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전망]가전업계, 스마트 원년을 맞이하다

일반입력 :2011/01/17 16:55

봉성창 기자

2011년 가전 시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스마트'다. 휴대폰에서 촉발된 '스마트' 열풍이 가전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올해를 기점으로 스마트 가전이 본격적으로 우리 삶에 파고들 것으로 예상된다. 가전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TV가 앞장섰다. 이미 잘 알려진대로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등 세계 주요 가전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스마트TV 시장에 뛰어들었다.

스마트 가전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연결'이라고 할 수 있다. 각 가전기기 간에 혹은 가전기기와 소비자가 언제 어디서나 무선으로 홈 네트워킹을 형성하는 이른바 '스마트 그리드' 기술이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파이크리서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스마트 가전이 스마트그리드 시장의 주요분야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는 2019년까지 1억 1천800만대의 스마트 가전이 팔려나가며 매출액만 무려 26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전체 가전 시장에 8%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중에서도 TV는 이러한 스마트 그리드 기술에 중심에 있다. TV를 중심으로 각 가전들이 연결되는 'DLNA' 기술은 PC, 스마트폰, 블루레이 플레이어 등을 하나로 묶는다. 생활 및 주방 가전 역시 마찬가지다. 원격으로 조작되는 세탁기, 냉장고, 청소기 등은 이제 더 이상 공상과학영화의 소재로 사용하기에 적당하지 않다. 바야흐로 스마트 가전 시대다.

■절대 강자 없는 '스마트TV' 원년

애플발 스마트폰 쇼크는 지난해 국내 주요 기ㅈ업들에게 풀기 어려운 숙제를 던졌다. TV 시장에서 만큼은 밀리지 않겠다는 각오도 심어줬다. 스마트TV는 아직 구체적인 정의 조차 내리기 어려울 정도로 초기 단계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구글이나 애플과의 경쟁에서 완제품 생산 능력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대등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CES2011에서 새로워진 디자인과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TV를 선보였다. 이미 지난해 초 콘텐츠 유통망인 '삼성TV앱스'와 기기간 무선 연결기능인 '올 쉐어'를 탑재한 스마트TV에서 사용자 환경을 대폭 개선하고 주요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콘텐츠를 대폭 확대했다.

LG전자 역시 사용자 환경을 개선한 '넷캐스트 2.0'을 선보이며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한껏 좁하겠다는 각오다. 애플TV를 연상시키는 '스마트 업그레이더'도 눈길을 끈다. 보다 이윤이 많이 남는 평판TV 판매가 다소 줄더라도 독자 운영체제인 넷캐스트 2.0을 보다 적극적으로 보급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는 플랫폼에서 우위를 점하는 기업이 스마트TV 시장에서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이와 같은 전략이 애플과 정확히 겹친다는 점에서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구글TV는 다소 주춤한 모양새다. 세계 최대 가전쇼인 CES 무대에서 발표를 미룰 정도로 와신상담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구글의 저력과 소니 등 든든한 우군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잠재력은 여전히 남아 있다.

뿐만 아니라 구글은 이번 CES2011 불참을 감수할 정도로 획기적으로 변모한 스마트TV 플랫폼을 준비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작의 실패를 인정하고 완전히 소비자 시각에서 개발한 플랫폼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일례로 삼성전자가 독자적인 스마트TV 노선을 추구하면서도 구글과 손잡고 블루레이플레이어 등 외장혁 구글TV 제품을 내놓은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애플TV는 역시 애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나름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지난해 애플TV 샛톱박스는 100만대가 팔렸다. 그러나 아직까지 아이폰 만큼의 폭발력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 중심의 저가형 셋톱박스가 가진 한계도 분명해 보인다. 애플하면 떠오르는 앱 생태계도 아직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활 가전도 '스마트' 대열 합류

TV와 달리 생활 가전 시장에서 '스마트'라는 단어는 조금 달리 해석된다.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매출 규모가 큰 대형 가전부터 청소기, 전자레인지 등 소형가전에 이르기 까지 많은 수의 제품이 스마트를 표방하고 있는 상황. 그러나 그 속내를 들여다 보면 '스마트'라는 말을 너무 남발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개념 정리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

최근 스마트 가전을 표방한 제품의 특징을 몇 가지로 정리해보면 '절전', '원격조작', '편의성' 등으로 세 가지로 요약된다. 이중에서도 절전 기능은 그동안 이어져온 '그린' 바통을 이어받아 '스마트'라는 단어로 포장지만 갈아치운 느낌이다.

'절전'을 제외하면 생활가전의 대표적인 스마트 기능은 '원격조작'이다. 가전 제품에 무선랜 모듈을 탑재해 외부에서도 원하는대로 조작하거나 스마트폰 처럼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기능이 향상되는 것이 스마트 가전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편의성' 측면에서는 냉장고에 음식물을 넣을때 유통기일을 입력해 놓으면 이후 자동으로 기일을 알려준다거나, 세탁기가 자가진단을 통해 고장 내용을 미리 입력돼 있는 업체로 전송해 편리하게 AS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기능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기능을 종합한 제품 중 최근 발표된 것이 바로 에어컨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하루 차이로 잇달아 스마트 에어컨을 선보였다. 이들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절전이다. 기존 제품 대비 80%를 훌쩍넘는 에너지 절감 기술로 전기료 걱정을 확 줄인 것.

특히 삼성전자는 '스마트'를 전면에 내세우며 휴대폰으로 켜고 끌 수 있는 원격 조정 기술을 내세웠다. LG전자 역시 전반적으로 삼성전자와 대동소이하다. 블루투스 방식으로 손동작을 인식하는 '스마트 모션리모콘'과 스마트폰에 앱을 다운로드 받아 사용하는 '휘센앱' 등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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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스마트 가전은 올해를 기점으로 시중에서 본격적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다만 이들 스마트 가전이 기존에 비해 20~30% 이상 비싸다는 점에서 아직까지 우리 삶이 드라마틱하게 바뀔지는 아직 속단하기 어렵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마트 기능을 갖춘 가전 제품은 업체 입장에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함과 동시에 가격을 올릴 수 있는 좋은 이유가 된다며 이러한 스마트 기능이 얼마나 교체 수요를 이끌어낼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