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10]'3D에 스마트까지'…TV의 변신은 무죄

일반입력 :2010/12/24 08:59

봉성창 기자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TV의 선택 기준은 화면 크기와 가격 뿐이었다. 당시 소비자들은 해상도가 얼마나 되는지, 패널은 무엇이 쓰였는지, 3D는 지원되는지 세세하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를 기점으로 TV는 자동차나 PC 이상으로 많은 것을 따져봐야하는 전자제품이 됐다. 3D로 시작해 스마트TV로 이어지며 불과 1년만에 무수한 신기술이 쏟아졌다. 누가 더 앏게 TV를 만드는지에 대한 두께 경쟁도 뜨거웠다. 조금이라도 경쟁사와 차별화된 기술을 탑재하기 위한 경쟁과 홍보전이 날로 치열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같은 크기의 TV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기술이 탑재됐느냐에 따라 1~2백만원 이상 가격 차이가 나는 경우도 발생할 정도다.

바보 상자에서 똑똑한 상자로 급격한 변신을 시도중인 TV는 올 한해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지나친 경쟁으로 아직 시장이 완전히 무르익지 않은 가운데 지나치게 많은 신제품이 쏟아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올해 TV시장의 변화양상과 향후 발전 모습을 결산했다.

3D TV 좋은건 알겠는데…

3D TV의 등장은 다소 급작스러웠다. 지난해 말 개봉된 영화 '아바타'의 기록적인 흥행이 촉매 역할을 했다. 여기에 4년만에 한번씩 찾아오는 대형 호재인 2010 남아공 월드컵은 삼성, LG, 소니 등 TV메이커에게 제품 양산을 부추겼다. 그 결과 극장에서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던 생생한 3D 입체 영상이 불과 6개월만에 가정으로까지 성큼 들어왔다.

그 해의 가전시장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 'CES 2010'의 주인공 역시 단연 3D TV였다.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도시바 등 세계적인 가전업체들이 경쟁적으로 3D TV를 선보였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올해 3D TV 시장의 승자는 삼성전자가 됐다. 시장조사업체인 NPD가 발표한 미국 내 3DTV 시장 통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81.9%라는 경이적인 점유율을 달성했다. 북미 시장이 전 세계 50.8%를 차지하는 TV시장 최대 격전지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삼성전자는 3D TV에 대한 시장 지배력을 차지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직접 CES행사장을 방문해 전용 안경을 쓰고 3D TV를 시청하는 모습을 보여 화제가 됐다. 이후 이 안경은 '이건희 안경'이라는 신조어와 함께 적지 않은 유명세를 탔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3D TV 시장 창출은 기대에 못미쳤다는 평가다. 지난 11월 디스플레이서치가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세계 3D TV 수요는 320만대 수준이다. 이는 3개월 전의 예측치인 340만대보다 다소 줄어든 수치다. 3D TV가 전체 TV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 역시 8%에 불과하다.

이는 무엇보다 3D TV의 판매를 견인할 콘텐츠의 부재가 심각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남아공 월드컵 이후 이렇다할 3D 콘텐츠가 나와주지 않고 있는 것. 가격은 과거에 비하면 떨어졌지만 여전히 3D 기능 탑재 여부에 따라 최소 30% 이상 차이가 난다.

무엇보다 TV에서 주 콘텐츠인 공중파 및 케이블에서 3D 영상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블루레이 플레이어나 플레이스테이션3 등 3D 콘텐츠 플레이어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설령 이를 모두 갖췄다 하더라도 3D 콘텐츠의 심각한 부족 현상은 앞으로 3D TV가 가야할 길이 아직 멀었음을 시사한다.

결국 '아바타' 열풍으로 촉발된 올해 3D TV는 하드웨어 급격한 발전만으로는 결코 시장이 형성되지 않는 뉴미디어의 최신 트렌드를 증명한 셈이 됐다.

스마트TV 우리 삶 송두리채 바꿀 것

남아공 월드컵이 끝나고 3D를 비롯한 전반적인 TV 수요는 감소 추세를 보였다. 그 사이 휴대폰 시장은 '아이폰'으로 대변되는 스마트 열병을 알았다.

그리고 이러한 스마트폰 바람은 이제 TV 시장으로 옮겨붙었다. 그도 그럴것이 스마트폰 OS업계의 양대 기둥인 애플과 구글이 일제히 스마트TV를 내놓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동안 TV시장을 주도해온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한발 늦은 대응으로 수업료를 톡톡히 치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일찌감치 자체 앱스토어인 '삼성앱스'를 포함한 스마트TV를 올해 초 출시했다. LG전자 역시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넷캐스트'가 탑재된 TV를 비슷한 시기에 선보였다.특히 내년은 스마트TV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기대되는 해다. 올해 콘텐츠 확보에 애를 먹은 구글과 애플이 어떻게든 현재 상황을 타개할 해결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역시 그동안 전 세계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온 만큼 조만간 그 결실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역시 넷캐스트 2.0이 탑재된 스마트TV를 곧 출시할 예정이다.

다만 스마트TV가 스마트폰과 같은 돌풍을 일으킬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전히 의문부호를 찍는다. 스마트TV에 대한 정의 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업체마다 저마다 스마트TV를 내세우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대표가 되기에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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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TV가 인터넷 회선을 사용함으로서 네트워크 망에 심각한 부하 현상을 일으킬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른바 '망 중립성'이라고 불리는 이와 같은 논란은 전자업계에 심각한 갈등마저 초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내년 TV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스마트TV' 사업에 주력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거실에서 가장 큰 공간을 차지하는 가전제품인 'TV'가 변신할 경우 우리의 삶은 드라마틱하게 바뀔 가능성이 높다. 내년 TV 시장의 주도권을 누가 잡는지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