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출신들을 '새파란 패기'로 맞받은 SKT

일반입력 :2010/12/24 14:54    수정: 2010/12/25 12:59

김태정 기자

SK텔레콤이 50대 초반의 젊은 최고경영자(CEO)를 맞이했다. 연륜을 자랑하는 KT와 LG유플러스 경영진을 상대로 빼든 카드다.

SK그룹은 24일 인사에서 53세인 하성민 SK텔레콤 이동통신(MNO) 사장을 SK텔레콤 총괄사장으로 선임했다. 49세인 서진우 C&I(컨버전스&인터넷) 사장은 플랫폼 사장과 SK텔레콤 사장을 겸직하며 공동대표를 맡는다.

■53세 CEO, 가볍고 빠른 조직 구상

새로운 경영진은 SK그룹이 통신사업에 진출한 지난 1992년 대한텔레콤 부터 역사를 함께 해온 사람들이다. 그룹의 신사업 밑그림을 그리고 이를 현실화 한 실무진들이다. IT 역사가 일천 한 SK그룹에서 명실상부 '통신맨' '통신통'인 셈이다.

이들은 SK텔레콤 성장과 함께하며 그룹내 입지를 다져 왔고 마침내 대표이사 직함을 달게 된 것이다. 일반 조직으로 따지면 '통신 1기생'이 마침내 사장에 오른 것이다. 더욱이 이들은 50대 초반의 나이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최대 이통사이자 글로벌 거대 일류기업의 대표로서는 파격적인 연령이다. 게다가 전통적 규제산업인 통신분야에서 이뤄진 인사다. 경쟁사인 KT-LG유플러스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1등기업이란 점에서 보다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경륜형 CEO의 요구가 일반적인 예상이었지만 반대로 갔다.

이 같은 인사에는 SK텔레콤이 1위 자리에 안주하는 대신 공격적으로 커야 한다는 그룹 수뇌부의 전략이 담겼다. 가볍고 빠른 조직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선두 기업일수록 연륜과 안정을 중시한 인사를 중요시하는 한국 기업문화를 감안하면, 상당히 파격적이라는 분석이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트렌드 발굴에 늦었다는 위기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시장이 전통적인 보수성을 깨고 빠른 변화를 지향하는 추세”라며 “SK텔레콤의 이번 인사도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관 출신 60대 투톱, 연륜의 힘

업계는 SK텔레콤의 젊은 인사코드가 시장에 얼마나 먹힐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KT와 LG유플러스의 경영진은 산전수전을 다 겪은 거물들이다.

이석채 KT 회장의 경우 올해 65세로 이통3사 CEO 중 맏형이다. 제 2대 정보통신부 장관 출신이며, 진중한 경영 스타일과 함께 아이폰 도입 등으로 선도적 이미지도 구축했다는 평가다. 거대 통신사 KT를 컨버전스 기업으로 변신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KT 고위 관계자는 “국내 제조사들이 반발하는 가운데 이 회장의 리더십으로 아이폰을 도입했다”며 “강력한 카리스마와 아이디어를 갖췄다”라고 말했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65세로 역시 정통부 장관 출신이다. 공학박사로서의 경험을 살려 현장 소통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관련기사

올해 이른바 ‘탈통신’ 전략을 펴면서 전통적 통신 외 클라우드 개념 도입, 모바일 광고 등 새 수익전략을 찾는 모습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런 가운데 내년 통신 시장은 스마트폰을 전면에 내세운 플랫폼 싸움이 더 격화될 전망이다. 상식과는 정 반대로 이뤄진 ‘젊음’과 ‘연륜’의 통신 CEO들이 받을 성적표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