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역대 최대 임원 인사…'경력보다 능력' 강조

일반입력 :2010/12/08 10:54    수정: 2010/12/08 15:02

봉성창 기자

삼성이 올해 탄탄한 경영 실적을 바탕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임원 인사를 8일 단행했다. 부사장 30명, 전무 142명, 신임인원 318명을 포함해 총 490명에 대한 인사 조치가 이뤄졌다.

무엇보다 전무 이상 고위 임원이 172명이나 승진 발령된 점은 삼성의 경영진 세대 교체에 대한 의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들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향후 삼성을 이끌어갈 CEO 후보군을 두텁게 만들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또한 평소 이건희 회장이 역설해온 젊은 조직론에 걸맞게 30대 임원이 3명이나 포함되는가 하면 여성 임원인사도 7명 가량 이뤄졌다.

갈수록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해외 현지법인의 영업책임자들을 본사 정규임원으로 선임한 점도 눈길을 끈다. 미국은 휴대폰, 반도체, 세트 법인의 영업책임자들이 대거 상무로 승진발령됐으며 이밖에 중국, 독일, 태국, 인도연구소 등에서 임원 인사가 이뤄졌다.

■이서현 부사장 승진…3세 경영 본격화

이번 삼성 임원인사에서는 당초 예상대로 이건희 회장의 차년인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됐다. 아울러 제일기획 부사장 직도 함께 맡게 됐다. 이부진 사장이 호텔신라와 삼성에버랜드 그리고 삼성 물산 등을 고루 겸임하는 것과 마찬가지 형태다.

이서현 전무 역시 기존 삼성 그룹의 인사 룰인 전무 연한 3년을 모두 채우지 못했지만, 이미 이는 지난번 이부진 전무의 사장 인사 때 무너져 큰 의미가 없게 됐다.

이번 임원 인사 조치에 따라 삼성 그룹은 크게 전자 계열의 이재용 사장을 비롯해 서비스 계열의 이부진 사장 그리고 패션, 마케팅 부문의 이서현 부사장 등 3개 분야로 나뉘어 후계 구도가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재계에서는 이들 3세 경영인들에 대한 이번 인사가 향후 후계 구도를 가능하는 기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각 계열에서 경영능력 검증은 물론 그에 따른 책임까지 짊어져야 하는 중책이 주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성과 중심 인사…30대 임원도 3명 포함

이번 정기 인사로 30대에 임원에 발탁된 인물은 모두 삼성전자에서 나왔다. TV 디자인 분야의 양준호 수석㊴과 카이스트 산업공학 박사 출신의 문성우 부장㊴ 그리고 갤럭시S 디자인 부문에 성과를 인정받은 이민혁 수석㊳이 주인공 들이다.

삼성은 향후 여성 임원 폭도 대폭 늘려갈 방침이다. 이번에 여성 중 임원으로 승진 발령된 규모는 7명 가량에 불과하다. 그러나 임원 발령 대상자 중 여성 인력의 규모 자체가 작기 때문이라는 것이 삼성 측 설명이다.

무엇보다 직급 연차를 무시한 발탁 인사가 많은 점이 젊은 인사론에 힘을 실어주는 부분이다. 제일모직 이서현 전무를 비롯해 삼성전자 박동건 전무, 홍완훈 전무, 제일모직 김재열 전무 등이 전무 승진 불과 1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받은 인물이다.

이러한 2년 이상 파격 발탁 인사는 지난 2008년 1명이었던 것에서 지난해 4명 그리고 올해는 12명으로 크게 늘었다. 아울러 1년 이상 발탁 인사는 79명으로 역대 가장 발탁인사가 많았던 지난 2006년 기록을 경신했다.

■새로운 10년 준비하는 세대교체 '첫 발'  

현재 삼성 그룹의 전체 임원 규모는 전체 약 1천800명이다. 이번 인사를 통해 318명이 새로 임원으로 합류해 전체를 놓고 보면 100여명 가량이 순 증가했다. 다시 말해 200여명의 임원은 퇴직 내지는 2선으로 물러난 셈이다.

임원의 질적 변화도 주목할만 하다. 신임 임원 중에는 연구 개발 인력이 100여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또한 석박사 이상의 학력을 가진 임원의 승진 발령도 126명이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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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삼성은 치열해지는 기술 경쟁 속에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역량 확보를 위해 연구 개발 인력을 대거 임원으로 승진시켰다고 밝혔다.

삼성 한 고위 관계자는 "성과있는 곳에 인사있다는 그룹의 인사 원칙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며 "임원층이 더욱 두터워진 만큼 계열사간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