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 갈고 씨 뿌렸으니 이제는 수확할 때
전자책 업계에선 올 한해를 절대적인 도약의 해로 꼽는다. 아마존 킨들, 애플 아이패드가 전세계 전자책 시장에 훈풍을 몰고 왔고 국내서도 그 어느때보다 독자들의 관심이 뜨거웠기 때문이다. 적어도 전자책이 뭐야?에서 아, 아이패드에서 책 보는 거? 정도로 인식이 확산됐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수치도 의미있다. 아마존은 지난 10월 한 달간 팔아치운 전자책 단말기 킨들의 숫자가 지난해 연말 성수기 판매분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뿐 아니다. 아마존닷컴에서 팔린 10대 베스트셀러를 비교한 결과 전자책 판매량이 인쇄된 책을 2대 1의 비율로 압도했다. 베스트셀러에서도 전자책의 성장이 두드러졌다는 설명도 덧붙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만큼 전자책으로 다양한 이슈가 쏟아진 해가 없다고들 이야기 한다. 특히 아이패드와 갤럭시탭같은 태블릿의 등장은 전자책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타진했다.
이전에는 전자책 콘텐츠가 있어도 볼 수 있는 단말기가 없다고 했는데, 지금은 국내서도 아이패드와 갤럭시탭같은 태블릿 뿐만 아니라 아이리버, 인터파크, 북큐브네트웍스 등이 내놓은 e잉크 단말기, 스마트폰까지 모바일 전자책 단말기 플랫폼이 수없이 늘었기 때문이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단말기는 부지기수로 깔렸다. 콘텐츠가 뒷받침 될 때다라고 말한다. 전자책 성패의 공이 콘텐츠 활성화로 넘어간 것이다.
새 플랫폼의 등장과 콘텐츠 부족이라는 문제가 맞물리면서 '1인 출판' 가능성도 부상했다. 이미 로맨스, 판타지, 무협 등 장르문학은 전자책 출판 플랫폼을 통한 1인 출판이 활성화되고 있다. 해외에선 베스트셀러 작가인 스티븐 코비가 신간을 출판사 없이 전자책으로 먼저 출간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애플과 구글, 전자책 기업들의 시장 진출
아이패드는 아마존 킨들과 경쟁할 것이다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지난 4월 태블릿 '아이패드'를 출시하며 던진 말이다. 그는 e북전용 애플리케이션 아이북스를 함께 공개하며 아이패드가 아마존이 독점하던 전자책 시장을 노린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미국 대형 출판사인 펭귄, 하퍼앤콜린스, 맥밀란 등 미국 대형 출판사 5곳 역시 아이패드 공개와 동시에 자사 콘텐츠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이나 뉴욕타임스 같은 곳들도 아이패드를 통한 직접구독 서비스를 발표했다. 아이튠스를 통해 음악 산업을 제패한 애플의 계획이니만큼 전자책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다.
구글도 그동안 검색 서비스를 진행하며 구축해왔던 방대한 도서 콘텐츠를 바탕으로 전자책 사업에 뛰어들 것임을 천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씨넷뉴스 등 해외 주요 외신들은 7일 구글이 지난 몇년간 준비해왔던 전자책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구글은 도서 유통업체를 대거 끌어들인뒤 '개방'을 화두로 내세우며 차별화를 모색했다. 구글 임원은 자사 e북스토어를 두고 '열린 생태계(open ecosystem)'라고 표현하며 애플과 각을 세웠다. 구글 e북스토어는 수십만권의 판매도서를 포함한 300만권의 장서를 갖췄다. 이중 대다수는 무료 검색을 지원한다.
구글 진영에는 전자책 플랫폼의 핵심이라고 여겨지는 '베스트셀러'도 포함됐다. 특히 미국내서 가장 유력한 대형 출판사인 랜덤하우스, 사이먼앤슈스터, 맥밀란 등 대형출판유통업체가 구글진영에 가세해 향후 전자책 시장이 대격변을 이룰 것임을 예고했다.
