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디자이어HD에 보조금 얼마나?

일반입력 :2010/11/30 09:54    수정: 2010/11/30 18:39

정윤희 기자

스마트폰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가져가는 것은 재고만 늘릴 뿐이다. 우리는 똘똘한 제품만 판매할 것이다.

KT와 HTC 연합이 정식 출범했다. 특히 표현명 KT 사장이 HTC의 디자이어HD를 독점 공급키로 하면서 이같이 언급, SK텔레콤에서 파트너를 갈아탄 HTC에 얼마나 보조금을 실어줄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HTC는 30일부터 KT를 통해 전략 스마트폰 디자이어HD를 독점 판매한다. 가격은 80만원대다.

그동안 SK텔레콤의 강력한 우군으로 분류됐던 HTC인만큼 이번 결정은 이례적이다. 업계에서는 갤럭시S 판매에만 주력한 SK텔레콤에 대한 HTC의 항의가 아니겠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반면, KT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포트폴리오에서 SK텔레콤에 열세였던 만큼, HTC를 통해 이를 만회하려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T의 보조금 지급 등 지원은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시한 연간 통신사 마케팅비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하는 KT 입장에서는 마케팅비를 팍팍 투입해 디자이어HD를 밀어주기에는 부담스럽다.

HTC로서는 춘추전국시대의 양상을 보이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언제든 파트너를 바꿀 수 있다는 제스처를 보여준 것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유독 국내 시장서 약한 모습을 보였던 만큼, 시장 공략을 위해서라면 SK텔레콤 뿐만아니라 KT, LG유플러스 등 다른 통신사들과 손잡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내비췄다.■KT “마케팅비 많이 쓰지 않을 것”

HTC는 그동안 업계에서 SK텔레콤으로부터 ‘갤럭시S 편애’를 받았다는 평가를 받는만큼, KT에 거는 기대가 크다. 때문에 KT가 디자이어HD에 마케팅 비용을 얼마나 투입할 것인가에 이목이 쏠렸다.

이에 대해서 KT는 마케팅 비용을 많이 할애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내비췄다. HTC로서는 약간 섭섭(?)할 만하다. KT는 HTC와 지난 2개월간 마케팅, 광고, 프로모션 등에 대한 여러 협의를 거쳤다면서도, 마케팅 비용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사실, KT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연간 마케팅비를 전체 매출액의 22%로 제한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상황이라 원론적 입장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KT는 지난 8월 기준 유선부문에서는 가이드라인을 지켰으나 무선부문에서는 27.9%를 기록했다. 이미 22%를 초과한 KT로서는 마케팅비에 대해서는 한 발 물러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표현명 KT 사장은 “디자이어HD는 KT 스마트폰 포트폴리오의 화룡점정이 될 것”이라고 극찬했으나 마케팅 비용에 대해서는 “많이 쓸 생각 없다”고 원론적 입장을 고수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표 사장은 “KT는 기본적으로 마케팅비를 많이 쓰지 않는다”며 “좋은 가격과 좋은 퀄리티의 단말기면 마케팅 비용을 많이 안 써도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디자이어HD, 국내 이용자 사로잡을까

KT의 보조금에 의지하기 보다는 단말기 자체로 승부봐야하는 HTC로서는 아직까지는 미미한 국내 인지도가 걸림돌이다. 또, 애플 아이폰을 제외하고 국산 제품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도 숙제다.

일단 HTC의 전략은 ‘고사양’을 채택한 모습이다. 디자이어HD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4.3인치 LCD 화면을 내세웠다. 스마트폰의 최대 화면인 4.3인치 화면은 영화, e북 등 영상 콘텐츠에 강점을 보인다. 이밖에도 돌비 모바일 시스템, SRS 가상 서라운드 음향 시스템 등을 탑재했다.

HD동영상 촬영과 얼굴인식 기능을 지원하는 800만화소 카메라도 내장됐다. 사양만으로는 ‘괴물폰’이라는 별명도 무리는 아니다. 디자인은 알루미늄을 깎아 만든 앞뒷면의 이음새가 없는 유니바디 디자인을 채택했다.

문제는 사양만으로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는 국내 이용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에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HTC는 지난 5월 SK텔레콤을 통해 프리미엄 스마트폰 디자이어와 HD2를 선보였으나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명품 스마트폰’으로 포지셔닝한 디자이어였으나 판매량은 5만여대에 불과했다.

아울러 디자이어HD는 4.3인치 화면을 전면으로 내세웠지만 해당 화면의 스마트폰이 국내에 처음 들어온 것은 아니다. 디자이어HD에 앞서 출시된 HD2 역시 4.3인치 화면을 탑재했지만 이용자의 외면을 받았다.

관련기사

피터 쵸우 HTC 대표 역시 “한국 시장은 상당히 앞서가는 시장”이라며 “소비자들이 기술이라던가 사용 용이성 같은 것에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했다.

갈 길 먼 HTC가 어떤 전략으로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