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컴, 스타벤처→단골 M&A매물 되기까지…

일반입력 :2010/09/28 13:59    수정: 2010/09/28 15:19

황치규 기자

한때 국민 SW기업으로 불렸던 한글과컴퓨터의 주인이 또 다시 바뀌었다. 2003년 프라임그룹, 2009년 TG삼보컴퓨터와 그 모회사인 셀런으로 주인이 바뀌더니 이번에는 우여곡절끝에 소프트포럼으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소프트포럼에 매각된 것에 대해 아직은 시너지 효과를 의심하는 시선이 많이 엿보인다. 투자 목적의 '딜'이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적지 않다. 프라임과 셀런도 인수 당시에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걸었지만 한컴을 외풍으로부터 보호해주지는 못했다.

외풍이 불때마다 한컴의 미래는 불투명해졌고 외부 시선은 까칠해졌다.

한컴이 이런저런 외풍에 휩싸인건 한두번이 아니었다. 수시로 사건사고에 휘말린 파란만장한 역사를 지닌 한컴이다. 국산 워드프로세서 SW '아래아한글'로 일약 스터덤에 올랐고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SW제국' 마이크로소프트(MS)에 백기투항(?)할뻔한 상황도 겪었다. 벤처 거품에도 휩싸였고 경영권 분쟁까지 당해봤다.

한컴은 지난 90년 설립됐다. 창업 다음해 곧바로 매출 10억원을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키더니 93년에는 매출 100억원 고지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들어 한컴은 위기에 휩싸인다. 퍼질때로 퍼진 SW불법복제에 발목이 잡혔고 'SW제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파상공세도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 버티기는 역부족인 상황이었다.

위기 탈출을 위해 한컴은 98년 MS로부터 2천만달러를 투자받는 대신 '아래아한글' 개발을 포기하려 했지만 '한글 살리기 운동'이 광범위하게 벌어지자 독자노선으로 전략을 수정한다. 매디슨과 국민주 발행을 통해 자금을 수혈받는 대신 MS와의 계약을 파기한 것이다.

이후 벤처 열풍이 불면서 한컴은 다시 성장세로 돌아서는 듯 보였다. 한때 한컴 시가총액은 2조7,380억원에 이르렀던적도 있다. 아쉬울게 없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거품은 오래가지 않았고 외풍은 다시 한컴을 덮친다.  지배주주가 없다보니, 경영권 분쟁이 벌어졌고, 치열한 난타전끝에 2003년 부동산개발회사 프라임그룹이 지분 29.37%를 확보하며 한컴을 인수한다.

한컴을 인수한 프라임그룹은 초반에는 비교적 선전했지만 지난해 유동성 위기에 휩싸이자 결국 한컴 지분 매각을 추진했고 그 지분은 TG삼보컴퓨터와 그 모회사인 셀런으로 넘어갔다.

셀런은 자사 하드웨어와 한컴 SW를 융합한 다양한 패키지 판매로 매출을 확대한다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결과적으로 '공수표'였다. 얼마후 셀런은 자금난에 봉착했고 결국 한컴을 다시 매물로 내놨다.

여러 업체가 한컴을 노렸지만 최후 승자는 소프트포럼이었다. 소프트포럼도 프라임, 셀런과 마찬가지로 한컴과의 시너지를 강조하는 모습. 회사 관계자는 "적대적 인수합병(M&A)도 아니고, 우리가 투자의 목적으로 한컴을 인수하는 것도 아니다"면서 "기존에 한컴이 해왔던대로 독립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그러나 시장에선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진하게 풍긴다. 얼마못가 한컴이 다시 '매물신세'가 될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소프트포럼으로 넘어갔음에도 불확실성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 봤던 슬픈(?) 장면은 이번에도 다시 연출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컴이 쓰는 드라마의 다음장은 어떻게 펼쳐질까? '한때 국민기업' 한컴이 다시 한번 심판대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