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얀 애플!”·“갤럭시 먹통”…그들의 말말말

일반입력 :2010/11/29 08:39    수정: 2010/11/29 10:14

김태정 기자

스마트폰 태풍이 몰아 친 올 한해가 저물어간다. 삼성전자 갤럭시S와 애플 아이폰이 각각 160만대 이상 팔렸고, 다른 스마트폰들도 약진을 외쳤다.

스마트폰은 통신 바닥을 넘어 대한민국 경제·사회상을 많이도 바꿨다. 소통 문화 확산, 모바일 업무 환경 구축, 고용 확대 등에 대한 분석 자료가 넘쳐난다. 이 정도면 ‘스마트 빅뱅’이란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이런 가운데 스마트폰으로 인해 올 한해 화제였던 유명인들이 여럿이다. 파장이 상당했던 말들을 쏟아냈다. 인기와 안티팬이 공존하는 모습도 보인다. 스마트폰 신풍속의 한 자리를 장식한 그들을 조명했다.

■정용진-박용만, 얼리어답터 본능 ‘꿈틀’

이른바 회장님들도 얼리어답터 본능을 과시, 누리꾼들이 들썩였다. 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신기한 장면들을 박용만 두산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연출했다. 모바일 세상에서는 연예인 부럽지 않은 인기를 모았다.

박용만 회장은 지난 1월 구글 넥서스원을 직접 개봉하면서 촬영한 모습을 트위터에 올렸다. 제품을 꺼낸 후 박스들을 휙 던져버리는 모습이 화제였다.

같은 달 애플을 향해서는 “고얀놈들!”이라며 트위터에 호통 쳤다. 몇 달 뒤 판매할 아이패드를 너무 빨리 발표한 것이 죄목(?)이었다.

그의 글을 그대로 옮기자면 “애플 고얀놈들! 팔지도 않을 걸 왜 미리 발표해서 사람 약올리나? 두 달이면 얼마나 사람 뒤집어지는 기간인데...”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애플 매니아로 유명하다. 아이폰, 아이팟, 맥북 등을 일찌감치 사용해왔고, 아이패드는 국내 출시 전 미국서 직접 구해왔다. 그가 삼성가의 사람이기에 더 흥미로운 대목이다.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아이폰 대항마로 내세운 갤럭시S를 공개 비판, 뉴스에 올랐다. 해외서 갤럭시S가 먹통을 일으켜 본인이 ‘미아’가 됐다고 누리꾼들에게 토로한 것이다.

“로밍중인 갤럭시S가 갑자기 먹통, 전파 못잡기 6시간...그리고 이제는 유심카드마저도 인식이 안된다네요.. 난감합니다... 국제 전파미아가 된 기분입니다”

결국 삼성전자는 트위터로 정 부회장에게 “출장중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라며 사과했고, 업데이트 안내 메시지를 보냈다. 이 후에도 정 부회장은 스마트폰 관련 이슈를 끊임 없이 제기 중이다.

■이찬진 “나 애플빠 아니야!”

한글과컴퓨터 창업자로 유명한 이찬진 터치커넥트 대표는 지난해부터 아이폰 전도사로 불렸다. 아이폰에 대한 칭찬을 공개적으로 늘어놓았다.

그러자 이 대표를 이른바 ‘애플빠’라고 비아냥거리는 이들도 나왔다. 무조건 애플을 추종한다는 비판 여론이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적극 반박했다. 지난 3월 방송통신위원회 주최 세미나에서 목청을 높였다. 그는 “뭔가를 맹목적으로 좋아하는 이들을 ‘빠’라고 부른다”며 “내가 애플 아이폰을 좋아하는 데는 논리적 이유가 산적하기에 애플빠라는 말은 틀렸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애플 전도사라는 별명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전도사는 신의 뜻에 따라 신앙을 전하는 직업인데 나는 애플의 지시를 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이 정도는 약과. 정부와 대형 이통사에 대한 독설도 넘쳤다. “방통위 게시판처럼 인기 없는 곳이 아이폰 때문에 사람이 몰렸다”, “누구는 이통사 건물 방향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반도체 사업이 뜬 것은 과거 정통부에 반도체 부서가 없었기 때문” 등의 공개발언들을 거침없이 했다.

그가 아이폰을 들여온 KT의 사외이사라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표현명 KT 사장이 ‘표변명’ 됐다?

표현명 KT 개인고객부문 사장은 KT의 아이폰 관련 전략을 총괄한다. 아이폰 출시 준비, 마케팅 등을 주도해왔다.

이에 따라 애플 팬들은 표 사장 트위터에 몰렸다. “아이폰4는 언제 받을 수 있나”라는 일반적 질문부터 “내 아이폰을 고쳐달라”라는 다소 당황스러운 하소연까지 내용도 다양하다.

표 사장은 아이폰 관련 소식을 가장 정확히 답해 줄 ‘사장님’으로 지목됐다. 트위터를 통한 상담이 그의 주요 업무로 자리잡았다.

유명세를 따라 온 진통도 컸었다.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표변명’ 논란이다. 아이폰4 출시를 연기하면서 사과 글을 올리자 일부 누리꾼들이 항의 성격으로 붙인 별명이다. 고객들의 항의 창구 역할을 홀로 맡아 고생한다는 위로 메시지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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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사장은 지난 9월 아이폰4 출시 행사에서 “그동안 '표변명' '표죄송' '표미정' 등의 질타를 들었다”고 스스로 언급하기도 했다.

아이폰4 출시 후에도 그는 여전히 화제를 모으는 중이다. 아이패드와 각종 스마트폰 관련 궁금증이 생기면 그의 트위터를 먼저 찾는 이들이 산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