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C의 애플 생태계 진입거부 이유는?

'명품지향 VS 박리다매' 콘텐츠 주도권 싸움

일반입력 :2010/09/24 16:35

NBC유니버셜이 애플TV에 콘텐츠 제공하는 것을 거절했다. 적절한 가치를 인정받길 원하는 제작자와 박리다매를 원하는 유통사업자 간의 입장차이가 드러났다는 평가다.

애플TV는 애플이 이달초 공개한 셋톱박스로 방송콘텐츠를 스트리밍서비스로 이용하게 해준다. 이전 제품보다 크기가 4분의 1로 줄었고, 판매가격도 99달러로 낮아졌다.

애플TV에서 방송콘텐츠를 대여하면 실시간 방영 24시간 후부터 이용할 수 있다. 구입 후 30일 내 이용 가능하고 이후 48시간 동안 반복 시청할 수 있다. 무엇보다 대여료가 편당 99센트에 불과하다.

애플은 콘텐츠 판매수익을 콘텐츠 제공자와 3대 7로 나누는 수익배분 정책을 사용한다. 이는 음악, 영화, TV프로그램 등 전체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동통신사에 묶여 적절한 수익을 확보하지 못했던 콘텐츠제작사들이 환호할 만한 모델이었다.

다만, TV프로그램은 저조한 판매를 보이며 애플의 생태계에서 빛을 보지 못했다. 3~5달러였던 편당 판매가격을 원인으로 본 애플은 이 가격을 99센트로 낮추기로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방송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수익배분을 내세워 승승장구하던 애플의 콘텐츠 사업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24일 제프 주커 NBC유니버셜 CEO는 골드만삭스 투자자컨퍼런스에서 “애플TV의 방송콘텐츠 대여료인 99센트가 NBC 콘텐츠의 적절한 가격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애플의 제안은 우리의 콘텐츠 가치를 절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NBC처럼 애플TV진입을 거부한 CBS의 레스 문베스 CEO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라며 “내년 1월 이후에나 애플과 다시 대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TV에 참여키로 한 폭스도 다소 유동적인 입장이다. 체이스 카레이 뉴스코프 COO는 “폭스 콘텐츠를 애플TV에 제공하기로 한 결정은 몇 가지를 실험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루퍼트 머독 회장이 그동안 아이패드에 엄청난 기대감을 표시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뉴스코프는 애플TV보다는 아이패드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 콘텐츠 유통수단으로 태블릿PC가 더 파괴력있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콘텐츠 제공에 합의한 ABC는 월트디즈니가 소유한 회사로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대주주다. 월트디즈니는 미디어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고, 애플과의 협력에도 적극적이었다.

■스마트TV시대, 콘텐츠 주도권 싸움 시작된다 

NBC 등 방송사들의 반발은 스마트TV 제조사들이 콘텐츠를 확보하는 방법에 시사점이 크다. 수익배분만으로 콘텐츠제작자를 끌어오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셋톱박스인 애플TV를 완벽한 스마트TV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단, 유료방송에 가입하지 않고 TV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마트TV와 통한다.

삼성·LG전자가 스마트TV를 선보이고, 구글TV 출시가 임박하면서 제조업체들의 콘텐츠 확보전도 치열하다. 하지만 유력 방송사들이 콘텐츠 제공을 꺼리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방송사들이 애플TV 진입을 꺼리는 이유는 콘텐츠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는 신념과 연결된다. 99센트로 콘텐츠를 제공하게 되면 케이블TV와 인터넷 등 타 플랫폼의 판매 가격도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인 것이다.

미국 방송사의 경우 지상파 방송사뿐 아니라 케이블TV채널사업자(PP)도 막강한 협상력을 보유했다. 유선방송사업자(SO)와 PP의 콘텐츠 가격협상에서 PP가 승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한국의 경우는 지상파 방송3사와 CJ미디어 정도가 협상 주도권을 가졌다. 인기 콘텐츠가 이들에게 한정돼 TV제조사는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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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제조사들은 수익배분을 내세워 방송사들을 설득한다. 하지만 가격과 비즈니스 모델에서 방송사들과 간극이 크다. 수익배분이 아닌 새로운 협상카드를 보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방송사 관계자는 “TV콘텐츠는 박리다매보다 그 시장규모와 사업 확장성이 중요하다”라며 “제작자에게 적합한 가격을 제시하고 사업 자유도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