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수소폭탄기술을 핵융합에너지로”
“미스터 프레지던트, 전략방위구상(SDI)을 다시 생각해 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1985년 11월19일부터 2박3일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소정상 회담장 보트하우스. 지난 3월 체르넹코서기장의 급서에 따라 바통을 이어받은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무엇보다도 스타워즈 구상으로 불리는 이 계획이 싫었다. 미국이 소련의 핵미사일 발사에 대비해 우주위성을 띄우고 여기서 레이저로 소련의 핵미사일을 타격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레이건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국제적 협력을 통한 평화적 목적의 핵융합에너지개발을 추진해 봅시다.”
그가 미국과 소련 등이 함께 미래의 에너지인 핵융합에너지 공동연구의 불씨를 지피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보좌관들은 “러시아에게 스타워즈의 기밀을 주는 것”이라며 반대했지만 레이건은 이에 동의했다. 회담 전 고르바초프는 미테랑 프랑스대통령, 대처 영국수상과 만났다. 이들과 수소폭탄제조기술을 평화적 목적의 핵융합에너지로 승화시키자는 국제협력에 대해 논의했고 이는 국제열핵융합실험로(ITER)프로젝트로 이어졌다.
1955년 8월 제네바에서 열린 ‘원자력에너지의 평화적 사용을 위한 국제회의’에서 인도의 가장 뛰어난 핵물리학자로 불리는 호미 바바가 “20년 내 핵융합에너지를 활용하는 방법이 개발될 것”이라고 예언한 지 30년째 되는 해였다.
핵융합반응은 우주탄생의 원리이자 태양에너지 발생의 원리이기도 하다. 우리가 보는 태양빛은 수소핵 2개 당 1개의 헬륨을 만드는 핵융합이 수없이 이뤄져 매초 4X10에 달하는 에너지를 방출하는 모습이다.
이 원리가 무시무시한 수소폭탄에 사용된 것은 1951년 마셜군도에서 ‘조지(George)‘를 터뜨리면서였다. 고르바초프의 제안은 받아들여졌지만 갈 '길(Iter)'은 멀었다.
■“태양을 도넛형 상자에 가두자 ”
“핵융합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2중수소(2H)와 3중수소(3H)를 사용해 1억℃이상의 온도, 1cm에 1백조 개 이상의 입자(플라즈마)가 있어야 하며 이들을 1초 이상 가둘 수 있어야 한다.”
1957년 영국의 존 데이비드 로슨경이 이른바 ‘로슨의 기준(Lawson criterion)’을 제시했다. 그는 지구에서 태양처럼 높은 온도의 핵융합이 이뤄질 수 있는 조건을 이론적으로 계산해 냈다. 그리고 핵융합에 필요한 물질은 원자핵과 전자를 합친 제4의 물질인 플라즈마밖에 없다는 가설도 내놓았다.
실제로 최근핵융합실험 과학자들 사이에 중수소(2H)와 삼중수소(3H)를 연료로 사용할 때 가장 효율적인 핵융합실험장치로 자장밀폐 토카막(Tokamak)운용방식이 인기를 얻어가고 있다. 이 방식은 지구보다 중력은 34배, 대기밀도는 100만배 이상, 온도는 1천500만℃ 이상인 태양과 같은 환경에서플라즈마들이 서로 부딪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타들어가게 하는 최적의 방식임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도넛형 진공상자인 토카막 안에 플라즈마를 가두고 높은 온도로 가열하면 핵융합이 일어난다. 이때 도넛형 용기 바깥에서 감은 코일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은 용기내부에 있는 고온의 플라즈마가 토카막 벽 내면과 부딪치지 않도록 해주는 원리다.
자장밀폐방식은 토카막 내부 온도를 4천500만℃ 이상의 고온으로 올릴 때 용기 바깥을 둘러싼 코일이 만드는 자장의 힘에 따라 플라즈마가 용기내부의 나선 커튼 안에 갇히게 된다. 여기서 계속해 플라즈마 온도를 올리면 결국 태양에서처럼 핵융합이 시작된다. 이 뜨거워진 에너지로 터빈을 돌려 발전을 하고 일반가정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과학자들의 숙원이다.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실마리찾다.
“이제 모든 인류가 그렇게 소망해 오던 지구상에서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을 지피는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앞으로 실증실험을 거쳐 상업적 이용을 하기위한 과정만 남겨 놓고 있습니다.”
1993년 12월 11일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완전한 핵융합장치에서 3.3메가볼트의 에너지를 얻는데 성공한 로널드 데이비슨 프린스턴대학플라즈마물리연구소(PPPL)소장의 환호였다.
이 연구소의 핵융합로는 TTFR(Tokamak Fusion Reactor)로 불리는 당시 미국 최대의 토카막. 즉, 도넛형 마그네틱 그릇이었다. 러시아 수소폭탄의 아버지 사하로프가 처음 고안해 낸 것이었다.
