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미래전략실'의 진짜 역할은?

일반입력 :2010/12/03 14:54    수정: 2010/12/03 15:18

봉성창 기자

삼성 콘트롤타워의 명칭과 팀 구성 등이 공개됨에 따라 본격 가동이 임박했다. '미래전략실'로 명명된 이 조직의 부활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내년부터 경영 일선에 완전히 복귀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은 3일 사장단 인사 발표와 함께 새 콘트롤타워 '미래전략실'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을 공개했다. '미래전략실'은 선대 이병철 회장의 비서실로부터 시작해 '전략기획실', '구조조정본부' 등 이름을 바꿔가며 삼성의 사령탑 역할을 해온 조직이다. 각종 불법 행위 의혹 여파로 지난 2008년 6월 해체된 이후 2년 4개월만에 간판을 바꾼 셈이다.

'미래전략실' 출범은 삼성에게 여러가지 의미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이건희 회장의 경영 참여가 보다 공공연해질 전망이다. 그동안 이 회장이 올림픽 관련이나 G20과 같이 그룹 경영과는 직접적인 관련 없는 활동만 해온 것에서 상당한 변화다.

특히 이 회장은 지난 1일 '자랑스런삼성인상' 시상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삼성 서초사옥에 종종 들리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본인을 직접 지칭하며 새로운 10년에는 저도 긴장하고 임원들도 보다 열심히 해야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가운데 최근 6개월간 이 회장은 공개 석상이나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위기', '새로운 10년', '긴장' 등의 키워드 화법을 통해 간접적으로 자신의 경영 복귀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해왔다.

그리고 급기야 방점을 찍은 것이 바로 '미래전략실'의 출범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비서 조직이자 그룹 전사 관리 조직인 '미래전략실'이 부활함에 따라 향후 적어도 2~3년동안 이건희 시대는 이어질 전망이다.

'미래전략실'에 주어진 임무는 또 있다. 바로 부드러운 3세 경영 승계 역할이다. 이재용 사장 내정자의 경영학 가정교사라는 평가를 받는 김순택 부회장을 미래전략실장에 임명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이부진 전무가 사장으로 파격 승진함에 따라 후계 구도 자체는 여전히 알 수 없게 됐다. 상황이 이쯤되자 일각에서는 그룹을 계열에 따라 분리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어떤 후계 방식이 되던지 간에 미래전략실이 맡아야 할 조정 업무는 결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를 위해 종전과 마찬가지로 상당한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기사

반면 삼성은 '미래전략실'에 대한 이러한 주변의 인식이 부담스러운 눈치다.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은 여러 브리핑 자리에서 미래전략실은 각 계열사간 시너지를 높이고 지원하고 도와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과거처럼 군림하는 조직이 아니라 지원하는 조직이라는 점에 포인트를 맞춰 달라는 주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미래전략실이라는 그룹 조직을 통해 이건희 회장의 그룹 내 영향력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후계 구도에 대한 문제는 그 다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