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드래곤볼 시리즈의 게임화는 너무 오래, 그리고 당연한 것처럼 이루어진 것이 사실이다. 1984년 첫 연재를 시작한지 25년이 지났음에도 손오공은 여전히 멋진 유부남의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다. 다소 식상할 수도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듯하다.
하지만 이런 사실과 다르게 우리가 매번 드래곤볼 게임 시리즈를 기대하게 되는 이유가 있다. 바로 좀 더 원작과 가까운 게임을 접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이는 개발사도 마찬가지다. 반다이남코 입장에서 드래곤볼은 자사의 대표 브랜드이기도 하면서 풀지 못한 숙제와 같다.
그런 입장에서 이번에 출시된 ‘드래곤볼 레이징 블래스트2’(Dragon Ball Raging Blast2)는 원작에 가까워지겠다는 반다이남코의 어떤 각오 같은 것이 서려있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90명이 넘는 캐릭터와 눈을 현란하게 만드는 액션신, 그리고 주변의 거대한 사물을 부수는 통쾌한 액션은 전작들에서 볼 수 없던 드래곤볼의 매력을 느끼게 해준다.
■ 그래픽 다운? 해보면 오히려 좋다
‘드래곤볼 레이징 블래스트2’의 체험 판이 공개된 이후 가장 먼저 우려가 됐던 부분은 왠지 붕 뜬 듯 한 어설픈 그래픽이었다.
사실 이점은 팬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됐던 부분이기도 하다. 카툰도 아니고 3D 렌더링도 아닌 어설픈 그래픽은 오히려 전작보다 나빠졌다는 평가쪽으로 무게가 실리면서 이 게임의 분위기를 어둡게 했다.
하지만 막상 즐겨본 ‘드래곤볼 레이징 블래스트2’은 그래픽적인 단점은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빠르게 진행되는 게임 가운데에서 이 그래픽은 선명하게 작용했고, 720p 이상 화질을 뽑아내는 TV나 모니터를 사용하는 이용자들이라면 더욱 멋진 움직임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이 게임의 백미인 화려한 콤보 장면들에서는 그래픽덕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40~50대를 때리는 과정 내내 자신의 캐릭터를 파악할 수 있고, 화면 연출 시에 선명한 캐릭터를 만날 수 있어 게임을 즐기는데 더욱 좋았다.
그리고 사물들이나 땅에 곤두박질 될 경우 생기는 스키드 마크도 더욱 볼만하게 변했다. 화면만한 건물이 무너질 때에는 오히려 그래픽이 틔지 않아서 괜찮았다. 이런 장점들을 넘어 오랜 시간 즐겨도 눈에 부담이 없다는 점이 이번 그래픽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 90명의 캐릭터, 전부 언제 해보나?
‘드래곤볼 레이징 블래스트2’의 장점은 또 있다. 90명이 넘는 풍성한 캐릭터가 그것이다. 이번 게임의 캐릭터는 시리즈 전체 중에서도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 만화, 애니메이션에 나왔던 모든 캐릭터들은 물론 극장 판까지 총망라했다.
그러다 보니 전에 볼 수 없던 화끈한 드림 매치를 만들 수 있다. 메탈 쿠우라나 오천크스를 흡수한 마인부우, 도레, 사우저, 네이즈 등 생소한 캐릭터들도 등장하고 있고, 슈퍼 자넨버, 풀파워 프리저, 핫치햐쿠, 초 오지터, 풀파워 보자크, 파이크한 등 웬만한 팬들이 아니면 이름도 생소한 캐릭터들까지 대거 등장한다.
재미있는 점은 이 모든 캐릭터들이 단순히 외형만 다른 클론 형태의 캐릭터가 아니라는 점이다. 게임 속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은 자신만의 고유 콤보를 가지고 있으며, 미친 듯이 상대방을 때리는 ‘레이징 소울 콤보’는 각각 캐릭터의 특징을 잘 반영한 형태라서 더욱 볼만하다.
물론 캐릭터 중에는 손오공, 초사이언 손오공, 초사이언2 손오공 등 겹치는 캐릭터들이 눈에 띄지만 자신의 기호에 맞춰 다양한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점은 팬들에게는 즐거운 부분으로 보인다.
■ 생각보다 어려운 난이도, 갤럭시 모드 ‘어렵다!’
하지만 이 게임은 처음부터 너무 마니아들을 위한 게임이 돼 버렸다. 90명의 캐릭터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갤럭시 모드에서 꾸준히 미션을 성공 시키며 별을 모아야 하고 별을 통해 샵에서 캐릭터를 언락 시켜야 한다.
근데 이게 쉽지가 않다. 미션 내용들은 초반에는 간단히 승리 정도만 바라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기게이지가 떨어지지 않는 상태에서 승리하기, 체력 게이지 절반으로 승리하기 등 거의 막무가내 식 미션이 떨어진다.
여기에 높은 게임 난이도도 이용자를 괴롭힌다. 이 게임의 콤보 입력 방식은 단순히 순차적으로 누르는 형태가 아니라 타이밍에 맞춰 버튼을 누르는 식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예전에 ‘데빌 메이 크라이’에서 선택했던 액션 방식과 동일하다.
레버와 버튼, 그리고 타이밍 조작까지 더해진 이 게임의 액션은 정말 화려하고 다양하지만 이용자에게 그만큼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실제로 한 명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마스터하기 위해서는 꽤나 오랜 숙련 시간이 필요했다. 물론 마니아들이라면 금방 적응하겠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아쉬운 건 반다이남코게임스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부실한 매뉴얼은 가뜩이나 어려운 게임을 더욱 난감하게 느끼게 만든다. 기본적인 동작에 대한 부분은 상세하게 매뉴얼에 설명해줬어도 아마 체감 난이도는 좀 더 내려가지 않았을까 싶다.
■ 한글화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좋아!’
이번 게임은 전작보다 확실히 개선된 게임성과 눈을 현란하게 만드는 화끈한 전투에 푹 빠지기 좋은 게임이다. 한글화는 매번 아쉬운 부분이지만 이번 게임은 미션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는 점만 생각하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많은 드래곤볼 팬이라면 ‘드래곤볼 레이징 블래스트2’은 정말 할 만한 타이틀이겠지만 만약 팬이 아니고, 대전을 좋아하지 않는 이용자라면 이 타이틀을 슬쩍 넘기는 것이 좋다. 확실한 건 절대 유튜브에 있는 콤보 영상에 낚여서 구매하지 말라는 것. 그런 액션을 보이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