프린스턴연구소팀이 만든 핵융합로의 반지름은 2.6m, 플라즈마를 가두는 자기장 원통의 반경은 0.9m였다. 이 실험에서 새로 생긴 에너지의 양은 들어간 에너지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하지만 앞으로 플라즈마의 밀도를 좀 더 높이고 가둬놓는 시간을 늘리면 인류가 바라는 핵융합, 즉 태양이 타는 것 같은 현상을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의 전조였다.
희망은 이어졌다. 1994년 TFTR은 플라즈마 온도를 섭씨 5억1천만도까지 올리는데 성공했다. 이 때 3분의 1초 동안 11메가와트의 출력을 내는데 성공했다.
1997년 4월 퇴역한 이 TFTR의 성과는 향후 인공태양, 즉 핵융합실험로를 만들어 발전소를 만드는데까지 얼마나 많은 동니 필요할지, 얼마나 더 시간이 들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를 제공했다.
하지만 이같은 TFTR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핵융합연구에는 엄청난 비용이 드는데다 탁월한 과학적 역량을 가진 인재들도 많이 핅요했기에 국제적인 협력이 불가피해졌다.
■ 7개국, 지상의 인공태양 만들기 합의
“오늘 우리는 국제과학협력의 새역사를 썼습니다. 오랫동안 어려운 협상을 한 끝에 6개 이해국 당사자들이 소련에서 모임을 갖고 ITER가 EU가 제안한 남 프랑스의 카다라쉬(Cadarache)에 설치되어야 한다는데 동의했습니다.
2005년 6월 28일 모스크바. 슬로베니아 출신 야네스 포토치닉 EU 과학연구사무총장이 18개월간의 긴 협상 끝에 유럽에 ITER국제핵융합로를 설치하게 된데 대해 이해당사자들의 합의가 이뤄졌음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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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후보지 신청을 하지 않았던 일본이 경합에 나서면서 후보지 결정이 교착상태에 빠졌지만 결론이 났다. 초기 사인국은 소련, 미국, 유럽연합(EURATOM),그리고 일본이었다. 이어 2003년 중국과 한국이 참여했고 2005년 마지막으로 인도가 가세했다.이들 7개국이 전세계인구의 절반을 대표하는 국가로서 인류 미래 에너지의 개발을 책임지게 됐다ITER입주 예정지인 카데라쉬의 가로 1km,세로 500m 규모의 부지에 세워지는 ITER는 거대한 군함크기로 세워진다. 높이 24m,지름 28m의 토카막이 들어설 건물은 지하 20m깊이로 파 암반 위에 굳건하게 세워진다.여기엔 3만6천톤의 금속재료가 사용된다. 부속건물만 130개가 될 정도.
그리고 이듬해인 2006년 11월 21일 오전 9시30분. 프랑스 엘리제궁에 모인 7개국 과학기술부장관이 모여 공식적으로 ITER개발협약에 조인하게 됐다.
이 조인식은 ITER를 유치한 국가자격으로 자크 시라크대통령과 호세 무누엘 듀라오 바로소 유럽위원회 대통령이 주관했다. 이로써 150억유로가 드는 인류의 미래에너지인 ‘지상의 인공태양’ 개발계획이 힘찬 시동을 걸었다.
2040년후 ITER클럽회원들은 지금의 산유국 클럽인 OPEC처럼 에너지 기술수출국이 될 것이다.
■한국은 인공태양기술력 선진국
“KSTAR로 섭씨 2천만도에서 6초간 안정적으로 플라즈마를 운영하는데 성공했습니다.이와함께 245만볼트급 에너지(1.5V짜리 건전지 160만개의 성능)를 가진 중성자도 검출했습니다.”
2010년 10월 11일 대전에서 열린 IAEA핵융합에너지 컨퍼런스에서 국가핵융합연구소 권면박사는 한국의 토카막 KSTAR운영 성과를 전세계 핵융합전문가들 앞에서 자랑스레 보고했다.
이는 토카막에 자장을 형성시키는 구리코일을 세계최초로 초전도체인 니오븀주석(Nb3Sn)코일로 대체해 이룬 획기적 성과로서 전세계 핵융합전문가들을 놀라게 했다. 이를 통해 구리코일을 이용할 때 발생하는 열을 식히는 에너지 낭비없이 박스내부의 플라즈마를 융합하도록 만들어 핵융합에 신기원을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7년 3천억원을 들여 준공한 초전도핵융합실험장치(KSTAR) 운영을 시작으로 핵융합실험 강국 대열에 들어섰다. 이제 KSTAR의 목표는 3억도에서 300초간 안정적인 플라즈마의 활동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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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R 7개국은 이제 바닷물에 무한히 들어있는 핵융합연료 1g을 사용해 석유8톤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는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원료인 중수소 200g과 삼중수소 300g을 핵융합시켜 고리원자력발전소 200배인 100만kW급 발전소 2기를 하룻동안 가동할 수 있는 거의 방사능이 인공태양 발전소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
KSTAR와 ITER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완료돼 2040년대부터 핵융합발전소가 신규전력수요를대체하면 2070년까지 100만KW 핵융합발전소를 60기 이상 건설, 국내 전력수요의 30% 이상을 담당하게 될 전망이다. 물론 그때까지 대체에너지 개발시간도 함께 벌어야 한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