■e리더에서 태블릿까지…단말기 '풍성'
국내서는 삼성전자가 갤럭시탭을 출시하며 '리더스 허브'라는 기능을 탑재, 전자책 바람몰이에 가세했다. 교보문고 전자책 콘텐츠, 조선일보 등 8개 일간지, 삼성경제연구소(SERI) 보고서 등이 리더스 허브를 통해 유무료로 제공된다. LG전자도 내년 CES에서 구글 허니콤 운영체제(OS)를 탑재한 10인치 태블릿을 선보이며 전자책 시장에 본격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성대훈 교보문고 디지털콘텐츠팀장은 갤럭시S에서 전자책을 다운로드 받는 수가 급격히 늘고 있어 갤럭시탭에 거는 기대 또한 크다면서 갤럭시탭을 통해 교보에서 지원하는 7만2천여 도서를 모두 읽을 수 있는 것과 동시에 100여 종의 만화책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잉크 패널을 탑재한 단말기들도 아이리버, 북큐브, 인터파크 등이 잇따라 선보이며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특히 아이리버는 올해 두 종류의 e잉크 단말기를 선보이며 적극적인 판촉활동에 나섰다. 국내 뿐만 아니라 러시아, 영국 등 해외 시장에서 더 선전하고 있다는 평이다. 북큐브도 올해 두 모델을 출시하고 1만5천대 판매고를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e잉크 단말기의 누적 판매대수가 5만여대 정도 된다며 이뿐 아니라 스마트폰도 올해 약 700만대 가량 팔려나가면서 이동 중 전자책을 읽을 수 있는 플랫폼은 무궁무진해졌다고 언급했다.
■1인 출판 가능성 열려
유명작가만 책을 출간하던 시대는 갔다. 적어도 전자책에서는 말이다. 2만여명의 장르문학 국내 작가들과 만화가들이 전자책과 웹툰을 통해 저작물을 출판하고 있다.
장기영 한국전자출판협회 사무국장은 올해 진행한 1인 출판 교육과정에 지난해보다 두 배 가량 늘어난 1천명이 몰렸다면서 교육생 중 60%가 1인 출판사를 창업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고, 저자작가들도 자가출판한 저작물 유통을 위해 이동통신사와 직접 계약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1인 출판을 지원하는 전자책 플랫폼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웅진그룹이 전자책 시장 공략을 위해 인수한 OPMS의 경우 최근 세미나를 진행하며 출판사나 저자작가들에게 디지털 퍼블리싱 기술 지원을 공언했다. 작가가 원고를 제공하면 e펍 등 전자책 포맷으로 전환하는 기술과 유통 등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아마존도 최근 1인 출판을 겨냥한 미니 전자책 섹션 '싱글즈'를 공개했다. 일반적인 잡지 기사보다는 길고, 일반책보다는 짧은 90페이지 이내 작품을 겨냥했다. 싱글즈는 출판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책을 출간하고 싶어하는 모든 이를 겨냥했다.
아마존은 자체 조사결과, 싱글즈는 경제경영, 정치적 견해, 일러스트, 과학 논문 , 에세이 등 현재 출판할 수 있는 모든 카테고리에서 킬러 아이디어라며 아마존과 함께 출판하고자 하는 작가, 철학자, 과학자, 산업계 리더, 역사학자, 정치가, 출판업자를 불러내기 위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유통 플랫폼 놓고 대기업들 '경쟁'
KT, SKT 같은 이동통신사들도 전자책 시장 플랫폼 주도권을 놓고 경쟁에 들어갔다. 이와 동시에 교보문고, 인터파크 등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들과 웅진그룹 북센같은 콘텐츠 유통업체들도 저마다 활로 찾기에 나섰다.
우선 이동통신사들의 움직임이 거세다. KT는 아이패드와 결합해 사용할 수 있는 전자책 패키지 상품 '쿡북카페팩'을 선보였다. 이를 통해 자사 전자책 오픈마켓 '쿡북카페'에서 잡지와 영어동화 , 만화를 포함한 100여 종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태블릿 시장이 초기인만큼, 유입되는 신규 가입자들을 자사 플랫폼 안으로 적극 수용하겠다는 의지가 진하게 풍겨난다.
SKT의 경우에는 대형출판사 및 교육업체와 콘텐츠 계약, 전자책 출판 솔루션 제작 등 다각도로 전자책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티스토어에서 전자책 콘텐츠를 판매하는 것은 물론 예림당, 대교 등 아동전문 교육 콘텐츠 업체와 손잡고 스마트 러닝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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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중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곳은 교보문고다. 교보문고는 N스크린 전략을 꼽았다. 성대훈 팀장은 기본적으로 모든 콘텐츠를, 모든 스크린에서, 모든 플랫폼을 통해 볼 수 있게 하는게 교보문고의 전략이라면서 현재로서는 가장 많은 콘텐츠를 확보하는 업체가 가장 유리한만큼 고객이 찾는 책은 무조건 교보에서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세웅 OPMS 대표는 전자책 시장 플랫폼은 누가 먼저 양질의 콘텐츠를 더 많이 확보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라진다며 웅진씽크빅을 통한 콘텐츠 수급능력과, 디바이스 범용성, 플랫폼 개발 경험 등을 앞세워 전자책 시장 육성에 적극 나설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