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가 종합 격투기 게임 ‘MMA’(Mixed Martial Arts)를 만든다고 할 때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UFC 버리고 종합 격투기를 만든다는 것이 가능한가?”라고 반문했다.
격투 스포츠의 메이저 리그, 모든 격투가들의 꿈의 무대인 UFC(Ultimate Fighting Championship)는 200여명의 소속 선수부터 북미와 유럽, 그리고 아시아 지역까지 아우르는 거대한 인지도를 무기로 모든 격투 단체를 밀어내고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EA가 UFC 없이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는 뻔뻔한 발언은 당연히 논란이 될 수밖에. 이는 UFC 회장 ‘대나 화이트’의 심기를 건드렸고, UFC 소속 선수들에게 “만약 EA의 종합 격투기 게임을 만드는데 참여하는 선수는 영구 방출 시키겠다”는 발표까지 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스포츠 게임 시장에서 잔뼈가 굳을 때로 굳은 EA가 겨우 그런 협박(?) 넘어갈리 만무했다. EA는 북미 종합 격투기 2위 단체 ‘스트라이크 포스’와 함께 일본의 ‘드림’ 및 여러 국가의 제2, 제3의 단체들과 손을 잡았다.
그리고 보기 좋게 UFC 선수 랜디 커투어까지 전면 표지에 내세웠다. 이래저래 ‘대나 화이트’의 심기를 건든 EA에게 남은 건 이렇게 만들어진 게임이 ‘UFC’ 소재 게임보다 재미있는지 여부였다.

■ 다양한 단체의 조합, 의외의 볼거리를 제공하다
이 게임 속에는 ‘스트라이크 포스’ 외에 일본 단체 및 여러 국가의 제2, 제3의 단체들에서 활약 중인 메인 선수들이 대거 등장한다.
최근 1패를 기록하긴 했지만 한동안 60억분의 1이라는 별칭으로 활약했던 애밀리안넨코 표도르(Emelianenko Fedor)를 비롯해 알리스타 오브레임(Alistair Overeem), 댄 핸더슨(Dan Henderson), 랜디 커투어(Randy Couture), ‘아오키 신야’(Aoki Shinya) 맬빈 맨호프(Melvin Manhoef) 조쉬 바넷(Joshua Barnett), 닉 디아즈(Nick Diaz), 바비 래쉴리(Franklin Lashley), 게가드 무사시(Gegard Mousasi), 케빈 랜들맨(Kevin Randleman), 무릴로 닌자(Murilo Ninja) , 사쿠라이 하야토(Sakurai Hayato) 등 약 60여명이 등장, 치열한 승부를 펼친다.
이중에는 현역으로 활동을 멈춘 선수들도 있고, 체급이나 단체상 만날 수 없는 선수들도 있지만 ‘MMA’ 게임 내에서는 전성기 시절의 탄탄함을 그대로 가지고 등장, 팬들에게 확실한 드림 매치를 보여준다.
특히 최강 캐릭터로 활약 중인 애밀리안넨코 표도르를 잡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이라는 점도 이 게임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MMA’ 내 표도르의 능력은 그야말로 최강. 그러기 때문에 표도르와 게임으로도 한 번 승부를 펼칠 수 있다는 만으로도 이 게임의 구매가치는 충분하다.
또한 육각, 사각 등 다양한 형태의 링은 그때마다 다른 경기 결과를 내기에 충분하다. 게임 속에 제공되는 링은 약 10여종. 그중에서도 육각, 사각, 철망, 링 등 종료가 매우 다양해 경기장에 맞춰 전수를 새롭게 구상하는 등의 여러 변수가 생긴다. 물론 링이 승부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지만 고정된 어떤 하나의 형태의 링보다는 색다른 재미를 준다.

■ 더욱 다양해진 변수, 공방이 즐겁다!
‘MMA’의 진짜 매력은 실제 게임을 즐겨보면 느낄 수 있다. 다소 적응하기 어려운 조작성이 아쉽긴 하지만 일단 적응만 되면 어떤 게임보다 자연스럽고 역동적인 플레이를 선보이게 된다.
이 게임의 기본 조작은 EA에서 출시한 복싱 게임 ‘파이트 나이트’ 시리즈다. 오른쪽 아날로그 스틱을 좌, 우, 그리고 여러 입력을 통해 잽, 훅, 어퍼, 하이, 미들, 로우킥 등을 낼 수 있다. 기존 ‘UFC’ 게임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 조작이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겠지만 EA 게임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꽤나 좋은 편이다.
그리고 이 조합은 그립부터 마운트 등 여러 포지션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로 나오게 된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4개의 버튼을 통해 서브미션을 다양화 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게임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이 부분은 그라운드 공방의 진수를 느끼게 해준다.
실제 경기를 보는 듯 한 그라운드 연출은 ‘UFC’ 게임에서 보여 주지 못했던 다양성에 대한 만족부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까지 연출한다. 오히려 이 게임은 스탠딩 상태에서 펼쳐지는 과정보다는 갑작스럽게 연결되는 테이크 다운 이후 빠르게 이어지는 서브미션과 이를 막기 위한 방어 동작들의 움직임에 있다.
물론 스탠딩 부분도 좋다. 이 게임의 스탠딩은 다소 빠르다고 볼 수는 없지만 오른쪽 아날로그 스틱을 돌리기만 해도 나오는 연타 공격은 버튼 조합을 시도하는 ‘UFC’ 게임보다는 확실히 안정적이고 빠르다. 다소 카운트가 잘 나오는 점은 좀 신경이 쓰이지만 그래도 ‘MMA’의 게임성은 확실히 실제 경기와 흡사하다.

■ 혼자서 즐길 요소가 너무 부족하다
하지만 이러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은 초기작이라는 이유로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가장 큰 문제로 작용하는 점은 혼자서 즐길 요소가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커리어 모드를 통해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서 종합 격투기에 도전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간단하고, 다양하지 못하다.
이는 부족한 선수층과 함께 이 게임의 재미를 떨어뜨리는 요소가 됐다. 60여명의 선수는 격투 게임으로 보면 많은 것이지만 몇몇 유명 선수를 제외하고 모든 선수들의 스타일이 거의 흡사하다. 그러다 보니 막상 좋아하는 선수라고 해도 비슷한 승리 공식을 보여주고, 서브미션이나 여러 과정들이 능력치적인 차이 외는 다른 점을 볼 수 없다는 것에 실망하게 된다.
물론 이는 이후에 나올 후속작에서는 상당 수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UFC 언디스퓨티드 2009’도 초반에는 실험적인 부분이 많았지만 게임성에 대한 인정 이후에 나온 후속작에서는 상당히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EA 대부분의 스포츠 게임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MMA’의 후속작은 이런 단점을 최소화 시킨 게임이 되지 않을까 본다.

그렇다고 해서 ‘MMA’의 가치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만약 표도르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고 싶은 욕구가 있거나 세계 유수의 단체의 링을 자신의 이름으로 정복하고 싶다면, 이 게임은 구매할만한 충분한 이유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