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규 손오공 회장 "비장의 카드는 게임"

일반입력 :2010/12/19 12:31    수정: 2010/12/19 16:08

전하나 기자

“주변에서 많이 말렸어요. 까딱하면 깡통 찰 뻔 했죠. 뚝심 하나로 버틴 7년의 결과가 내년에 선보일 3종 게임입니다. 자신 있어요. 세계 시장이 놀랄 겁니다. 두고 보세요.

 

초이락게임즈를 이끌고 있는 최신규 회장의 말이다. 그는 국내 1위 완구업체 손오공의 창립자로 더 알려져 있다. ‘끈끈이’, ‘탑블레이드’ 등으로 성공한 최 회장이 개인 재산을 털어 게임 사업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모두 말렸다. 그럼에도 그는 지분 100%를 출자해 손오공의 관계사 초이락게임즈를 설립했다.

성공가도를 달릴 것을 예상했으나,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게임 업계에 진출한 지 7년, 자랑스레 내놓을 만한 성과가 없다. 그런 그가 노래방 게임 ‘슈퍼스타킹’을 비장의 카드로 꺼내 들었다. 슈퍼스타킹은 노래방을 온라인으로 게임화한 최초 시도다. 게임을 설명하는 최 회장의 손동작 하나하나에 힘이 있고, 눈빛이 번뜩였다.

“일본 가라오케가 세계 시장을 어떻게 잠식했는지 보세요. 노래라는 만국공통의 언어가 가진 수요를 눈여겨봤죠. 게다가 온라인게임 종주국이라는 우리나라 자존심을 앞세우면 되겠다 싶더라고요. 슈퍼스타킹은 노래와 온라인게임을 접목시킨 창조적인 발상입니다.”

이 게임은 마이크로 노래를 부르며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배틀 노래방, 노래를 들으며 박자에 맞춰 키보드로 게임을 진행하는 배틀 댄스 등 다양한 모드를 제공한다. 게임 내 마이콘서트룸을 이용해 화상·음성으로 채팅을 하고 방송도 진행할 수도 있다.

“최근 인기리에 종방된 오디션 프로그램이 말해주듯 노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커요.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노래를 잘 부르고 싶은 마음이 있죠. 이제 내 아바타를 키우면서 집에서도 웹캠으로 친구들과 함께 신곡 연습하고, 게임으로 대결도 할 수 있다면 재밌지 않겠어요?”

슈퍼스타킹은 자체 개발한 사운드폰트를 적용해 음질도 최고 수준이며, 주요 벤더들과 계약해 음원 확보도 모두 끝낸 상태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게임업계 최초로 BM특허도 따냈다. 최 회장은 슈퍼스타킹을 가리켜 “수년 간의 지독한 연구 끝에 나온 기술로 앞서 가는 게임”이라고 말했다.

이미 중국 내 테스트를 통해 시장 내 성공 가능성도 입증했다. 최 회장은 “직접 확인해보니 중국은 놀이문화가 무궁무진하게 확장될 수 있는 시장이더라”며 슈퍼스타킹의 중국 내 성공을 자신했다. 하지만 곧이어 “서두를 게 없다”는 답이 돌아온다. “중국 진출은 한국에서 입지를 단단히 다지고 난 다음 순서”라는 입장이다.

“완구나 애니메이션 분야가 아닌 게임 업계에서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으니 꽤나 고생 했죠. 놀이문화에 대한 시대 흐름을 읽고 뛰어들었지만, 사실 게임에 대해 잘 몰랐으니까요. 하지만 손오공 최 회장의 ‘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것을 대번에 아시게 될겁니다. 슈퍼스타킹은 제대로 알고 투자한 게임입니다.”

게임 사업에 올인했지만, 내놓는 게임마다 시장의 별다른 반향을 얻지 못하고 국내에서 사그라졌다. 유난히 어려운 시절을 보냈던지라 젊은 개발자들을 믿고 투자했는데 배신당하기 일쑤였다. 마침내 그는 게임을 알아야겠다고 다짐하고 밤낮으로 게임에 몰두했다. 최 회장은 초이락게임즈의 길드원 사이에서 ‘빙초산’이라는 아이디로 유명하다.

“처음에는 내가 회장이라는 걸 안 밝혔어요. 지금이야 알게 됐지만, 길드에서 만난 친구들과는 여전히 아이디로 불러요. 남자는 ‘초산이 형’, 여자들은 ‘산 오빠’라고 부른다니까. 유저로 만났으니 이들에게 게임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도 가감없이 전해듣죠. 게임 재밌다는 얘기 숱하게 들었습니다. 제가 자신 있는 이유예요.”

초이락게임즈는 내년 상반기 ‘슈퍼스타킹’의 공개서비스 말고도 ‘베르카닉스’와 ‘머큐리’의 상용화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5년간 개발비만 200억 원을 투자한 야심작들이다. 최 회장은 “많고 많은 게임 중에 모두 버리고 딱 알짜만 골랐다”며 세 게임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관련기사

최 회장은 앞으로 게임 사업 관련 완구제품과 애니메이션도 만들어 적극적으로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이라면, 잘 만들어진 게임들이라는 것 쯤은 다 알고 있다”며 “잘 만든 아이템을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에 대한 아이디어들이 머릿속에 무궁무진하게 많다”고 말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배포와 뚝심의 소유자, 최신규 회장의 목표는 어디까지 일까.

“목표 의식이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단순히 돈을 벌려는 게 아닙니다. 그랬다면 7년 동안 외롭게 싸우지도 않았을 거예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놀이문화를 만들어 낸 창조적인 기업가로 남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