있겠지만 결국은 협력관계가 될 것”이라며 “통신사와 IT서비스 각자의 특기, 강점을 파악하는 시기가 지금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