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TV ‘정책도·콘텐츠도 없다’…위기감 확산

일반입력 :2010/11/24 15:17

정현정 기자

IPTV가 시장에 처음 등장했을 때 ‘콘텐츠가 없어 망할 것’이라는 우려가 존재했다. 이제 시장은 스마트TV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부풀어 있지만 이에 맞는 콘텐츠와 정책의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통적 방송 개념에 근거한 현재의 방송법으로는 새롭게 등장하는 방송통신 융합형 서비스와 콘텐츠를 규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스마트 미디어 시대에 맞춰 방송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스마트TV를 둘러싼 지상파·PP·독립제작사·IPTV사업자·방송광고업계 등 각 이해관계자의 논리가 엇갈리면서, 이를 둘러싼 미디어빅뱅까지 예고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3일 한국정보화진흥원 대강당에서 이 같은 지적에 대한 정책 개선과 진흥전략 마련을 목적으로 ‘스마트TV 대응 방송콘텐츠 진흥전략’을 주제로 공개 토론회를 개최했다. 

방송콘텐츠 제작·유통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혁과 진흥기반 구축 등을 위해 각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것이다.

■지상파, "비대칭적 규제 철폐"

먼저, 지상파 진영에서는 방송진흥정책이 항상 뉴미디어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 아쉬움을 나타내며, 지상파가 올드미디어가 아닌 콘텐츠 산업의 핵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강현 KBS 제작국 PD는 “지상파 방송의 위기는 콘텐츠 산업 전체의 위기”라고 운을 떼면서 “지상파 방송의 콘텐츠 경쟁력이 한국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결정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정책적 배려가 뉴미디어 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며 서운함을 드러냈다. 

이어, “2003년 이래 지상파 방송은 시청점유율의 하락과 그로 인한 광고수입의 정체로 재정위기에 빠져있지만 정책당국은 방송통신융합시대의 구조적 위기라고 평가하며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 PD는 “이제 비대칭적 규제를 풀 때가 됐다”며 “사업자 위주의 규제에서 벗어나 프로그램 자체의 경쟁력을 판단해 금융지원과 세제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인 개선방안으로 “지상파와 외주사로 단순 구분해 외주비율, 협찬 및 PPL에 대해 차별하는 비대칭적 제도를 철폐해야 한다”면서 “다양한 형태의 합작을 장려하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PP업계, “콘텐츠 제작=R&D”

유료방송 업계에서는 스마트TV 콘텐츠가 통제 범위를 벗어나면 ‘끝’이라는 위기감을 나타내며, 콘텐츠 제작은 제조업의 R&D와 유사한 만큼 정부가 적극적인 제작 지원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금기훈 엠넷 디지털미디어본부장은 “차별화된 콘텐츠와 수익모델 확보 없이 스마트TV가 유료방송 시장에 진입할 경우 유료방송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익이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별화된 콘텐츠 없이 기존 유료방송 플랫폼과 스마트TV가 충돌 할 경우 수신료 하락과 광고 수익의 분산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어, 금 본부장은 “스마트TV를 통한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미흡한 상황에서 해외 방송사업자가 국내 시장에 진입할 경우 국내 사업자만 규제를 받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유료방송 업계는 시장을 통제하는 주체가 애플과 구글 같은 스마트TV 사업자만 주목할 경우 이외 유료방송사는 시장 지배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존재한다”고 언급하며 스마트TV 도입으로 촉발될 출혈경쟁과 시장혼선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을 당부했다.

■수직서 수평적 규제로

양방향 방송, 스마트TV 등 신규 융합서비스의 활성화를 막는 현행 법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다. 즉, 기존 칸막이식 수직적 규제를 수평적 규제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오용수 방통위 방송통신진흥정책과장은 “방송산업의 가치사슬이 급속히 무너지고 통합되고 있다”며 “하지만 진입 소유 편성 광고 등 엄격한 방송규제로 인해 지상파와 케이블, 위성, IPTV 등 플랫폼별로 분화된 사업구도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방송 구조의 칸막이식 규제를 풀어 생태계끼리 경쟁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수평적 규제 체계 검토를 본격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세부적으로는 편성비율 규제에 대한 재검토를 통해 의무편성비율 확대 중심 정책에서 전체적인 제작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실제 제작역량을 가진 외주제작사와 PP가 육성될 수 있도록 비율 규제라는 단순 양적 규제를 질적 규제로 보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업계와 정책당국에서는 스마트TV에 대응해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지원을 늘려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또 뉴미디어 환경에서 양적규제는 의미가 없다고 지적하며 질적규제와 수평적 규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방송 규제를 매체별이 아닌 플랫폼과 콘텐츠로 나누는 '수평적 규제'의 도입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지만 구체적인 논의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스마트TV, 개념 정의부터 

방통위는 스마트TV와 관련해 아직 개념 정립에 대한 합의도 이뤄지지 않아 정부가 먼저 나서 규제화 하기에는 적절치 않다는 점을 피력했다. 스마트TV를 방송으로 분류해야 할 지 통신서비스로 봐야 할 지 아직 시기상조란 것이다.

하지만 규제 방향이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스마트TV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한다면 사업자들이 우려하는 혼란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공감대 역시 존재한다. 또 다시 정부정책이 앞선 기술과 서비스의 발목을 붙잡는 다는 지적을 우려해서다.

이에 대해, 신용섭 방통위 방송통신융합정책실장은 “이번 토론회는 방송콘텐츠 진흥을 위해 방통위가 이해당사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새롭게 큰 틀의 정책방향을 정립하겠다는 의지를 표명”이라며 새 방송통신진흥정책 수립에 적극 나서겠다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